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유노무사 상담일기] 농협중앙회의 카드·보험 실적압박에 고통 받는 농·축협 노동자들

일터기사

농협중앙회의 카드·보험 실적압박에 고통 받는 농·축협 노동자들

유상철(노무사, 노무법인 필)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전협노)과 함께 농협중앙회의 실적강요, 불공정거래관행, 지배·개입, 권한남용 등 사례를 바탕으로 지역 농·축협 노동자의 노동조건,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대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업협동조합은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설립한 단체이다. 지역 농협·축협·품목조합(농·축협)은 각각의 지역 농업인들이 조합원으로 출자하여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농협중앙회는 지역 농·축협의 전국 단위의 연합조직체로 지역 농·축협이 출자하여 설립한 단체이다. 농협중앙회는 농업인들을 위한 교육사업, 경제사업, 금융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목적 사업 범위 내에서 지역 농·축협에 대한 지도·감사 권한을 갖는다.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 직속 자회사이며, 지역 농·축협과 농협중앙회는 별개의 법인이다. 그러나 농협중앙회가 지역 농·축협에 대한 지도·감사 권한을 넘어서 지역 농·축협 운영 및 노사관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업무상 부담 또는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실적 때문에 ‘자폭보험’까지 드는 노동자들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은 경제사업, 신용사업으로 구분하여 협동조합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NH카드·NH보험은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하여 통제권을 확보하고 있는 지주회사, 자회사가 수행하는 업무이다. 즉,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은 NH카드·NH보험을 판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은 ‘기-승-전-카드·보험 실적압박’으로 이어진다. 농협중앙회는 지역 농·축협에 대한 종합경영평가 권한을 가지고 있고, 매년 종합경영평가에서 사업실적을 주요하게 평가한다. 신용사업에서 ‘비이자 수익’을 확대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에게 카드·보험 실적을 강요하는 것이다. 등급을나눠 종합경영평가에 따라 성과상여금을 감액하거나 지급하게 하고, 특별 승진 실시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평가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무소 평가에까지 반영되기 때문에 더욱 노동자들을 옭아매고 있다.
지역 농·축협의 전문적인 경영을 위해 존재하는 상임이사들은 농협중앙회 지역본부 경영분석회의에 참석하여 사무소별 실적에 따라 대우를 받는다. 자연스럽게 조합장, 상임이사들은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에게 실적 압박을 한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은 소위, ‘자폭보험(자폭)’이라고 하여 누군가의 명의로 보험에 가입하고 자기가 보험료를 대납하는 일도 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지인찬스를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설문조사 결과 자폭보험을 하였다고 응답한 사람이 87.6%에 달하였다. 조합원은 85.7%, 비조합원은 94.8%이었다.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실적 압박이 더욱 극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고 외치는 것은 심각한 자존감 훼손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노동존중 농협실현! NH지주체제 타파! 농축협 불공정 지배구조 타파!’를 주요 투쟁기조로 삼고 있다.

농·축협 노동자들의 업무상 스트레스 완화하는 길
노동조합은 2017년 NH금융지주체제로 사업이관이 되는 상황에 대하여 주식회사·지주회사 체제와 지역 농·축협 간 관계의 실체를 살펴볼 때, NH금융지주체제 출범 이후 현재까지 지역 농·축협 상호금융이 협동조합금융의 정체성을 잃은 가운데 NH금융지주 자회사 및 계열사의 사업을 위탁·대행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에 의존하는 구조에 편입되었
다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있다. 결국 지역 농·축협 상호금융부문의 비이자 수익 확대의 본질에 대하여 NH금융지주 자회사 및 계열사의 사업확대 및 강화 → 지역 농·축협 상호금융의 NH금융지주체제로의 편입과 복속 → 농협중앙회는 NH주식회사의 ‘유일 대주주’로서 조합 경영평가제도를 비롯한 각종 제도와 조치를 통해 지역 농·축협이 더욱 더 NH금융지주의 사업에 매진할 것을 강요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이런 상황이 현실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모든 시작과 끝은 농협중앙회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시급하게 지역 농·축협 노동자들의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때문에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지위에 있지 않지만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한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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