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개 시민사회단체 공동 입장문]
노조를 만들자, 진짜 사장과 교섭하자!
오는 3월 10일, 마침내 개정 노조법이 시행된다. 지난 20여 년간 ‘진짜 사장’과 교섭하기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이 일궈낸 소중한 결실이다. 그러나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모든 권리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 법령이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실질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을지는, 이날 이후 전개될 노동자들의 투쟁에 달려 있다.
2025년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집요하게 법 개정의 취지를 형해화하고 있다. 노동부는 위헌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신설된 노조법 제2조 후단에 억지로 꿰맞추는 무리한 법리 해석을 근거로 시행령을 개정했다. 초기에는 원·하청 전체 단위를 기준으로 창구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하청 전체 단위로 단일화해야 한다며 기만적인 교섭 매뉴얼을 내놓았다.고용노동부가 스스로의 입장을 번복하며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것은, 그들의 주장이 확립된 법리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원청 교섭을 어떻게든 가로막기 위한 무리한 궤변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노사자율의 원칙을 깨고, 정부가 교섭대상과 교섭의제를 함부로 판단하려고 하는데, 이는 사실상 하청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행정 편의적으로 재단하고 근본적으로 제약하려는 시도에 다름아니다.
자본의 탄압 또한 여전하다. GM물류센터나 동희오토 사례에서 보듯, 사용자들은 노동조합을 고사시키기 위해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등 구시대적인 탄압을 자행했다. 현대제철, 한화오션, 백화점 등은 법원으로부터 사용자로서의 교섭 의무를 확인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청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며 법 위에 군림하려 한다.
그러나 이런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진짜사장과의 교섭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개정 노조법이 원청과 교섭할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원청교섭의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3월 10일 이후 많은 비정규직 노조들이 진짜 사장과 교섭을 요구하고 투쟁을 시작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탄압과 교섭 회피, 시행령과 지침으로 인한 문제, 절차의 복잡함 등 여러 어려움에 부딪칠 것이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함께 노력했던 것처럼, 정부의 노조법 개정 취지 훼손에 맞서 싸울 것이며, 이 개정안이 현실에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과도 굳게 연대할 것이다.
불안정 노동의 시대, 자본은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노동권을 끊임없이 박탈해 왔다. 정부 역시 이러한 권리 침해를 묵인하거나 방조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에 일조해 왔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끈질긴 투쟁으로 ‘노조 할 권리’를 한 걸음 더 진전시켰다. 아직도 많은 노동자가 노조라는 보호막 없이 생존의 벼랑 끝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제 ‘노조 할 권리’, ‘진짜 사장과 교섭할 권리’를 모든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로 바로 세우자.
누군가의 시혜에 기대지 말고, 우리 스스로 단결하고 투쟁하여 빼앗긴 권리를 되찾자. 더 많이 노조를 만들고, 더 당당하게 교섭을 요구하며, 더 힘차게 투쟁하자. 3월 10일이 그 일의 시작이다.
2026년 3월 10일
(사)김용균재단, HIV/AIDS인권행동 알, the 삶, 공공운수노조 강원지역본부, 공공운수현장실천, 교육노동자 현장실천, 금속노조경남지부 일진금속지회, 나눔환경, 노동당, 노동당 노동위원회,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서울결집, 다산인권센터, 당진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대한예수교 장로회 언약교회(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산재참사 고 김형주 님 유가족모임), 민주노총 충주음성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주의자동맹(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블랙리스트 이후,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삶과노동을잇는 배움터 이짓,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서울교통공사현장동지회, 서울서부비정규노동센터, 성신여자대학교 행동하는 퀴어/성소수자동아리 큐리즘(Qrism), 손잡고, 수원대 만화동아리 SCO, 아래로부터 전북노동연대, 아사히글라스지회, 울산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음성노동자권리찾기사업단 꿈틀, 이윤보다 인간을, 인권교육 온다,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충남대분회 준비모임,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횡성지부,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음성지부, 전국민주연합노조 인제지부, 전국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청년위원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택배노동조합 강원지부,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제주평화인권센터, 차별없는노동사회네트워크, 포스코사내하청 광양지회, 하오문노동조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한국여성민우회,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동지회, 현대차남양비정규직지회, 화성시환경지회 (이상 61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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