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번지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온 세계가 혼란스러웠던 2020년이었다. 그러나 2020년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뿐만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혹사당한 방송 미디어 노동자를 다시 한 번 우롱하고 정당한 권리를 박탈하면서도, 자신들의 행위를 ‘노사 화합’을 위한 결단이라고 포장하는 한 방송사의 존재가 2020년 미디어 노동의 환경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 방송국의 이름은 바로 JTBC이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방송 미디어 노동자를 위해 운영하는 익명 제보 창구 ‘미디어신문고’에는 올해 5월 드라마 <사생활>에 대한 제보를 시작으로 12월 현재까지 JTBC가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대하여 총 5건의 제보가 접수되었다. 동시에 이 제보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스태프들을 모집할 때는 ‘주 52시간제’를 하겠다며 유혹하고, 정작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 계약서를 쓸 때는 주 52시간을 3개월 12주 단위로 환산하여 적용하는 ‘3개월 탄력근로제’를 강요했다. 회차간 8시간 휴게시간 보장, 주 2일 휴게일 보장과 같이 당연하게 지켜야 할 요소를 제외하면 일일/주간 노동시간 제한 없이 단지 ‘3개월 동안 총 624시간만 지키면 되는’ 불합리한 계약서였다.
그러나 방송 노동자들은 이러한 조항이 무척이나 불공정하다고 생각해도, 방송사와 제작사의 힘이 일방적인 방송 노동 현장에서 이를 거부할 힘이 없었다. 그렇게 ‘3개월 탄력근로제’라는 미명아래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하루 최대 18시간 노동이 JTBC가 제작하는 드라마를 비롯한 방송 프로그램 촬영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새벽 일찍 출근해, 다시 새벽에 돌아와 제대로 잘 틈도 없이 다시 다음 날 촬영을 준비하는 ‘디졸브 노동’은 전혀 바뀐 것이 없었다.
근로자대표와의 명시적 합의 없이, 일일/주간 촬영시간 제한 없는 ‘3개월 탄력근로제’는 주 52시간제라 부를 수 없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정말로 JTBC가 주 52시간제를 방송 촬영 현장에서 이행하고자 했으면, 노동자를 사탕발린 세치 혀로 농락하는 대신 방송스태프지부를 비롯한 방송 노동자들과 충분한 상의를 했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TBC는 변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가 계속 JTBC가 제작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노동 환경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JTBC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계속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JTBC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 보낸 공문을 통해 “주 52시간제는 유동적인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는 도입하기에 매우 어렵지만 JTBC는 ‘3개월 탄력근로제’를 통해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근로 환경을 만들었다.”는 식으로 자화자찬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한빛센터가 요구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면담 논의에는 단 한 마디의 답변도 없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JTBC는 드라마를 촬영하는 방송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뉴스를 비롯해 영화 영역의 노동자들에게도 마수를 들이밀고 있다. <JTBC 뉴스룸>을 비롯해 JTBC를 통해 방송되는 뉴스를 제작하는 노동자들이 소속되어 있는 JTBC미디어텍에서도 주 52시간제 시행을 빌미로 일방적인 수당 삭감을 시도하고 있다는 제보가 한빛센터에 접수되었다. 2015년 이후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하루 최대 12시간 노동이 점차 보편화되어있는 영화 역시 제작사도 JTBC 산하의 영화 제작사며, 노동자도 본래 계속 영화만 찍어왔던 사람임에도 불구하며 ‘넷플릭스용 드라마’를 찍는다는 명목으로 표준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고, 방송 노동의 열악한 환경을 강요한다는 제보가 한빛센터에 도착한 상황이다. JTBC와 중앙일보 그룹 전체에서 주 52시간제를 빌미로 자사에 소속된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시도라 보아도 무방할 지경이 되었다.
JTBC는 대체 언제까지 알량한 수작을 계속 부릴 셈인가! JTBC를 많은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팩트체크’를 왜 자사를 통해 방송하는 수많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에는 단 하나도 적용하지고 않고 있는 것인가.
JTBC는 더 이상의 변명과 위선을 멈추고, 방송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한빛센터와 방송 노동자들의 요구에 응답하라!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일방적인 3개월 탄력근로제를 중단하고, 미디어 노동자의 권리를 진정으로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라!
