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매노칼럼은 이숙견님이 산재.재난 참사의 원인은 기업이 제공하지만 그에 따르는 피해와 고통을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전가하는 문제를 짚어보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제대로 보고 수렴해야함을 제기해주셨습니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 책임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과 진심 어린 사과, 피해자 고통에 대한 인정과 확장된 보상이 이뤄져야 그나마 피해자는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의 요구가 과도한 것이 아니라 ‘기본’을 제기하고 있음을 알고, 한시바삐 피해자의 요구를 받아안아 해결하려는 우리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죽음과 파괴된 삶이 반복되지 않고, 참사가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는 노동자·시민의 요구로 만들어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2020년 8월 19일 오전 10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부산지역운동본부가 발족을 했습니다. 부산지역의 노동조합 및 노동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습니다. 그리고 2020년 7월까지 부산지역에서 사망한 27명의 노동자의 영정을 들고 기자회견을 개최했어요.
2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북측에서 구의역 참사 4주기 추모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산재사망노동자 추모 108배 및 천도재에서 참석자들이 108배를 하고 있다. 2020.5.28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청년노동자 김용균의 사망 이후 공공기관에 수없이 생겨난 안전지침, 안전등급제, 안전평가들 보다, 제조업, 건설업 현장 등의 위험한 업무의 도급을 금지하는 매우 간단한 법 조항 한 줄이 더 효과적이다. 노동자가 외주화된 사업장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정부 방침이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이 간결하고 명료한 길을 피하느라 기획재정부는 수많은 안전지침과 안전평가제도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반면 최근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발전소, 제철소, 조선소 등의 제조업 현장과 건설공사현장에서 이뤄지는 위험 작업의 도급을 금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법 개정 근거로 국가인권위와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조사위원회, 故김용균씨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원인 규명 및 ‘위험의 외주화 금지’ 권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이 법안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되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지난 14일 대한민국의 택배노동자들은 택배업무를 시작한 이래 최초로 일요일이 아닌 날에 공식적으로 하루를 쉬었다. 소위 ‘택배 없는 날’이었다. 노동자들은 꿀맛 같은 휴가였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날이 또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월요일인 오늘 다시 과로하러 출근한다. 노동자들은 일요일을 빼고는 아침 5시~7시에 출근해서 밤 10시~11시까지 일한다. 하루 3~4시간 자면 많이 자는 거다. 그리고 종일 화물을 분류하고(그것도 지붕도 벽도 없는 맨 바닥에서) 배송하고 집화하는 길거리 노동을 한다. 밥은 삼각 김밥으로 때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대 아프면 안 된다. 병이 나 드러누우면 엄청난 민폐다. 동료들이 무조건 나눠서 일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안 그러면 택배노동자들이 계약한 대리점이 대기업 원청으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숱하게 쓰러질 수밖에 없다.
2018년 12월,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 되었고 특수고용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조항이 어설프게나마 삽입되었다. 그러나 그조차 잠자고 있다. 올 해 드러난 사망만 12건이었다. 유족이 산재신청을 안 했다면 실제로 얼마나 많은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했는지 알 수 없다. 이런 형국인데도 특수고용 노동자 보호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여기저기서 노동자들이 스러져 가고 있지만 고용노동부는 그 흔한 감독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으므로 작업중지가 이루어져야 할 형국이지만 이 또한 남의 집 얘기다. 코로나19로 배송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천지역에 대규모로 물류센터가 지어지고 공기단축 압력이 거세지면서 지난 5월 38명의 노동자를 화마에 가두더니 이제 목표는 택배노동자가 된 것이다.
노동자들은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로 증가된 노동시간을 줄여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노동자들이 장시간 일하는 것이 돈을 많이 벌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없다. 원청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특수고용 노동자가 아니다. 대기업 원청의 ‘윤허’를 받아야만 하는 고용된 노동자인 것이다.
CJ대한통운은 2019년 10조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으며 영업이익만도 1,700억 원을 넘었다. 롯데택배는 2.6조 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100억 원을 넘겼다. 올 해의 성장률은 30% 이상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수익력 속에는 택배노동자들의 과로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택배노동자들의 몸과 정신 에너지를 현금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제발 이젠 노동자의 에너지를 고갈시켜 기업을 살찌우는 행위를 그만 멈추고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줄여줄 생각을 해야 한다.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에 과도한 시간을 쏟지 않도록 노동자를 더 고용해야 한다. 새벽출근, 야간 근무를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역시 택배노동자 수가 늘어나야 한다. 고용대란이 발생하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은 아름다운 기업이다. 그런데 늘어난 물량을 오롯하게 기존 노동자에게만 부과하는 것은 참으로 부도덕한 행위이다.
위기극복에 유난히 한 목소리를 내고 단합이 잘 되는 대한민국 국민의 힘을 우리는 알고 있다. 모두 어렵게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다. 그 와중에 혼자만 더 잘 살겠다고 반칙을 하는 기업이 있다면 시민사회 모두는 이들 기업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몰라라 불구경만 하고 있는 감독 당국인 고용노동부 또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규제 당국은 당장 적극적인 감독과 택배노동자 보호를 위한 행정지침을 시행해야 한다.
