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현장의 목소리 – “하청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미는 구조 바꿔야 합니다”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 인터뷰]

일터기사

“하청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미는 구조 바꿔야 합니다”
–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 인터뷰

장영우(선전위원장)

거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임금인상과 노동조합 인정 등을 요구하며 51일간 파업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김형수 지회장은 파업을 종료한 이후인 8월 18일,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중인 김형수 지회장을 만나보았다. 인터뷰 이후인 9월 8일, 사측과 고용보장 합의가 이루어져 김 지회장은 21일간의 단식 농성을 중단했다.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회장 김형수입니다. 현재 국회 앞에서 단식 중인데 오늘(9월 1일)로 14일째입니다. 15년 정도 조선소에서 일했고 2020년부터 노동조합 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2주 단식하셨는데 건강은 어떤지요?
평소 특별한 병은 없었습니다. 먹지 않으니 기운이 없고 어지럽긴 한데 아직까지는 견딜만합니다. 매일 혈압, 혈당은 체크하고 있습니다. 단식하고 체중이 7kg 정도 빠졌습니다.

7월 파업 이후 노동조합 노동자들은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있습니까?
우리의 투쟁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좀 더 나은 노동조건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 의견도 있고요. 어떤 분들은 투쟁에 비해 성과가 너무 미약한 거 아니냐고 합니다. 폐업한 업체의 고용이 승계되지 않아 실망스러워 하는 조합원도 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지난 7월 우리의 투쟁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파업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단식 농성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난 7월 파업투쟁을 노사 합의로 정리했습니다. 당시 합의문에 ‘파업 투쟁 기간 중 폐업한 4개 하청업체 조합원들을 고용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개 폐업업체 40여명 조합원의 고용이 아직까지도 승계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 노사 합의를 했기에 파업을 다시 할 수는 없어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단식 농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소에서 하청업체 폐업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업체가 폐업한다고 하청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장이 인계받아 이름을 바꿔 업체를 운영하기 때문에 노동자의 고용은 그대로 승계됩니다. 또는 새로운 사장이 오지 않는 경우 폐업업체 물량을 이관 받은 동종 업체로 노동자들이 분산해 고용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특히 조선소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하청업체가 폐업했다고 고용이 승계되지 않는 것은 노동조합 조합원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봅니다.
요즘 조선소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인데 폐업업체 노동자들 중 조합원만 고용승계가 안 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블랙리스트입니다. 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 가입을 후회하게 만들려는 겁니다. 하청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조합원들은 다 고용 승계가 됐거든요. 심지어 일부 조합원들은 ‘노조 탈퇴하면 고용을 승계해주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고 합니다. 실제로 노동조합 탈퇴하고 고용된 사람도 있고요. 짐승 길들이듯 노조를 길들이려는 겁니다.
2016년 이후 조선업이 어렵다고 정부가 4대 보험료 체납처분 유예를 실시했는데, 폐업하는 대다수 하청업체들이 이 제도를 악용하고 있습니다. 하청노동자 월급에서 공제한 4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횡령한 뒤 수억 원을 체납한 상태에서 폐업을 합니다. 그러면 노동자들은 하청업체가 체납한 금액만큼 국민연금을 못 받게 됩니다. 그리고 폐업한 하청업체 사장은 바지 사장 내세워서 다른 지역 조선소에서 다시 하청업체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다 또 임금 체불하고, 4대보험 체납한 뒤 하청업체를 폐업하고… 결국 모든 피해는 하청노동자에게 돌아갑니다. 현재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체납처분 유예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체납은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용 승계가 되지 않은 40여 명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습니까?
실업급여를 신청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원래도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저임금에 시달리는데, 평소 임금보다 실업급여는 더 적습니다. 다들 어렵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470억 원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더라고요.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시기 방만한 경영으로 사정이 어려워지자 하청업체 하청노동자를 정리해고 했습니다. 남은 노동자들은 상여금과 임금이 깎였습니다. 저임금으로 시달리던 하청노동자들이 그동안 빼앗긴 임금을 원상회복 해달라고 지난 여름 파업투쟁을 했습니다. 우리가 투쟁하니깐 회사는 정규직 구사대를 동원해서 폭력적으로 진압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조합원들이 도크 점거 농성까지 벌이면서 투쟁했었던 겁니다. 파업이 지속되자 정부는 공권력 투입한다고 협박했습니다. 우리는 핵심 요구였던 임금인상을 쟁취하지 못했음에도 51일간 이어진 파업을 종료했습니다. 그러자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우리에게 손배 소송을 제기하는 건 개미 잡으려고 바위 떨어뜨리는 격입니다. 470억 원이라는 금액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돈입니다. 대우조선해양에서도 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을 겁니다. 이렇게 높은 금액을 두고 소송을 하려면 인지대도 많이 든다고 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이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 손배 소송을 하려는 건 노동
조합을 탄압하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접근하지 못 하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로부터 잠수함을 수주했는데 계약금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선박엔진을 미리 구입해서 900억 손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경영상의 이유로 발생한 손실은 책임지는 사람 하나 없이 그냥 손실 처리합니다. 그 손실은 국민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경영상의 손실은 아무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파업으로 인한 손실은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건 부당하다고 봅니다. 원청은 하청 노동자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기는 거 같습니다. 경영이 어려워지면 임금 덜 주면서 쥐어짜면 되니깐요.