오늘 기자회견에 함께한 단위들은 더 이상 JTBC가 노사 화합을 빙자하여 지극히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항을 방송 노동자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을 촉구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한동안 방송보다도 노동 환경이 열악했던 한국 영화의 노동 환경도 점차 노동자를 위하여 변하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의 상황에서 JTBC의 태도는 다른 방송사나 제작사와 다를 바 없는 구태의연한 자세에 불과하다! JTBC는 불통을 멈추고, 진정으로 방송 노동자와의 소통에 나서라.
2020년 12월 17일 11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즉각 입법 촉구 전국동시다발 긴급 기자회견’의 일환으로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경기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공동주최 하였습니다.
[기자회견문] 우리는 모두 중대재해의 생존자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71년 원진레이온 故문송면 노동자, 2012년 구미 불산 가스 누출사고, 13년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 18년 삼성전자 화성공장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故황유미님 등 400여 명의 사상자, 18년 태안화력 서부발전 故김용균노동자, 19년 故김태규노동자 등등 아직도 우리 곁은 떠나는 산업현장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하루 평균 7명, 1년에 2천여 명이다. 일터에 나가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한 이들은 누구인가. 기업과 관료사회는 노동자 개인의 실수라고 변명한다. 그러기엔 숫자가 너무 많다. 시민들은 그 많은 개인들의 잘못으로 산업현장이 피로 얼룩진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94년 성수대교, 95년 삼풍백화점, 03년 대구지하철, 14년 세월호참사, 94년부터 2011년까지 지속된 가습기살균제참사 등 열거할 수 없는 시민재해가 우리 사회를 난도질했다. 그 중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심지어 사회적 참사의 진상조사를 위해 출범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도 최근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조사는 배제하는 특별법 개정안으로 모욕당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영문도 모른 채 죽은 이들과 그 친족들에게 국가가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 법이다. 한국사회 특성인 복잡한 원.하청관계와 재벌체계에서 진상을 규명하고 진짜 책임자 소재를 규명하는 법이다. 이는 우리 모두를 위험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공감대로 발의까지 왔다. 거대여당 민주당은 대표가 나서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럼에도 아직 표류중인 것은 심히 유감이다. 정의당과 산업재해사망자 유가족모임인 “다시는”이 국회 앞에 농성장을 꾸렸다. 하필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일주일이다. 이낙연 대표를 비롯해 정치권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와서 급물살을 타는 모양이다. 그간 법사위 안건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것을 뒤로하고 이제는 정말 통과를 위해 달려갈 때다.
우리는 그동안 숱한 유가족들을 투사로 만들었다. 황망함을 위로받기도 전에 유족들이 받아야 했던 것은 책임자들의 비웃음과 폭력이었다. 책임자들은 황색언론을 동원해 유가족들을 고립시켰다. 시민들은 더 이상 그들을 고립시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노동자고 시민이다. 우리는 누구든 안전하게 일하고 영문도 모른 채 죽는 시대를 끝낼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경기운동본부는 그동안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을 앞서 나열했다. 경기운동본부는 숫자로 지나간 그들의 죽음이 아직도 아프다. 운동본부는 유가족들의 아픔에 재차 위로를 전하며 각 원내정당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늦었지만, 임시국회 내에 제정하겠다는 이낙연 대표의 약속이 산재 유가족의 단식투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닌 ‘약속’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법 제정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분명한 입장 표명과 연내 법 제정을 추진하는 실천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법 취지에 맞게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산재 유가족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연대 및 노동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이번에는 2년 전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 당시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 쇼핑이라는 ‘쉽고 편리한’ 방식에 익숙해져 일상적으로 이용하면서도 정작 그 물건들이 출발하는 물류센터라는 곳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상상해본 적이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 회사의 수많은 취급 제품들을 운반하고 규칙에 따라 분류·진열하며, 내가 주문한 물건들을 골라내 파손되지 않게 포장하고 상자에 담는 일을 ‘사람’들이 하고 있다는 것을, 물건을 고르고 클릭, 클릭하면서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240여개 단체들의 면면을 보라. 법안의 허점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것들을 모른 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전문가적 식견이라는 것 역시 자신의 존재 기반과 당파성에서 비롯되는 입장일 뿐이다. 당신들만이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다. 15년간 같이 논의하고 검토하고 고민해 왔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그동안 노동자들은 계속 죽어 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고 이한빛 피디 아버지 이용관 님과, 고 김용균 님 어머니 김미숙 님,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 이상진님이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국회는 우리의 목소리에 답해야 합니다.
