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 지역 노동안전 네비게이션] 전라북도 노동재해 및 노동안전보건 제도의 현황

일터기사

전라북도 노동재해 및 노동안전보건 제도의 현황

 

강문식 (회원, 전북노동정책연구원)

 

 전라북도의 여러 노동지표는 상당히 열악하다. 작은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고 임금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노동권을 제약받는 현실은 당연히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도 갉아먹는다. 꽤 오랜 기간 전라북도의 재해율과 사고사망만인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 실태를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2016~2020년 5년 동안의 「산업 재해현황분석」,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현황 분석」, 고용노동부 지역지청과 근로복지공단이 취합하는 재해 관련 자료를 살폈다. 지방노동관서와 지방정부가 수행한 노동안전보건 영역의 사무 현황도 점검했다.
 먼저 정부 기관의 통계에는 지역별 세부 자료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을 짚어둔다. 안전보건공단이 매년 발간하는「산업재해현황분석」자료에서 지방관서별 업무상 사고·질병재해자수와 재해율, 사망자수와 사고사망만인율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각 지역의 업종별·규모별 재해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지역별로 노동관계, 산업 구조가 상이하고 그에 따라 노동재해의 취약점도 다를 것이다. 이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조차 생산되지 않고 있다.

전국 평균보다 높은 전라북도 노동재해율
「산업재해현황분석」과 근로복지공단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북의 재해자 수는 2016년 3,301명에서 2019년 4,021명으로 매년 증가했다(전라북도 재해율 0.57%⇢0.7%, 전국 0.49%⇢0.58%). 업종별로는 제조업·광업 사고 재해율이 전국 대비 높았다. 다른 지역처럼 전북도 5인 미만 작은 규모 사업장에서 업무상 사고 재해율이 높다. 다른 지역엑 비해 작은 사업장 비중이 높은 전라북도의 현실을 고려하면 그 대책 수립이 중요한 과제이다. 전북은 사고사망만인율도 높은 편이다. 2021년에는 전국 대다수 지자체의 사망사고만인율이 전년 대비 낮아졌지만, 전북은 오히려 큰 폭으로 높아졌다. 전국적으로도 건설업 중대재해 비중이 가장 높은데, 전라북도는 그 비중이 전국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고, 재해 유형에 있어서도 떨어짐 재해가 차지하는 비중이 특히 높다(2020년 전국 42.1%, 전북 60%).

 전북의 업무상 질병 재해 신청 사건은 전국 4% 가량을 차지한다. 두드러지는 것은 광주 질판위로 의뢰된 전체 사건 인정률과 전북 재해자 인정률 사이의 차이다. 같은 기관에서 판정이 이루어지지만 전북 사건 인정률이 7.6%p 낮다. 광주 질판위와의 물리적 거리, 전북 도내에 노동안전보건 전문기관이 희소하다는 점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같은 현실에 대응하는 지방노동관서의 노동안전보건 행정은 무미(無味)하다. 전라북도를 비롯해 지자체별 노동재해 세부 현황을 다룬 자료조차 없는 실정에서 지역별 역점 전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간 안전보건감독을 비롯한 노동안전보건 사무는 국가사무로 분류되어왔다. 하지만 지방노동관서의 안전보건 감독 실태를 살펴본 결과로는, 통일성·전문성·종합성이 요구되어 국가사무로 분장한다던 설명에 의문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 전주·군산·익산지청이 시행한 안전보건감독 사업장 수는 매년 큰 폭으로 출렁였고, 전국의 흐름과도 상이했다. 최근 정부가 안전보건을 강조하며, 산업안전보건감독 사업체 수는 2018년 11,639개에서 2020년 19,290개로 대폭 증가했다. 반면 전북은 2018년 977개에서 2020년 780개로 감독 사업체 수가 오히려 감소했다. 전주지청이 실시한 정기 감독에서 위반율은 전국의 절반 이하고(2020년 전주지청 21.1%, 전국 50.6%), 사법처리율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어떤 연유가 있는지 지청 감독관에게 물었지만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는 만들어졌지만
실정이 이런 만큼 지방정부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려는 책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며 지역의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 대책을 수립해야 하지만, 전북은 한참 뒤처져 있다.「전라북도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가 2021년 2월에 제정되었지만 제정과정과 내용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증진한다는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조례안이 발의되어 제정되는 기간 민주노총과는 단 한번의 논의도 없었고, 다른 지자체 조례에 대개 담겨있는 노동단체 협의기구, 사업체 조사·감독, 중간지원조직 설립도 빠져있다. 심지어 안전보건계획 수립도 임의규정으로 남겨놨다.

 지방자치단체가 준수해야 할 법적 의무사항에서도 전북 지자체들은 모범적 사용자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안전보건 대책 논의가 시급했음에도 전북도는 2021년 3분기까지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았다. 안전·보건관리자 역시 전라북도·전라북도교육청·전주시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외부기관에 위탁하고 있다.

노동자 재해 진료, 재활, 예방사업을 할 수 있는 노동안전보건 전문기관도 부재하다. 직업환경의학과를 진료과목으로 둔 병원은 전주 2곳, 익산·군산·정읍 1곳인데 보건관리대행, 특수건강진단, 작업환경측정 등의 사업장 업무를 수행하여, 일반 재해노동자의 상담과 진료에는 제약이 있다. 직업환경의학 수련병원도 없다. 근로복지공단 병원 역시 전남·광주 권역에 운영되어 접근성이 낮다. 또한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보건관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전주 근로자건강센터 역시 전문성이 낮고 노동단체와 소통도 원활하지 않다.

제도의 실질을 채우기 위한 과제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북지역 안전보건운동의 과제가 여러 측면에서 제기된다. 우선 민주노총과 지방정부, 고용노동부 사이의 노정협의가 시급하다. 전북도청은 조례에서 수립하도록 명시된 안전보건계획부터 민주노총과 긴밀히 협의하여 세워야 한다. 작은 사업장이 많고, 건설업 중대재해가 빈발하는 전라북도의 현실에 맞는 노동안전보건 대책이어야 할 것이다. 지방노동관서는 재해 현황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초자료 축적에도 나서야 한다. 속 빈 강정인 노동안전보건 조례의 전면 개정을 통해 다른 지역에서 운영 중인 노동안전보건지킴이단, 노동안전조사관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사업장 재해 예방사업과 정책 개발, 재해 노동자의 치료 및 재활을 중점적으로 하는 노동안전보건 전문기관 설립도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지방정부에게 산업재해 예방 책무가 부여된 만큼 전북에서도 지방정부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동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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