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알아보지 LAW동건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과 노동자의 정신건강

일터기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과 노동자의 정신건강

이건우(후원회원, 노무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시행
직장이란 일차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공간을 의미하지만 나아가서는 공동체 형성, 유대감, 인정욕구 충족 등 자아실현을 위한 공간으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렇게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발생하게 되는 괴롭힘의 경우 노동자들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대부분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최근 개정된 근로기준법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위한 조항들을 신설하여 본격적으로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을 법적으로 규제하고자 시동을 걸었다. 근로기준법 제 76조의2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의 및 금지를, 동법 제76조의3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에 관하여 규정하였으며, 동법 제93조에서는 취업규칙 작성 시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였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 경우
1990년대 후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안에 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된 이후 약 20여년이 지난 2019년 7월 16일,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통하여 직장 내 괴롭힘이 법으로서 규율되었다. 상사나 동료 노동자의 폭언, 폭행, 따돌림, 부당한 지시 및 인사처분, 온라인 상의 괴롭힘 등 사인 간 발생하는 괴롭힘이 법적으로 규율을 받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및 노동관계법령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에게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직장 내·외부 및 온라인상 공간 등에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피해노동자가 신고한다면 관련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해야 하도록 하였다. 또 사업주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비밀유지의무를 지키지 못한 경우 과태료 처분을,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경우 벌칙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여 형사처벌 될 수 있도록 하였다.1)
직장 내 괴롭힘 법제화 이후 관련된 입법 사항들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실무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판단을 입법취지에 맞게 판단할 수 있도록 그 범위를 확대하는 등 법의 취지를 실현하려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으나, 고용노동부 조사자료에 의하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신고된 약 11000여 건 중 중도 취하된 건이 약 5000여 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의 40% 이상이 중도 취하되었다. 이를 통해 사후 조치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점, 또한 법 시행 이전 그저 인내해야만 했던 직장 내 괴롭힘이 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과 정신질환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정신질환을 원인으로 사망하였다고 주장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한 건은 약 150여 건으로, 2020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의 2021년 자살 사망자는 총 1만3352명이었다.(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그런데 자살자 절반은 직장인이므로 실제 자살 산재 건수는 공단에 신청된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아가 직장에서의 괴롭힘으로 인해 적응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에피소드 등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실정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업무상 재해의 인정 기준)
①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2. 업무상 질병
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규정된 이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의 경우 산재로 인정될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신체적 고통을 받았다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는 비교적 판단이 명확한 사례들이 아닌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신고된 사실관계를 사회통념에 비추어 보통 평균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유사한 법리를 구성하는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 민사상 위자료 청구도 가능하기에 여러 노동관계법률 및 판례의 법리들로 미루어 볼 때 직장 내 괴롭힘 피해노동자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법리들이 마련되고 있으며, 직장 내 괴롭힘 법안 또한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직장에서의 조치 및 예방 노력의 미비,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로서 정신질환에 대한 낮은 승인률,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판단된다. 충분히 예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다면 노동자 개인과 그 가족들은 물론, 기업 내부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도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치 및 예방에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 예방이 최우선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산을 오르는 모든 이들이 산불 예방에 대해 인지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 또한 마찬가지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 아무리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발생 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기한 바와 같이 직장 내 괴롭힘은 신체 뿐만 아니라 정신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이며, 이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하므로 심각성을 인지하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입법기관뿐만 아니라 사업주, 노동자들 모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하여 인지하고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할 때 비로소 법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1.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 제76조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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