■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이용관 저희 산재피해가족과 사회적 참사 가족들은 아들과 딸, 형제자매, 부모를 잃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순간부터 저희는 모든 삶이 멈추어 버렸습니다. 많은 분들은 살아야할 이유를 못 찾고, 먼저 떠난 가족을 따라 스스로 세상을 버리기도 합니다.
많은 유가족들은 생업마저도 포기하고 오늘도 진상규명을 위해 울부짖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도 기업은 책임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유가족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런 참극이 하루에 6~7명씩 수십 년간 지속되었는데 정부와 국회는 방치해왔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와 유가족은 일터에서 가족을 잃는 참극을 멈추게 하기 위해 10만 국민의 동의를 얻어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주기를 바라며 지난 12월7일부터 정의당과 함께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하며 국회의원들에게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정기국회에서 수많은 법안이 통과됐으나 저희가 제출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논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저희 유가족들은 피눈물이 흐릅니다. 이제 저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생명보다 소중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살아남은 저희 가족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그저 모든 삶이 부서져버린 저희와 같은 가족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 나라, 일하러 갔다가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계속되는 죽음을 보며 계속 고통 받지 않기 위해, 그래서 저희도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합니다. 오늘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을 할 것입니다. 법이 제정되지 않는 한 살아서 제 발로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국회는 조속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 주십시오. 제발 저희가 살아갈 수 있는 작은 희망을 만들어 주십시오.
■ 단식농성을 시작하며
김미숙
어제가 용균이 얼굴을 못 본지 2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들어달라고 농성하느라, 추모제가 열린 태안 용균이 회사에도 못가 봤습니다. 아직도 용균이가 없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데,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용균이로인해 만들어진 산안법으로는 계속되는 죽음을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변한 게 없습니다. 매일같이 용균이처럼 끼어서 죽고, 태규처럼 떨어져 죽고, 불에 타서 수십 명씩 죽고, 질식해서 죽고, 감전돼서 죽고, 과로로 죽고, 괴롭힘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고, 화학약품에 중독돼서 죽습니다. 너무 많이 죽고 있습니다. 제발 그만 좀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보고 있기가 너무 괴롭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좀 만들어달라고, 정부와 국회가 안전을 책임저서 사람들을 살려달라고 국회에서 7일부터 노숙농성을 했습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법 좀 만들어달라고 허리 숙여 간절히 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때로는 들리지 않을 것 같아 소리 높여 답답한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논의도 안하고 있다니 너무나 애가 타고 답답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마지막 선택을 했습니다. 저는 평생 밥을 굶어본 적이 없어, 무섭기도 하고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자신을 갉아먹는 투쟁방법을 다른 사람들이 단식을 하는 것도 따라다니며 뜯어말리고 싶었는데 이제 저 스스로 택합니다. 나의 절박함으로 다른 사람들을 살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입니다. 법이 제대로 만들어질 때까지 피눈물 흘리는 심정으로 단식을 할 겁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재정될 때까지 잘 버텨보겠습니다.
<기자회견문>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즉각 제정하라
12월 9일 정기국회 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무산됐습니다. 12월 10일 태안화력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 노동자의 2주기를 앞두고 들려온 소식에 참담함을 느낍니다. 정의당, 더불어 민주당, 국민의 힘 모두가 법안을 발의했고, 이낙연 민주당 당대표가 제정을 약속했지만 끝내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이뤄지지 않은 것입니다.
올해만 해도 한익스프레스 이천 산재참사로 38명의 노동자가 떼죽음을 당했고, 인천 남동공단에서, 포스코 제철소에서, 영흥 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매해 2400명의 산재사망자가 발생하고, 끊이지 않는 재난참사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지난 9월 22일 10만 명의 동의로 국민동의청원이 성공한 것은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필요함을 확인하는 사건이었습니다.
2020년 올해 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국회 밖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 당사자 2인이, 국회 안에서 산재·재난참사 피해자들이 농성을 하며“ 더 이상 우리 가족들의 동료가 계속 죽어나가서는 안 된다”절절히 요구했지만 국회는 끝내 외면한 것입니다.
