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 활동가 운동장] SK매직서비스지부, 특수고용노동자와 함께하는 안전한 일터 만들기

일터기사

SK매직서비스지부, 특수고용노동자와 함께하는 안전한 일터 만들기

박상웅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노동안전위원장

안녕하세요.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노동안전위원장 박상웅입니다. 저는 우리 노동조합 산하의 SK매직서비스지부 노동조합에서 정규직과 특수고용노동자가 함께 손을 맞잡고 움직이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좋은 사례가 있어 이번 기회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전히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놓인 사업장, SK매직서비스
SK매직서비스지부에 소속된 조합원들은 가전제품을 각각의 집에 방문하여 설치하거나 수리하는 일들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SK매직서비스에서 AS 업무와 설치 업무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AS는 정규직 노동자인 ‘서비스 매니저’가 하지만, 설치 및 반환 등의 업무는 ‘설치 마스터’라는 특수고용노동자가 나눠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래 SK매직서비스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모두 특수고용노동자들이었고, 오랜 투쟁을 거쳐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SK매직서비스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 특수고용노동자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외에도 노조에는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보위)가 정상적으로 구성되지 않아 현장의 노동환경과 노동자의 실질적인 위험요소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안정적인 고용 환경을 쟁취해도 정작 현장에서는 여러 안전 사고들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특히 제품의 설치·반환 업무를 아직도 특수고용노동자로 놓여 있는 ‘설치 마스터’가 진행하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그래서 지부는 2022년 공식적인 산보위 구성을 요구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그 해 1분기에 처음으로 산보위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설치 마스터’도 산보위원으로 함께 참여할 수 있기를 요청했지만 안타깝게도 불발되었습니다. 대신 참관인의 자격으로서 함께 참여하는 것을 보장받았습니다. 여러 한계가 있었지만, 특수고용노동자가 산보위에 참석하는 흔치 않은 상황을 만들어낸 좋은 사례였습니다.

정규직과 특수고용노동자, 함께 뭉쳐 큰 성과를 만들다
SK매직서비스지부는 작년 산보위를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노사가 함께 위험성 평가를 진행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중량물을 취급하거나, 사다리 위에서 고소 작업을 할 때 위험성의 문제를 지적해 현장의 안전문제를 공식화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비록 단 하루에 불과했지만, 회사도 지부의 지적에 동의해 위험성 평가의 시행에 동의하며 노동자의 안전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의 초석을 마련하였습니다.
이후에도 전기톱을 비롯한 작업 공구의 사용에 대한 안전 예방 조치의 필요성, 중량물 제품 설치에 있어 2인 1조 작업이 필요한 이유와 조속한 실현에 대한 요구를 수시로 전달하였습니다. 가전제품 설치·수리기사의 감정노동 예방을 위한 고객응대종사자 매뉴얼을 마련한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특히 매뉴얼 제작에 있어 ‘설치 마스터’가 함께 참여해, 당사자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되어 실제 현실에서 유의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지부는 이렇게 노동자의 힘으로 만든 매뉴얼을 현장에 배포하고 교육을 실시하여 매일매일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현장 노동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2022년 8월부터 사업장의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됨에 따라 법령에 맞는 휴게시설 마련을 요구해, 노사가 함께 열악한 지역의 휴게실을 점검하여 점진적으로 개선 중인 것도 유의미한 변화입니다.

아직도 존재하는 한계,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으로 돌파하자
위와 같은 활동을 해왔지만 아쉽고 어려운 점도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여전히 산업안전보건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산보위에 참관자로서만 참석이 허용되는 상황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소극적으로 전달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노동자로서 정당한 요구를 펼쳐도 산보위 회의록에는 발언의 내용을 담기가 곤란하다는 회사의 입장을 듣고 한숨을 쉰 적도 있습니다.
법이 현실에서 동떨어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노동자의 산업안전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모든 노동자가 함께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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