어떻게 노동조합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지난 2016년부터 조선업 구조조정이 대대적으로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도 정부에서 대책은 없었습니다. 당시 해고로 인해 거제도의 자살자가 확 늘었습니다. 노동자들의 소득 감소로 소비 여력이 없다보니 거제 경제도 동반추락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대로 다 쫓겨날 수는 없다, 일방적인 해고는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 준비를 했고 2017년 2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사내하청 노동조합은 아닙니다. 하청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이 불안하니 이직이 잦습니다. 사내하청은 사직하면 노동조합도 탈퇴해야 하니까 처음 설립할 때 거제통영고성 지역의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과거 거제, 통영, 고성에서 조선업이 밀집했었는데 고성, 통영의 조선소는 대부분 문을 닫아 주로 거제, 특히 대우조선해양에서 노동조합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조직화가 더 되고 활동을 넓혀나가면 좋을 텐데 아직 역량이 미치지 못하여 아쉽습니다.

조선소에서 일이 힘들고 위험하다고 들었는데 하청 노동자들은 산재신청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현재 대우 조선 해양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약 만 명 가량 일하는데요, 정규직 생산 노동자들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하지만 산재 신청 건수는 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결국 인당 산재신청은 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1/4정도 밖에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사망사고의 대부분은 하청노동
자들에게서 발생합니다. 이 결과만 봐도 하청노동자가 어떤 노동조건에서 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조선소 직접 생산의 대부분을 하청노동자가 하는데, 특히 위험한 업무는 모두 하청 노동자 몫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요?
비뚤어진 세상과 고용구조, 산업구조는 달라져야 합니다. 다단계 하도급의 비정상적인 고용구조는 개선되어야 합니다. 정부, 국회, 시민사회에서 공론화하여 이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훨씬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거라고 봅니다. 하청 노동자들은 약자지만 바보는 아니잖아요. 이대로는 우리나라 조선업의 미래는 없습니다.

김형수 지회장은 9월 8일, 21일간의 단식 농성을 중단했다. 사측이 고용 승계 약속을 이행할 방안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후 노동조합 지도부에 대한 손배 소송 문제가 남아 있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최근 특수고용노동자나 간접고용 노동자를 노조법상 ‘근로자’에 포함하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을 가능하게 하며, 손해배상의 제한
및 금액 한계 설정 등을 포함하는 ‘노란봉투법’을 알리고 제정하기 위한 운동본부가 만들어지고, 노조법 개정 법안이 발의되는 등 법 개정 활동이 시작되었다.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를 비롯하여, 노동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을 폐지하고 원청에 책임을 지우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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