아들의 2주기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국회에서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한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님과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님,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이 12월 11일 단식에 들어갑니다. 12월7일부터 단식에 돌입한 이태의, 김주환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 5명이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법 제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싸워 온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도 단식에 들어갑니다.
산재 재난참사 피해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민주노총도 국회 앞 농성장과 전국 지역에서 릴레이 단식을 이어나갈 것이며 촛불을 들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즉각 제정을 요구할 것입니다.
누군가 죽었던 현장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사망하는 현실이 매일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의 발생은 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빚은 결과이자, 산물입니다. 이러한 부실 문제를 바로잡아 이후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 발생 원인을 규명(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하고, 이에 따른 재발방지대책을 세운 뒤 실제 조치를 이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실상 현장에서 실제로 중대재해가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결과에 대한 대응이 미진하면, 원인이 사망한 작업자의 실수와 책임으로 오롯히 전가되고 그만큼 재발방지를 위한 작업환경의 개선은 요원해진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였습니다. 이 매뉴얼을 통해, 노동조합과 노동안전보건활동가가 어떤 관점과 태도로 중대재해를 다뤄야 하는지, 그리고 대응 과정에서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실무에는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혹시라도 중대재해가 발생 한다면, 이 매뉴얼을 현장의 상황에 맞게 수정/변형하여 적용하면서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이 보고서가 건설노동자들의 건강하고 안전할 권리를 쟁취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본층노동강도평가보고서_최종(201207).pdf
6.98MB
<제목차례>
Ⅰ.연구의 배경 및 방법1
1.연구의 배경1
2.사업의 목표1
3.조사연구의 방법2
1)노동강도의 정의와 연구 범위2
2)구체적 조사 방법3
3)노동강도 평가사업 일정4
Ⅱ.조사 결과5
1.설문조사 결과5
1)설문조사 개요 및 설문 참여자 기본 정보5
2)노동시간7
3)건강행동 및 건강 일반9
4)유해인자 노출13
5)손상 경험 및 산재처리 경험22
6)근골격계 증상 설문조사 결과25
7)노동강도 평가 및 노동강도를 낮추기 위한 과제35
8)소결45
2.면접조사49
1)면접조사의 목적 및 방법49
2)면접조사 결과51
3)소결70
※보론:본층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위하여71
3.현장 조사77
1)개요 및 방법77
2)현장 조사 결과78
3)소결110
4.분진 및 소음 측정112
1)조사 방법112
2)조사 결과113
3)소결117
5.생체지표 측정 결과119
1)조사 배경 및 방법119
2)신체활동량 측정 결과120
3)심박동수 측정 결과124
4)소결128
Ⅲ.결론 및 제언130
1.결론130
1)설문조사130
2)면접조사132
3)현장조사133
4)소음·분진 작업환경측정134
5)생체지표측정134
2.제언136
1)단기적 과제136
2)중기적 과제137
3)장기적 과제138
※부록:설문지 및 면접 질문 개요71
<요약문>
1. 연구의 배경 및 방법
2018년 형틀목수 노동강도 평가에서 아파트 본층, 주택, 아파트 지하 순으로 칼로리 소모량이 높았다. 여전히 도급 식으로 운영되는 아파트 본층의 경우 노동강도가 훨씬 높다는 조합원들의 평가가 현실이었다. 노동조합이 투쟁으로 쟁취해 온 건설 현장의 노동시간 단축, 불법하도급 근절, 고용안정 등이 아파트 본층에서는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계속해서 아파트 본층 현장의 노동강도는 지속해서 높게 유지되고 있었다.
이는 본층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본층 작업 진출을 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현재 아파트 본층 작업의 노동강도와 작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후 본층 노동자 조직화 등 논의의 기초 자료를 생성하는 것을 목표로 본층 노동강도 평가 사업을 실시하였다.
