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 활동가 운동장] 잘 차려진 밥상,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일터기사

잘 차려진 밥상, 어떻게 하면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을까?

안규백(회원,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

노동자가 자신이 일하고 있는 곳에서 건강권과 직결되는 안전보건 활동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하고 싶어도 그와 관련된 여러 조건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활동이 잘될리 없다. 그 첫 번째 조건이 노동조합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노동조합의 조직(설치) 여부는 비단 안전보건 활동뿐만 아니라 임금, 복지 등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전체에 영향을 준다.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과 없는 사업장은 모든 면에서 절대적인 차이를 보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다른 조건은 ‘이윤보다 노동자의 몸과 삶이 먼저’란 기본적이면서 확고한 생각을 가진 활동가들이 많아져야 하는 것이다. 난 이 부분을 ‘노안 감수성’이라 표현하곤 했다. 특히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음에도 안전보건 활동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건 바로 노안 감수성이 부족하거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고, 이를 키우고 확대하기 위한 여러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잘 차려진 우리의 밥상, 단체협약
한국전쟁 직후였던 1955년 신진자동차공업에서 시작해 새나라자동차, 새한자동차, 대우자동차, 현재의 한국지엠까지 이어지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현장이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이다. 노동조합은 1963년에 처음 설립되었고, 노동자 대투쟁이 벌어지기 전이었던 1985년 서슬 퍼렇던 전두환 정권 시절 임금인상 파업 투쟁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곳이라면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 관해 사용자와 문서로 합의한 단체협약이 존재한다. 특히 단협에 포함된 안전보건 부문을 잘 이해하고 실현되게 하려면 이와 관련된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잘 차려진 밥상과도 같은 단체협약이라도 잘 활용해보고자, 내가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현장조직 민추위에서 노동안전보건 교육을 고민했다. 항상 부족한 회원이었지만 언제나 존경하고 애정하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있었기에 고민을 구체화해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함께 ‘노동자 건강권 이해와 산업안전보건법 개관, 중대재해처벌법, 위험성 평가, 작업환경측정, 건강검진,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산업재해 보상’ 등을 주제로 한, 총 6회의 강의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현장의 안전보건 활동은 어렵기만 하고, 관련 법령을 모두 잘 알아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섣부른 단정이었음을 알아가는 시간이길 바랐다. 그래서 안전보건 활동이 특출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이 노동하고 있는 현장에서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바꿔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고 싶었다.
이런 바람으로 시작한 교육은 주말 오후 시간이었음에도 참여 인원이 꾸준했다. 너무나 당연하게만 생각해왔던 우리의 단체협약이 그 내용으로만 봤을 때는 여타의 사업장들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한 동시에 그동안 우리가 잘 차려진 밥상 앞에 앉기만 했지, 어떻게 하면 이 밥상의 맛난 음식들을 맛있게 잘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실행이 부족했다는 점을 절감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노동안전보건, 노동자 스스로가 직접적인 주체가 되어야!
작업환경측정, 근골격계유해요인조사 등은 현장 작업자들에겐 그냥 귀찮은 것으로만 여겨진다. 왜일까? 작업자는 항상 수동적 대상자이기만 했었고, 그 조사 행위에 직접적인 당사자이지 못했다. 또 매번 해봐야 직접 피부로 느껴질 만큼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신이 노동하고 있는 곳에서부터 제기하고 바꿔나가려는 다양한 시도들,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이 수동적 대상자가 아니라 적극적 당사자가 되는 것이 안전보건 운동의 핵심이지 않을까?

“내가 일하고 있는 현장은 내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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