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이재명 정부, 보여주기식 처벌을 넘어 ‘근본적 예방 대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 울산화력 참사에 부쳐 –
참사의 비극과 반복되는 ‘위험의 외주화’
지난 11월 6일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 타워 해체 작업 중 60m 구조물이 붕괴해 7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시공사 HJ중공업, 하청사 코리아 카코). 당시 현장에는 주로 하청 소속 노동자들이 작업 중이었는데, 타워 하부 구조물을 절단하는 작업 중 균형을 잃고 붕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서발전의 해체 과정 감독 여부와 안전조치 위반, 불법하도급 등 구조적 원인을 명백히 밝혀내어, 다시는 이런 대형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와 의지, 그러나 여전한 한계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 관하여 “국민 안전의 최종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송구하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대통령 본인이 산재 피해자로서 취임 이래 SPC 공장 방문, 국무회의 주제 선정, 장관에 대한 강력한 경고 등 산재 감축을 위해 남다른 행보를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경고에도 단기적으로 산재 사망 사건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산재 사망 감소는 근본적인 대책을 상당 기간 시행한 결과 비로소 나타나는 ‘후행지표’이기 때문이다. 1년에 약 80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현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무거운 처벌은 필수적이나, 처벌의 강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난 9월 15일 발표된 ‘노동안전 종합대책’이 구조적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사후적·경제적 제재 강화에만 초점을 맞춘 점이 아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산업안전보건본부, ‘무늬만 격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한계적인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넘어 근본 대책을 수립, 시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강력한 행정 체계가 절실하다. 정부는 지난 10월 1일 산업안전보건본부의 차관급 격상과 11월 3일 현장과 이론의 전문가를 본부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조직의 격상이나 역량있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 작동하게 만드는 구조적 뒷받침이다.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본부가 기존의 행정 편의나 경제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배타적으로 옹호하는 독립적 기구로 기능하도록 권한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정부가 밝힌 대로 산재예방을 위해 ‘범부처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정책 수립 및 집행 권한 ▲충분한 예산과 인력 보장 ▲부처 간 이견을 조정할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의 안전’을 위한 행정이 가능하다. 이를 토대로 현재의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한계를 보충하여 실효성 있는 ‘산업재해 예방대책’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근본 대책 마련을 위한 우리의 요구
그러나 강력한 행정체계는 이재명 정부의 산재 문제 해결을 위한 필요조건의 하나일뿐이다. 우리는 ‘빠른 해결’과 ‘처벌’이라는 단기적 성과주의를 넘어 문제의 근본을 찾고 그에 입각하여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충분조건으로 전 사회적으로 논의될 수 있어야 한다.
▲사업주에게 포괄적인 의무를 지우고 위험성 평가를 통해 위험 자체를 줄이는 방안
▲근로감독관의 숫자뿐만 아니라 권한과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권리 보장을 통해 현장의 안전 확보를 도모하는 방안
▲산재 보상 데이터를 예방 정책의 수립으로 환류시키는 방안
▲노동자 건강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전략을 세우는 국책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방안
정부가 스스로 천명했듯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기본적인 책무이다. 동시에 ‘산재사망’의 좁은 틀을 벗어나, 일터의 모든 이의 안전과 건강을 강구해 나가는 것은 시대적 요구이자, 사명이다.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산재 근절 의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본토대를 구축하는 것에서 첫발을 떼는 것이 먼저다.
2025년 11월 21일
(사)김용균재단
건강한노동세상
(사)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준)
노동건강연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충남노동건강인권센터 새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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