2. 설문조사 결과
우선 본층 알폼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평균 9.65시간으로 다른 노동자 집단에 비해 장시간 노동에 해당하였다. 주관적인 노동강도 평가 지표인 보그지수 평균값은 14.36이었다. 하루에 한층을 작업해야 하는 공사기간 단축 압박과 성과급/하도급제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였다. 노동시간도 길고, 휴식 없이 계속해서 바쁘게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대적 노동강도 역시 높다. 설문 응답자들은 지금 수준보다 30%가량 노동강도가 줄어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본층 알폼 작업의 유해요인은 크게 인간공학적, 물리적, 화학적 유해요인으로 구분된다. 인간공학적 유해요인 중 중량물 취급의 경우, 설문에 응답한 본층 구간 알폼 노동자 중 78.6%가 최소한 근무시간의 1/4이상 동안 ‘중량물 취급’이라는 물리적 유해요인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폼 작업에 따른 어려움 중 중량물 취급의 문제는 근골격계 증상 유병율과 손상경험 등에 비춰볼 때 재확인된다.
신체부위별로 근골격계 증상 호소율/유병율을 NIOSH 기준에 따라서 살펴보면, 기준1에 해당하는 증상자는 52.7%이었다. 건설업의 특성 및 알폼 작업의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증상 호소율(어느 한 부위라도 기준1에 해당하는 경우)이 과반수 넘게 나타났다. 이는 평균 연령이 낮고 경력이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짧은 시간 내에 근골격계 증상이 빨리 나타나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체부위별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을 보면, 기준1에 해당하는 신체부위 중 허리/등이 40.9%로 가장 높은 근골격계 증상유병률을 보였다. 알폼 작업의 특성이라 할 수 있는 받아치기 작업의 위험이 근골격계질환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량물 취급에 따른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작업 중 휴식시간 보장, 중량물 인양기 도입, 자재 경량화 등의 대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물리적 유해요인의 경우, 여름철 고온에 노출된다는 응답이 근로환경조사 대상 전체에 비해 10배 가량 높았다. 혹서기나 혹한기 때에는 고용노동부에서 권고하는 안전보건관리 사항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음에 대해선 노동자들도 노동시간 전반에 걸쳐 노출된다고 응답하였을 뿐만 아니라, 작업환경 측정 결과, 평균 93.9dB으로 법적 노출기준을 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귀마개 등 소음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비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 이주노동자, 특히 더욱 노동자로서의 지위가 열악한 국적의 노동자일수록 노동시간이 길고, 노동강도가 높으며, 연령이 젋음에도 불구하고 근골격계질환 호소나 손상경험 등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달리 말해,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 노동조건 등이 전체적인 수준에서 본층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앞으로 이주노동자 간 비교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3. 면접조사 결과
면접조사에서는 건설산업연맹의 건설노조 조합원과 조합원 팀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포함한 총 20명의 노동자들을 만났다. 면접조사를 통해 본층 노동강도를 노동자 관점과 입장에서 평가함으로써 노동강도 및 작업환경에 대한 인식과 현재의 노동강도를 만든 원인, 그리고 노동조합이 마련해야 할 대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면접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아파트 본층 건설 현장의 알폼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 건설 노동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 불규칙한 일정과 불안정한 급여 등 건설 노동자 일반이 느끼는 노동강도와 직무스트레스의 문제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에 더해, 본층 알폼 작업의 높은 노동강도를 뚜렷이 인식하고 있었다. 10~30kg에 달하는 폼과 자재들을 아래에서 위로 인양하는, 일명 받아치기로 대표되는 심한 중량물 취급, 하루에 한 층을 작업해내야 하기에 일하는 내내 여유가 없는 작업 공정, 박리제 사용으로 기름이 손에 묻어 재래식 형틀 목수보다 지저분한 일이라는 인식, 금속성 소음에 지속적으로 시달릴 뿐만 아니라 땡볕 아래에서 오랫동안 일해야만 하는 조건 등으로 인해, 스스로도 ‘알폼 일은 어렵고 복잡한 일은 아니지만, 힘들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작업이 이런 방식으로 계속되도록 떠받치는 구조로는, 본층 작업을 지배하고 있는 도급제 계약과 맞물려 있는 공사기간 단축 압력, 이를 감내할 경제적, 사회적 동기를 가지고 있는 건설 산업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를 짚어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본층 알폼 노동자들의 건강권 문제는, ‘다른 데보다 덜 다치는 곳’, ‘험하고 힘들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 밑에 숨어 미뤄지고 있었다. 다수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있어 더욱 그럴 것이다.
