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1월] 노동이 아름다운 사회

일터기사

[칼럼]

노동이 아름다운 사회
OO중학교 국어 교사 김연호

보고싶어도 참겠노라, 너의 공부를 위해!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한 사회의 발전에 있어 교육의 중요성을 지적한 이 말의 참의미는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장기적 과제를 그르치지 말라는 의미일 게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풍은 빗나가 있다. 어려서부터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외국어를 배워야 이 땅에서 ‘한자리’하며 살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많은 졸부들이 기러기 아빠 신세가 되고 있다. 그리고 백년지대계는 이렇게 인식되고 있다.

돈으로 1등 만들어 줄께

한국 교원단체 총연합회는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연 14조-15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초 중 고 학생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자그마치 9조 5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소비자 보호원이 한국 갤럽과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교육비는 13조 5천억 원에 달하고, 이 비용은 가구 월 소득의 약 9%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도 모자라서, 이제는 한국을 넘어 세계로, 교육의 열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육신이 골병들어 가며 먹고사는 평범한 노동자의 가정은 그저 세태 돌아가는 꼴을 보며 할 말을 잃고 만다.

엄마, 옆집 아이는 유치원 때부터 영어 배웠대

과외 열풍도 그 수준이 달라졌다. 고3 수험생이 부족한 과목을 채우기 위해 대학생들에게 의존하던 고전적인 과외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특수 목적고를 가야 명문대를 갈 수 있고, 특수 목적고에 가려면, 유치원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를 배워야 한단다. 이제 과외는 수험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라나는 모든 아동들에서 벌어지는 경쟁을 상징한다. 그것도 ‘있는’ 집 아이들과 ‘없는’ 집 아이들의 삶 속에서 차별과 경쟁의 원리를 가르치는 자본주의의 잔인한 수단이 되어 있다.

이제 노동과 연대를 가르치자!

정당한 노동이 사회에서 천대받는 사회, 자동차, 라면, 전철, 의료 등등 모든 사회적 생산물 속에 담겨 있는 노동자의 뜨거운 땀과 열정에 냉소를 보내는 사회, 그 속에서 건전한 백년지대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게다. 자신의 공장에서 자살 ‘당하고’, 자신의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노동자의 삶이 지속되는 한, 유치원에서부터 영어를 배워야 하는 세태가 바뀔 리 없다.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에서는 경쟁보다는 사랑이, 개인의 능력보다는 집단적 연대가 추구된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로 바로 서려면, 노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한달 수 십 만원을 들여 ‘경쟁을 가르치는’ 사교육에 우리의 아이들을 더 이상 맡겨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월급 몇 푼 더 받기 위한 노동운동이 아닌, 노동이 아름다운 사회를 건설하는 노동운동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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