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 A부터 Z까지 다양한 노동이야기] 당신이 먹는 ‘오소리감투’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 도드람LPC 윤진실 님 인터뷰

일터기사

당신이 먹는 ‘오소리감투’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 도드람LPC 윤진실 님 인터뷰

최민(상임활동가)

2020년 1년 동안 한국에서 소비된 돼지는 132만 5천 톤이나 된다. 1인당 소비량은 26kg이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도축된 돼지는 18,382,767 마리나 된다.(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이렇게 많은 돼지가 ‘돼지고기’가 되어 상에 오르기까지 여러 노동자의 손길을 거친다. 하지만 도축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과정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경기도 안성 도드람LPC에서 일하는 윤진실 님을 만나 도축 노동자의 일을 들어보았다. 윤진실 님은 다른 일을 하다 지인의 소개로 현재 13개월째 도드람 LPC에서 일하고 있다.

계류-해체-부산물-예냉, 돼지 도축 공정
“도드람 안성공장에서는 소, 돼지를 도축하는데 소 도축은 하청을 주었고, 저희 조합원들은(도드람 LPC) 돼지만 맡고 있습니다. 저희 조합원(생산직 파트)은 크게 4개 부서로 작업을 하는데 계류-해체-부산물-예냉과정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 외에 시설팀, 환경팀, 냉동팀도 있어요.
먼저 계류는 농장에서 싣고 온 트럭에서 돼지를 내려 안정 시킨 후 도축 공장 안으로 들여보내는 과정입니다. 이 직후에 전기 충격을 가해 돼지를 기절시키고 신속히 동맥을 끊어 방혈을 한 후 다리에 쇠고랑을 걸어 일종의 컨베이어벨트처럼 이동시켜 작업 과정으로 진입시킵니다.
해체실에서는 이렇게 들어온 돼지의 머리, 발톱 등을 제거하고 지육을 반으로 가르는, 이분할 작업을 마칩니다. 이때 돼지 배를 가르면 장막에 쌓인 내장이 통째로 떨어져 터널을 타고 오면 저희 부산물실에서 처리합니다. 삼겹살, 목살 등 돼지의 살을 바르고 분리하는 정형과 발골 작업은 바로 옆 도드람푸드에서 합니다. 저희 부산물실에서는 내
장을 처리하는 작업을 하고, 예냉실은 해체실에서 작업한 이분할 된 지육을 급냉터널로 통과시키고 미생물이 발생하지 않게 냉장 상태로 저장하는 곳입니다.”
부산물실 작업은 순대, 탕 등 내장을 즐겨 먹는 한국인의 식문화 때문에 한국 도축산업에서 좀 더 특별하게 존재하는 것 같다. 호주에서 일해본 적이 있다는 윤진실 님의동료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이런 식의 내장작업이 없었다고 한다.
“부산물실도 다시 크게 네 가지로 구분돼요. 공식 명칭은 아니고 저희가 사용하는 명칭입니다. 먼저 돼지 위를 잘라서 뒤집고 세척하는 “오소리감투” 일이 있어요. 오소리감투가 돼지 위장을 뜻하거든요. 백내장 작업은 해체실에서 관을 타고 내려온 내장에서 오소리감투, 소창, 염통을 분리하고 지방을 떼어내는 작업이에요. 소창 작업은 순대로 쓰이는 돼지곱창을 만드는 작업이고, 대창 작업은 돼지의 대장 내 배설물을 처리하는 작업입니다.
저는 칼을 쥐고 작업하는 백내장과 소창 작업이 더 힘든 거 같아요. 예리한 칼을 다루니까 위험성도 있고 베이기도 하고요. 또한 상품성이 없거나 상한 내장은 손으로 뜯어 내는 일도 하는데 이게 지방이다 보니 손에 잘 쥐어지지 않아 힘이 들어가서 1년이 지난 지금도 손이 너무 아파요. 입사 후 몇 개월은 잘 때 손가락이 펴지지가 않더라구요.”

4~5초에 한 개씩, 숨 돌릴 틈 없는 작업

4가지 업무는 난이도나 신체 부담이 달라서 1시간 반마다 돌아가면서 맡는다. 윤진실 님 본인 포함 함께 일하는 노동자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한다. 근골격계 질환의 가장 중요한 요인은 노동 속도다. 노동조합이 회사와 체결한 단협에 따라 도드람 LPC에서는 하루 8시간 동안 약 2,600여 마리를 도축한다. 시간당 400마리, 한 타임 530마
리, 두 타임 1,060마리 이하로 도축한다. 한타임은 보통 1시간 30분이다.
1시간에 400여 마리, 쉬는 시간까지 치면 보통 4~5초에 1마리씩 도축하는 셈이다. 이는 곧 4~5초에 한 개씩 돼지 위장을 갈라 뒤집고, 4~5초에 돼지 한 마리의 내장 지방과 내장을 분리, 제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상 포드식으로 완전히 분업화되어 있고 숨 돌릴 틈 없이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나마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있어 쉬는 시간
이라도 보장된다. 대부분의 다른 도축장들은 점심 식사 때까지 쉬는 시간 없이 작업을 한다고 한다.
“부속실 전체적으로 항상 물이 흥건하고 추운 편입니다. 면장갑 등 안에 한 겹 장갑을 더 끼고 고무장갑을 끼는데도 손이 시렵습니다. 식품을 다루다 보니 공장 자체도 낮은 온도를 유지하고요. 겨울에는 옆에 뜨거운 물을 갖다 놓고 손이 많이 시려울 때 손을 담가 가면서 일할 정도예요.

