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 유노무사 상담일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해 유탄을 맞다!

일터기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해 유탄을 맞다!

유상철(노무사, 노무법인 필)

사고와 질병을 예방하자는 사회적 합의

아이가 어렸을 때 항상 횡단보도로 통행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빨간불이든 녹색불이든 차가 멈추거나 없을 때 건너야 한다고 가르쳤다. 개인적으로도 가두투쟁 등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편인데, 적어도 횡단보도로 건너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예측하지 못한 사고와 노동자의 업무상 사고 및 질병을 예방하기 위함이란 것도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2022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 이는 “사업 또는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을 규정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중 ‘중대산업재해’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산업재해 중 △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 △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을 말한다. 즉,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형사법이다. 그러나 경영계에서는 기업을 운영할 수 없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기본적으로 △ 재해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 △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대책의 수립 및 이행 △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 등을 해야 하므로 기업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대비한 과중 업무, 노동자를 사지로 몰다

같은 사무실의 동료 노무사와 함께 진행한 사건이다. 청소년 이용 시설에서 시설관리업무를 수행하던 노동자가 2022년 1월 말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치료 중 사망했다. 통상 시설관리 업무를 단속적 업무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으나 재해자는 각종 수리, 교체 등 상시로 시설관리 업무를 수행하였다. 각종 안전사고 예방 업무와 더불어 대관, 코로나19 대응 등 다른 업무도 많이 부담하여 상시 업무량이 많았다. 특히 부서의 잦은 입·퇴사는 재해자의 업무를 더욱 과중하게 만들기도 했다. 재해자는 2021년 말 승진 인사에 상당한 기대를 하였으나 탈락하여 낙담이 컸고, 직접 수행하지 않은 행정감사 지적사항으로 인해 징계를 받는 등 업무상 스트레스가 급증한 상황이기도 했다.

2022년 1월 재해자에 대한 전보 조처가 단행되었다. 직접적 사유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한 조직개편이었다. 존재하지도 않던 시설 안전 총괄 업무를 재해자에게 부여하며, 중대재해처벌법 등 안전관련 법령에 따른 안전보건 조치, 2022년 안전보건계획 수립, 사회적 재난안전관리 등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라고 하였다. 법 시행 전에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부담하게 되어, 혼자 교육을 받고 자료를 찾는 등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22년 재해 발생일까지 20일이 넘도록 휴일도 없이 연속해 근무하였고, 업무시간 역시 급격히 증가하였다. 업무상 책임과 부담이 가중되는 정신적 긴장을 동반한 업무를 수행하였고, 20일가량 휴일도 없이 근무한 상황에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재해라고 주장하였고, 다행히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었다.

노동부가 2022.7.19.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올해 상반기에 303건의 업무 관련 사망사고가 일어나 노동자 320명이 숨졌다. 물론 질병사망 사건은 제외한 수치다. 매일 2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꼴로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고 발생 사업장 대부분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50.5%), 공사비 50억 원 미만 사업장(66.8%)이 차지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통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재해자의 경우 결국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해 유탄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비껴가 사업주의 처벌을 방지하는 데 집중하지 말고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의한 안전보건조치를 제대로 이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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