면접조사를 진행하면서, 설문조사에서 확인했던 실태를 다시금 확인함과 동시에, 노동자들의 인식과 노동강도의 원인을 드러낼 수 있었다. 하지만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노동조합의 대안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적정 공사기간과 적정 임금이라는 요구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방향을 잡기 위해선, 공개적이고 전면적인 조합 내 토론이 필요하다. 알폼 규격 조정이나 인양기 도입 등의 기술적 대안 외에 본층 작업과정 자체를 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는 한 층 당 공사기간을 늘리거나 인원을 더욱 충원하는 일이며, 이는 건설사의 이윤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그렇기에 도급 관계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 등 보다 어려운 과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열린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4. 현장조사 결과
아파트 본층 현장 조사는 5월 25~26일 경기도 성남, 6월 20, 22일 부산, 8월 18~19일 부산에서 진행했다. 현장 평가 결과, 대부분의 하루 작업이, 거의 모든 근골격계 부위의 부담 작업에 해당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고시로 정하고 있는 11가지 근골격계 부담작업은 정형 작업에 해당되는 것으로, 공사 기간 중 위치나 하는 일이 달라지거나 건설업의 특징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층 구간 알폼 노동자의 작업은 여러 가지 근골격계부담작업에 해당됐다.
여러 가지 근골격계 부담 작업 중에서도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으로 과도한 중량물 작업이다. 중량물 작업은 근골격계에 부담을 주는 유해요인일 뿐 아니라,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노동강도 강화 요인이다. 원래 경량화를 위해 도입된 알폼의 크기가 커지면서, 자재가 과도하게 무거워졌다. 미드빔 조립 작업처럼, 작업시간 단축을 위해 여러 개의 자재를 조립하여 구조물을 만들어 작업하는 경우 무게가 훨씬 더 나가게 된다. 자재 경량화, 알폼 크기 줄이기, 인양기 도입 등 과도한 중량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동시에 현장에서는 매우 간단한 안전수칙도 무시되고 있었다. 지나치게 무거운 자재 운반, 두 사람이 나눠 들지 못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중량물 작업, 빠르고 수월하게 작업하기 위해 생략하는 안전수칙들은 단순히 노동강도를 높일 뿐 아니라 안전사고 위험도 높이고 있다.
또, 본층 알폼 작업에서는 근골격계부담작업 외에도 다양한 유해요인에 노출된다. 대표적으로 소음, 분진, 화학물질, 직사광선과 고온 등이 있다. 이런 열악한 물리적 환경 요인 역시 노동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재래식 구간보다 짧은 휴식시간, 긴 노동시간으로 본층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매우 높았다.
이런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 본층 알폼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매우 높았다. 넘어짐, 떨어짐 등의 위험 부담을 안고, 거의 모든 신체 부위의 근골격계 부담 작업을 실행하고 있다. 작업 환경은 열악한데, 작업 속도는 빠르고, 노동시간은 길다.
5. 작업환경측정 결과
4회에 걸쳐 작업환경측정으로 알폼 노동자의 분진 및 소음 노출수준을 평가하였다. 총분진과 호흡성분진 농도는 낮은 수준이었고, 발암물질인 결정형 유리규산은 전체 18개(지역시료 2개 제외) 시료 중 2개 시료에서만 검출되었는데 고용노동부 노출기준의 약 1/10 수준이었다. 한편, 소음은 전체 22개 시료 중 1개 시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노출기준(90 dB)을 초과하였다. 평균은 93.9 dB, 최대는 96.6 dB이었다
분진의 농도는 6월보다는 8월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결정형 유리규산(석영)도 8월 2개 시료에서만 검출되었다. 그 이유는 이번 조사는 상부(천정)가 개방된 지상층에서만 작업하였으므로 대기 중 미세먼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옥외작업에 따른 폭염, 혹한 대책 외에 미세먼지에 대한 예방대책 또한 필요하다.
