[광주드림] `서러운’ 소방직 공무원

`서러운’ 소방직 공무원
 
맞교대 근무 몸 혹사…“10년이면 종합병원” 인력충원·근무여건 개선 등 우선순위 밀려
 
이광재 jajuy@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9-08-03
 
 
 
 최근 한 주간지(시사저널)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을 조사했다.

 소방관은 92.9%로 1위를 차지했다. 의사(80.9%), 초중고 교사(79.5%) 보다도 높다. 위험한 업무환경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구하는 직업의 속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민10명 중 9명의 ‘신뢰 받는 직업’은, 열악한 근무여건과 희생 위에 서 있었다.

 10년 넘게 현장 구급대 활동을 해왔다는 A 씨. 그가 들려준 현장 소방직 공무원들의 현실 속에 최근 소방공무원에 대한 제도개선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가 담겼다.



 ▶고통의 시작 24시간 맞교대

 “24시간 근무는 건강과 가정을 동시에 파괴합니다.” A 씨는 오전 9시에 출근하면 다음날 오전9시에 퇴근해, 그 다음 24시간을 쉰다. 24시간 2교대 방식이다. 주말과 휴일 없는 맞교대로, 일주일이면 84시간 근무다. 주40시간 근무가 정착된 일반직 공무원 보다 두 배 넘는 근무시간이다. 물론 초과근무 수당이 있다.

 그러나 일반직에게 ‘선택’인 반면, 이들에겐 ‘필수’라는 점이 제대로 반영된다. 그래서 “간혹 일부 공무원들이 시간외수당을 부풀려 받았다는 뉴스를 들으면 천불이 난다”고 한다. 24시간 맞교대는 몸을 혹사시킨다.

 “주간엔 20초, 야간엔 30초 안에 차에 타야하고, 5분 안에 현장 도착이 원칙이예요. 옷 벗고 편히 자는 생활은 잊은지 오래죠. ‘구급 출동’이라는 소리만 나도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쉬는 날이라도 잠을 잘 못이룹니다.”

 자다가도 급히 일어나 곧바로 환자를 옮기거나 무거운 소방장비를 움직이니, 허리가 좋을 리 없다. 작은 일에도 짜증이 는다.

 A 씨는 “소방관 10년이면 종합병원이 된다”며 “무엇보다 두 아이의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늘 잠만자고 피곤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게 힘들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98년부터 2007년까지 퇴직한 소방공무원의 ‘평균수명’은 58.8세에 불과했다. 소방공무원들은 정년 57세를 채운 뒤 평균 2년 이내에 사망하는 셈이다.

 

 ▶“시 안에서도 서자취급?”

 다행히 최근 부분적으로 3교대가 확대되고 있다. 광주시소방본부도 올 상반기까지 격무부서를 중심으로 3교대 실시율을 80% 이상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시 소방공무원 전체 1016명 중 일근무자(아침 출근, 저녁 퇴근) 189명을 제외하면 800여 명이 교대근무자인데, ‘3교대실시율 80% 이상’이라는 목표는 이 중 370여 명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나마 3교대 방식에 대해서도 ‘주주야야비비’냐 ‘당비휴’냐를 놓고 내부 이견이 있다.

 어쨌거나 인력충원을 위한 추가 예산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번번이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A 씨는 “겨울철 난방비 경우 주간근무자인 일반직 기준으로 책정돼, 24시간 풀가동 되는 현장에선 5개월치 난방비가 3개월만에 다 떨어진다”며 “나머지는 사비로 떼우기도 한다”고 말했다. 식비책정 기준도 그렇다. 24시간 근무를 하면 세 끼니가 필요한데, 이 역시 일반직 공무원 기준으로 책정됐다. 때문에 소방직은 한 달이면 45끼니가 필요함에도, 20끼니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고 한다.

 “소방직은 일반직과 인사교류도 안돼, 조직이 폐쇄적입니다. 한 번 찍히면 오래가죠. 밖으로는 시에서도 서자취급을 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그동안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이들의 희생 위에 있었다. 하지만 소방직 공무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나 불만은 크다.

 문제는 그 결과가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처우개선 요구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광재 기자 jajuy@gjdream.com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