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 유노무사 상담일기 더불어 여(與)]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교섭대표노조 위원장으로 둔갑하다

일터기사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교섭대표노조 위원장으로 둔갑하다

유상철 노무사, 노무법인 필

괴롭힘으로 시작한 직장 생활

강원도에 소재한 P공장에서 발생한 일이다. 피해자는 2021년 2월 입사 후 교육 기간을 거쳐 5월부터 공무팀에 배치되었다. 배치 후 공무팀에는 A대리, B주임을 포함해서 3명이 근무하게 되었다. 팀의 막내로 피해자는 자연스럽게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그런데 피해자가 업무수행 중에 실수하거나 문의하면 이들은 “그걸 넌 왜 이렇게 못하냐!”라며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묻는 말에는 “네”라고만 답하라고 하며 모든 대화는 반말이었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이하 ‘노조’) 조합원들과 대화를 하면, “타부서 애들과 어울리면 가만두지 않겠다”, “다들 나한테 찍히면 회사생활을 오래 못하더라”라는 등 협박까지 하였다.

2021년 5월 현장에 배치되었을 때 피해자는 활기 넘치는 직장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5~10월 사이 지속·반복적인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면서 위축되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월 초 업무수행 중 B 주임이 “야 이 ‘새끼야’ 똑바로 보고 안 해” 등 욕설, 폭언, 인격 모독적 발언을 퍼부었다. 지난 6개월의 상황은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B주임의 욕설과 폭언이 발생한 다음 날 공무팀의 관계갈등 상황을 해결하고자 파트장이 부서 회의를 소집했다. 그런데 이 상황을 피해자의 하극상으로 몰아가며 시말서를 작성해 제출하게 하고, 1시간 단위로 업무내역을 기록해서 매일 제출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하였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P공장에서 노조는 금기시되었다. 그러나 피해자는 더 이상 혼자서 감내하기 어려워 노조를 찾아가 지회장과 면담을 하였다. 지회장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조사 및 징계, 피해자에 대한 유급휴가 등 적극적인 조치를 회사 측에 요구해야 하는 상황으로 판단하며 해결방안을 제시하였다. 피해자는 용기를 내어 노조에 가입했다. 너무도 명확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접수되었던 관계로 사용자 측에서 법에 따라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가해자 B주임은 ‘감봉 3월’, A대리는 ‘감봉 1월’의 징계를 받았다. 비위행위에 비해 징계 수위가 낮아 노조에서 항의하였지만, 징계양정은 유지되었다. 피해자는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해 발병한 ‘적응장애’에 대해 요양 신청을 하였고 이 사건은 진행 중에 있다.

가해자가 교섭 대표노조 위원장으로?

문제는 이 사건 가해자가 코로나19 상황에도 사업장 내 회의실을 이용하여 C노조 설립 총회를 개최한 것이다. 징계위원회가 개최되기 직전이었다. 가해자 중 1명이 다른 공장의 공장장과 친인척 관계에 있었다. C노조는 사용자 측에 교섭을 요구하였고, 노동위원회를 거쳐 C노조가 교섭 대표노조로 확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노조를 금기시하던 P공장에서 순식간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C노조는 교섭 대표노조 지위를 확보하고,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노조 위원장이 되었다. 노조 위원장이 된 괴롭힘 가해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 징계 구제신청을 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다. 과연 2021년 10월부터 11월 사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건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돌연 C노조가 설립된 상황이 가해자 1인의 활동만으로 가능했을까? 오랜 기간 노조를 금기시하였던 P공장에서 노동자들이 갑작스럽게 C노조의 조합원으로 가입한 것은 자발적인 선택이었을까? 너무도 빠르고 신속하게 복수노조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사용자의 입김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을까? 공교롭게도 C노조가 만들어진 시기 회사 측 노무담당자가 C노조 가입원서(로 추정되는 연판장)를 들고 다녔던 상황까지 있었다. 그냥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심증이 확실하다. 그런데 물증이 없다. 물증이!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입증이 필요한 상황인데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고, 조합원의 권리를 위해 적극적인 투쟁을 펼쳤던 노조는 교섭권을 상실하게 되었다. P공장에서 복수노조가 설립된 상황은 의문으로 가득하다. 물론 기존의 노조 지회장은 물러서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고자 분투하고 있다. 노조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젠가 개운하게 모든 내막이 밝혀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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