피부질환도 많아요. 오소리감투 작업을 할 때 돼지 위를 가르면 소화액이 튀기도 하는데, 그게 피부에 처음 닿으면 흉터가 생길 정도로 독하더라고요. 눈에 들어가면 눈이 붓기도 해요. 그래서 일터 한켠에 안약을 준비해놓기도 합니다.
손가락뿐 아니라 팔, 어깨, 목 다 아프죠. 공장설비가 오래되다 보니 작업대가 주로 키 작은 여성 노동자 기준으로 맞춰져 있어요. 고개를 계속 숙인 채 빠르게 작업을 하다 보니 다들 거북목이 아주 심합니다. 5년 이상 일한 사람 중에는 경추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도 많아요.”
처음 해본 일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노동강도와 근골격계 부담도 큰 도전이었지만, 생소한 도축업 자체가 어려움이었다.
“처음 일 시작했을 때는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들었어요. 일단 돼지 내장이 비주얼 자체가 낯설었으니까요. 부산물 파트는 사실 냄새도 강하게 납니다. 다량의 물을 계속 흘려보내면서 배설물을 치우는 작업이니까요. 시각적, 후각적으로 생소한 환경에서 일하려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다 힘들었던 거죠.
사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수습 기간 중 잠깐 해체실에서 일했던 경험이었어요. 회사에서 정책적으로 신규 사원들은 수습 기간에 모든 파트를 돌도록 하거든요. 해체실에서는 돼지 전신을 보게 되고 피를 다량으로 보니 힘들더라고요. 처음에 돼지가 나오는 꿈도 꾸고 그랬어요. 결국 무뎌지긴 하는데, 그래도 약간 트라우마처럼 남는 게 있기도 한 것 같아요.”

공정별로 세분화된 하청구조, 차별받는 노동조건
“도드람”은 하나의 브랜드 공장이지만 구체적인 업무는 여러 작은 하청 회사들이 나눠 맡고 있다. 도드람 안성공장은 안성시청 산하 지방 공기업으로 있다가 김대중 정부 시절 민영화 정책에 따라 도드람양돈농협에 인수됐다. 도드람LPC와 도드람푸드는 도드람양돈농협에서 직접 운영하며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지만, 절반 이상의 공정은 도급
을 주어 운영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 중에는 이주 노동자도 많다. 같은 일을 하는데도 직접 고용된 조합원들과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의 처우와 상황은 매우 다르다.
“저희 부산물실에도 사실 대창 분비물 빼는 파트에는 절반만 우리 조합원이고 나머지 절반은 하청업체가 맡고 있어요. 그것도 두 개 회사로 나뉘어 있지요. 소 도축 과정은 전체를 모두 도급을 맡겨서 하청업체에서 하고 있고요. 하청업체까지 합친 노동자 전체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어요. 점심 먹을 때 보면 500~600명은 되는 것 같은데, 절반 이상이 하청업체 직원인 것 같아요.
컨베이어처럼 돌아가니까 모든 업무가 각각 4~5초 내 1개 작업을 마쳐야 하잖아요. 그런데 대창에서 분비물 빼는 작업은 그렇게 정해놓고 못 해요. 깨끗해질 때까지 해야 하니까요. 돼지 상태에 따라 빨리 깨끗해지는 경우도 있고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고요. 우리는 단협에 휴게시간이 보장돼 있어서 좀 일이 밀려 있어도 시간이 되면 쉴 수 있습니
다. 그런데 하청업체 소속 분들은 물량이 쌓여있다 싶으면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합니다. 우리는 연장근무 등도 노동조합 통해 협의해서 하는데, 그분들은 그런 협의 없이 연장이나 추가 근무가 갑자기 정해지기도 하지요. 도드람은 노동절, 창립기념일, 명절 때 선물도 아주 잘 나오고 복지가 잘 돼 있는 편인데 이것도 도드람양돈조합에 직접 고용
된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되죠.”

깔끔하게 포장된 ‘돼지고기’ 이면엔 이런 도축 노동이 있다. 험한 일을 하는 만큼 도축 노동자들도 적절한 노동강도, 괜찮은 임금, 안정적인 고용상태를 누리면서 일하길 바란다. 인터뷰 마지막에 임진실 님이 남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그렇다.
“전국적으로 도축 노동자들이 수천, 수만 명은 될 것 같은데 그분들의 노동조건은 우리보다 훨씬 열악할 겁니다. 그나마 우리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이 있어서 단협을 통해 노동조건을 어느 정도 협의 할 수 있기 때문에 상위 1% 조건이라 생각해요. 김제 도드람 공장만 해도 부서별로 모두 하청이고 기계화 되어있어 하루에 3,500마리 정도 도축을 한다고 들었어요. 우리 안성 공장도 기계들을 하나둘씩 들여놓고 있어요. 그래야 회사 측에서는 인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겠죠. 다른 도축산업 노동자들이 적어도 우리 수준의 고용 안정이나 급여, 복지 등 처우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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