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2022-3 활동가운동장] 모두 차별받지 않고 한 명의 노동자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일터기사

모두 차별받지 않고 한 명의 노동자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조은혜 회원, 전국민주우체국본부 법규국장

 

우체국 하면 생각나는 노동자가 누구일까? 보통 사람들은 집배원, 아니면 우체국 창구에 있는 직원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우체국에는 정말 다양한 직종과 소속의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전국민주우체국본부는 우정사업본부 소속 정규직 공무원, 비정규직 공무직/별정직, 그리고 우정사업본부 자회사인 우체국시설관리단 소속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 가입되어 있는 노동조합이다.

우체국에 처음 들어가면 반겨주는 금융경비원과 청사경비, 우체국을 청소하는 미화원과 내부 시설과 기계를 관리하는 기술원들은 모두 우정사업본부 자회사인 우체국시설관리단 소속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다. 같은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분들이지만 소속은 물론이거니와 처우도 완전히 다르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의 2,500명의 직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화, 경비노동자들의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에 지나지 않고 새로 입사한 사람이나 10년을 재직한 사람이나 장기근속수당 외에는 급여가 동일하다. 우체국시설관리단 소속 현장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공무원과의 비교까지도 갈 필요 없이 우체국시설관리단 본사 정규직 급여수준의 50%도 채 넘지 못하고 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에 민주노조가 세워지고 나서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온갖 차별에 놓여있다. 수당차별은 물론이거니와 안전에 있어서도 차별을 받는다.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우정사업본부에서도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조달청에서 구매해 각 우체국인원의 30%수준의 물량을 배분하였다. 어떤 우체국은 일정 장소에 비치하고 자회사 노동자들도 사용할 수 있게 하였으나, 어떤 우체국은 자가진단키트를 공무원 개인에게 나눠주면서 아예 접근을 차단한 사례도 발생하였다. 애초에 근무 장소가 동일한 상황이므로 감염전파 예방을 위해서라도 하청노동자라고 하여 배제하지 않고 함께 사용할 수 있게 지침을 내렸어야 하나, 그러지 않은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초반에 마스크를 지급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였다.

보통 작은 관내우체국에는 우체국시설관리단 직원이 금융경비원 1명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들은 공무원들의 요구 또는 지시에 따라 ‘같은 우체국’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경비업무 외의 우편업무를 할 때가 다수 발생한다. 그렇지만 막상 보장받아야 할 일이 생기면 ‘다른 회사 소속’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 노조는 우정사업본부에서는 교섭참여노조이지만 자회사에 있어서는 교섭 대표노조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자회사의 한계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었는데 통합 이후 자회사 교섭담당을 맡으면서 사측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우정사업본부에서’이다. 어떤 요구가 되었든 간에 예산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우정사업본부에서 배정된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 줄 수 없다는 말을 뻔뻔스럽게 늘어놓는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해왔던 수당 차별들에 대해서는 ‘차이’와 ‘차별’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면서 일관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우리가 ‘진짜 사장이 나와라’ 라는 구호를 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고, 진짜 사장이 책임져야 모든 차별문제가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체국 내에서 차별받는 직종을 하나 더 소개하자면 별정우체국 소속 별정집배원들을 들 수 있다. 최근 2017년 별정우체국 소속으로 근무하시다가 과로사로 숨진 우리 노조 조합원과 관련해 손해배상의 의무가 있는 진짜 사용자가 ‘대한민국’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다. 별정우체국에서 일하는 별정집배원들은 별정우체국법에 따라 채용된 비공무원 신분이었다. 그러나 공무원인 집배원들과 동일한 장소에서 혼재해 업무를 수행하고, 실질적으로 지방우정청과 총괄우체국의 관리를 받은 점 등을 근거로 진짜 사용자가 대한민국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또한 이제 ‘진짜 사장이 나와라’를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체국의 노동은 하나하나 전부 육체노동으로 배달하다가 교통사고는 비일비재하고, 오랜 직업병인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편지와 소포를 구분하다가 어깨와 손목도 남아나질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정노동자들은 대국민우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오늘도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도리로 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일한만큼 대우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평등한 일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는 구조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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