코로나19의 확산을 경험하며 우리는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감염병을 제대로 예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콜센타 노동자들, 쿠팡 등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집단감염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비대면 코로나19 시대에 좁은 공간에서 더욱 높은 강도의 노동을 강요받았던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감염병에 더 취약했던 것입니다.
감염병으로 고생하고 있거나, 완치된 후에도 사회적 낙인과 가족 감염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 감염병이 발생한 회사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격리되고 생계의 위협을 당해야 했던 노동자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감염병에 취약한 사업장일수록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쿠팡 부천신선센터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에 노동자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고, 가족 감염으로 고통받는 노동자에게도 사과 한마디 없었습니다. 쿠팡의 피해노동자들은 노동자 스스로가 뭉쳐서 목소리를 낼 때에야 비로소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됨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을 구성하고 당당하게 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피해자모임을 응원합니다. 이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꾸고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원천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피해자모임과 함께 김범석 쿠팡 대표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의 면담 요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 바랍니다.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피해 해결은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코로나19로 피해를 당한 쿠팡노동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합니다.회사의 잘못된 대처로 인해 마음의 큰 상처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셋째, 노동자들이 피해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지급 기준도 알 수 없는 금액을 ‘휴업급여’라는 명목 하에 일방적으로 지급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위입니다.
넷째,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과 만나 작업환경의 문제점을 겸허히 경청하고 함께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야 합니다.물류센터 작업장에서는 현재도 방역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매우 불안하다는 제보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다섯째, 기자회견을 통해 쿠팡의 부실대응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산재 치료 중인 노동자를 해고하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철회하기 바랍니다.
여섯째, ‘로켓배송’이라는 화려한 소비자 광고 뒤에 숨어 노동자들의 인격과 권리를 무시하는 기업경영에 대해 깊은 성찰을 요구합니다.
정부에도 촉구합니다. 고용노동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작업장 예방 지침을 내린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취약한 노동조건에 처해있는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상시적으로 살피고 쿠팡처럼 집단감염이 발생하거나 노동자들이 직접 고발하는 업체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당한 노동자들에게 트라우마 치유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노동자들이 현장에 복귀할 때 혹은 복귀 이후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는지, 현장에 재발방지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었는지를 감독해야 합니다. 정부도 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야 일터가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모임’의 곁에서, 위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함께할 것입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일터가 더 안전해질 수 있도록 싸워나갈 것입니다.
이번주 매노칼럼은 손익찬 변호사가 산재피해자의 입장에서 사망사고가 아닌 중대재해가 발생했을때 피해자 권리로서 요구해야할 내용을 담았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문제는 사망사고가 아닌 경우라면, 예를 들어 1명이 3개월 이상의 중상을 입으면 범죄 수사나 재해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재 피해자인 가족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공권력의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의 일방적이고 불성실한 설명만 듣게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런 경우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노동청에 철저한 재해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연속 행동 두 번째 “죽음, 파괴된 삶, 지속되는 고통” 산재사망·재난참사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
○ 일시 : 2020년 8월 12일 수요일 오전 11시 ○ 장소 : 세종문화회관 계단 ○ 주최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
○ 사회 : 운동본부 이종문 집행위원장(민중공동행동 사무처장) ○ 민중의례 ○ 피해자 발언 – 처벌되지 않는 책임자로 인해 받는 고통 손수연│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 ○ 현장 발언 – 중대재해가 남긴 트라우마 김진영│민주노총 동해삼척지부장, 삼표시멘트지부 조합원 ○ 현장 발언 – 고통 속에 남겨진 피해자들 김영환|2017년 노동자의 날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 노동자 ○ 노래 공연 : 지민주 ○ 현장 발언 – 코로나19 피해도 노동자에게만, 책임은 누가 지나? 쿠팡발 부천신선센터 코로나19 확진 피해노동자 ○ 주장 발언 – 왜 책임자 처벌이 치유인가? 하효열│사회활동가와 노동자심리치유 네트워크 통통톡 운영위원장
폭염 때는 폭염 대책, 비가 오면 호우 대책을 내놓는 것으론 부족하다. 다양한 양태로 갑작스레 찾아올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무기가 필요하다. 폭염이나 미세먼지, 장마나 태풍, 감염병 등, 앞으로도 기후위기의 직·간접적인 영향은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과 작업 조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더라도 일하는 과정에서 본인과 동료의 안전·건강에 악영향이 있다고 판단되면 거부할 수 있는 힘을 당사자들에게 부여해야 한다.
7월 고용노동부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고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이 중 고용상 성차별 또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노동자에 대한 사업주 조치 내용에 대한 ‘시정절차’가 도입된 데 대해, 김기돈 노무사님이 잘 정리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