본층 알폼 노동자의 소음 노출수준은 노출기준을 초과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팀 단위의 작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작업 시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자 귀마개를 거의 착용하지 않았다. 더욱이 면접조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알폼 해체 시 귀마개를 착용하면 위험 인지가 잘 안 된다고 얘기했다. 귀마개 자체도 제대로 보급받지 못하는 현장도 있었다. 귀마개가 개별 지급되도록 조치하되, 작업 여건상 착용이 어려운지를 현장 내에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다. 만약 다른 대안이라고 한다면, 저소음 알폼, 저소음 도구의 도입이 있을 것이다. 소음 문제에 대해선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6.생체지표 측정 결과
총 6일에 걸쳐, 전체 29명 본층 작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생체지표를 측정하였다. 하루 노동시간 동안 액티그래프와 심박동수 측정계를 착용하여, 총 27명의 작업 시 신체활동량과 10명의 작업 시 심박수를 측정하였다.
신체활동량 측정 결과, 개인별 노동시간 한 시간 당 칼로리 소모량은 평균 134kcal에 해당한다. 똑같은 방법으로 측정한 사무직 노동자보다 5.85배, 완성차 제조업 노동자보다 2.71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었다. 2018년 측정했던 아파트 지하팀 칼로리 소모량보다 1.27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였다. 심한 노동강도는 뇌심혈관질환 위험 요인으로 적정한 노동강도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측정한 심장박동수를 활용하여, 최대적정노동시간과 과로지수를 산출하였다. 총 10명의 측정자 중, 7명이 과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적정노동시간은 평균 7.35시간으로 확인됐지만, 상당수의 이주노동자가 9시간 이상 작업하고 있었다. 일부 노동자의 경우, 현재 작업량의 절반 이하로까지 작업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과도 있었다. 실제로 일하고 있는 시간과 최대 적정 노동시간의 비율을 의미하는 평균 과로지수는 1.5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금 노동시간의 33% 가량의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유난히 과로지수가 컸던 1명의 노동자는 현재 작업량의 1/3 이하로, 그 외 2명의 노동자도 현재 작업량의 절반 이하로 작업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과이다.
최대적정노동시간은, 그 시간만큼 일해야 한다는 기준이 아니라 그 이상은 일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적극적인 노동강도 저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는 정상적인 주간 근무, 주 5일 근무를 가정했을 때, 하루의 최대적정노동시간이기 때문에, 토요일에도 근무하는 본층 현장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이번 생체지표 측정은 특별한 질병이 없는 다양한 연령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좀 더 고령의 한국 노동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적정 노동시간은 더 낮아야 한다. 본층 건설현장에서 적정 노동강도로 낮추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7. 결론 및 제언
먼저, 근골격계질환 예방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이 시급하다. 노동강도가 높은 본층 알폼 노동자들이 산재보상을 통해 치료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아야 한다. 또한 보상에 멈추지 않고, 본층 알폼 작업에서 근골격계 부담작업을 줄이기 위한 예방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본층 현장 개선 중 중량물 취급을 줄이는 것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적정한 무게만 취급할 수 있도록 자재 크기를 줄이거나 자재 단위 당 무게를 줄이는 등의 경량화를 추진해볼 수 있을 것이며, 받아치기 작업에서 인양기를 도입하는 기술적 방안도 가능하다. 작업 중간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관리적 측면 또한 중요하다.
중기적으로는 본층 알폼 노동자들의 노동자 건강권 관련 문제의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더욱 그럴 수 있다. 노동조합이 노동안전보건활동을 강화하여 건설현장에서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문제의식을 고취시키는 활동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노동강도를 높이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드러내는 것이 첫 번째이고, 다음으로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요구하고, 현장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본층 알폼 작업에서 적정 노동강도를 쟁취하고, 이를 위해 적당한 공사기간을 설정하도록 해야 한다. 본층 알폼 작업의 노동강도를 낮추는 일은 아파트 건축현장 전체 공정, 하루 한 층을 올려야 하는 공사기간의 압박과 연관된다. 아파트 본층 현장에서의 하루 공정 작업 관행은 노동강도를 높이고, 작업 속도를 증가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적정 공사기간 쟁취 요구는 노동강도를 낮추고 작업을 안전하게 함으로써 본층 알폼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어렵게 하는 다단계 하도급이라는 노동관계 또는 산업구조를 장기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장기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현재의 노동강도를 당장 낮추기 위해, 한층 당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을 추가로 1~2명 확보하도록 해주는 방안 등을 고민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건설사를 상대로 한 적극적인 대응이 수반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본층 알폼 작업이 적정한 노동강도로, 적절한 공사기간에 걸쳐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전략과 전술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또한 이를 현장에서 실현시켜볼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
11월 28일 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화물노동자 심장선씨가 3.5미터 높이 화물차 상부에서 석탄회를 싣고 내려오다 떨어져 목숨을 잃었습니다. 고인은 당시 혼자 일하고 있었습니다. 화물노동자가 상차 업무까지 혼자서 하다가 사망한 것입니다. 고 김용균님이 사망한 지 2년, 국가기관인 남동발전은 나아진 것이 없습니다.
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안전보건단체들은 오늘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입니다. 자세한 사고 경위 및 설명은 첨부한 기자회견자료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기자회견문
2020년 12월 9일, 대한민국의 노동자 안전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민간부문이 아닌 공공기관에서, 그것도 김용균이 사망했던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9월 화물노동자가 사망했다. 그와 똑같은 사례로 또 한 명의 화물노동자가 이번에는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사망했다. 도대체 노동자의 목숨을 갈아 넣으며 생산되는 전기를 우리는 편안하게 사용해야 하는가.
거대한 설비와 재활용 폐기물을 혼자 상·하차 해야 하는 화물노동자의 안전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화물노동자는 김용균이었다. 김용균 사망 이후 정부는 공공기관의 안전수준을 높인다고 여러 가지 기획을 쏟아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자의 수는 부족하고 작업장에서 일하는 다양한 노동자들의 안전은 뒷전이다. 화물노동자는 을 중의 을이었던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한 곳만 해결하면 된다는 땜질식 처방이 지속되는 화물노동자들의 죽음을 만들어 낸 것이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이라도 빨리 만들어졌다면 이러한 죽음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나 정부와 거대 여당은 이 또한 관심이 없다. 입법을 하겠다는 말은 대통령, 국무총리, 당대표까지도 서슴없이 얘기했지만 정작 필요한 시점에서는 등을 돌리고 있다. 이즈음 되면 현 정부는 노동자의 안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산재사망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영흥화력 발전소를 가진 한국남동발전은 11월 30일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원청인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거짓이다. 상차업무는 화물노동자의 업무가 아닌데도 시킨 것이다. ‘회정제설비 운전 지침서’에 분명히 상차업무가 적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분출구를 맞춰 석탄회를 상차하는 것뿐만 아니라 만차 시까지 차량 상부에 올라가 감시해야 했다. 또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상차업무를 담당하는 ‘석탄회반출관리원’은 단 한 명이다. 석탄회의 재활용 반출업무 전반, 관련기기의 현장 점검, 데이터 관리도 모자라 안전사고 관리 업무까지 맡고 있는데 상차업무를 지원하거나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명확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고 관계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물려야 한다.
하나. 화물노동자에게 상·하차 작업을 금지시키고 안전 설비를 마련하라.
우리의 문제인식은 분명하다. 사고 현장에는 상·하차 전담인력이 없었고 안전인력 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설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화물노동자가 화를 당해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전담 안전인력을 배치하고 상·하차 안전작업 매뉴얼 작성을 작성해야 하며 추락이나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한 상·하차 작업 설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 안전운임제를 모든 화물노동자에게 적용해야 한다.
화물노동자들은 운송을 해야만 소득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한 작업도 제시간에 이루어내지 못하면 적은 소득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안전조치가 충분하지 않아도 빨리 끝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소득이 보장된다면 절차를 꼼꼼히 살필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입된 것이 안전운임제이다. 낮은 운임 때문에 과로‧과속·과적 등 위험한 운송으로 내몰리는 화물노동자의 적정운임을 보장하여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이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화물노동자에 한해 일부 시행되고 있어 포괄범위가 매우 낮다. 고인의 경우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지 않고 있었다는 점은 큰 차별이다.
하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노동자가 줄줄이 사망해도 책임지는 자 없고 개선되는 것 없는 현실은 이 사회를 녹록하게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책임지지 않고 개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제 이러한 구조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그 방법은 ‘중대재해 기업처법’ 제정이다. 한 해에 수천 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이 절박한 구조, 공공부문이라고 결코 낫지도 않은 이 황당한 구조를 계속 가져가는 것은 비정상사회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상사회로 진입해야만 한다. 정부와 국회는 이에 응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