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아홉색깔 수련회

그나마 쪼까 있는 연구소의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여...
너무 사적인 얘기들이 많아 올리면 안되지 않을까도 생각을 했지만...
사람 사는 게, 활동가 사는 게 다 그렇지 않나 싶어서 올려 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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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늦게 도착했다. 다들 뚱그렇게 앉아 있기에 대략 민망했다.
윤종*동지가 뭔가 발표를 하고 있었는데, 다분히 난망해하고 있었다.
아마도 짝궁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자꾸 산으로(!) 가서 그런가보다.
근데 옷 색깔하고 얼굴 색깔이 같다. 아래 사진을 보니 러브샷이 심상치 않다.
역시 수련회는 전작의 묘미가 있지만...
아. 짝궁인 배영*동지의 망연한 얼굴이란!
그 얼굴은 뒷풀이 자리에서 다채롭게 빛났다.
어찌 사람의 얼굴에 세 가지 색이 등장하는지 기묘할 뿐이었다.
검은색(건강상의 문제일까?)+빨간색(알콜 때문일까?)+흰색(??)
형형색색의 코알라...

장면2

전화를 하느라 뒷풀이 내내 들락날락하고 있는데
갑자기 메칸더브이가 등장하듯 지진이 일고 바람이 불었다.
쫌 있으면 땅도 갈라지겠다 싶었을 때 들은 그 말!
"구라를 예술로!"
아. 놀랍다. 어디서 이런 표현력이 나온단 말이냐.
양선*동지, 조용히 구석에 계시더니 크게 한 껀 하셨다.
교육위원회가 '구라위원회'로 그 모습도 장중하게 승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편집위도 이름 하나 만들어야겠다 ㅠ.ㅠ'

장면3

김*곤동지가 고기 굽고 있던 황운*동지까지 불러앉혔다.
"야~ 고마 굽고 일와 앉아라~(억양 주의)"
다들 유기용제를 들이키며 밤바람 찬 줄 몰랐다. 집중한 게지.
그 와중에 찌개가 식은 것을 인지하고 뎁혀 먹어야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보인...
이동*동지의 그 찌게 데우던 뒷 모습!
음. 정말 몇 번 그냥 해 본 솜씨가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 불씨가 사그라들자 다른 불씨를 찾아 떠나시기까지 하셨던 것이다!
여기서 그 불굴의 의지에 쬐끔 무서웠다.
일반적인 연구소회원이라면
그냥 좀 차게 찌개를 들이키거나(어짜피 속에 들어가면 뎁혀지려니),
불이 꺼지면 미지근한 채로 먹는다(입 안데고 차라리 낫다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 동지. 그게 아니다. 결코 허투루 넘어가지 않았다.
앞으로 연구소동지들, 이동*동지 주목하시라.
결국 따끈한 찌개를 먹었다. 우리 테이블만. 으흐흐.

장면4

다들 술에 팅팅 불어 있는데 오직 단 한 사람,
김지*언니만이 뽀샤시+샬랄라한 얼굴로 아침식사 자리에 등장혔다.
1시간 뒤에 깨워달라던 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무래도 아침에 눈을 뜨신 듯.
흠. 역시 미인은 잠꾸러기여야 하는 거였다.

장면5

대전동지들이 그간 연구소랑 알고 지냈음에도 대청댐에 데려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갖 쿠사리가 바가지로 쏟아졌다.
역시, 한라공조와 충노건협을 지나가는 그 노선을 피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연구소 사무처가 아무리 길치라고는 해도, 피했어야 했다.
그 노선 때문에 대청댐이 의외로 가까이 있다는 것을 사무처가 알아버리던 그 과정...
...역시 양선*동지와 황운*동지는 사서 굴을 판 거였다.

장면6

김정*동지 차 안 가득 투덜대는 말들이 둥둥 떠다닐 때, 느꼈다.
아. 정말 카오디오가 없어졌구나.
이런 차에 그런 오디오가 붙어있다는 걸 알았던 그 도둑에게 경외심을 가지며,
덜렁거리는 흉칙한 전선을 구경했다.
한참 대전동지들을 대상으로 한 투덜거림이 뻑쩍지근하더니 조용해졌다.
끝났나보다 했다. 혹은 그래도 데리고 왔으니 용서하기로 했나... 아니었다.
배영*동지는 술이 아직 덜 깬 거였다. 헉!
김정*동지와 김인*동지는 일 얘기를 하고 있었다. 허걱!
내가 이런 사무처에서 살고 있다니...
사는 게 진정 버겁게 느껴졌다. ㅠ.ㅠ

장면7

대청댐 위에 올라가니 햇볕을 가려줄 그늘이 없어 상당히 곤란했다.
동지들이 세 파로 나뉘어지기 시작했다.
전진파(햇볕에도 굴하지 않았다)/중도파(갈까말까 대세를 관찰했다)/후퇴파(조용히 식당으로 향했다)
오직 김*곤동지만이 "야, 그러지 말고 돌아가자!"며 3파의 통합을 시도했다.
희망이 보였다.
3파가 일치단결하여 식당으로 어슬렁어슬렁 향하고 있다가 뭔가 왁자해서 돌아보니,
혼자 뚝 떨어져 사진을 찍느라 포즈를 취하고 계셨다.
일치단결한 3파가 어여 오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희망이 민망으로 바뀌는 건 너무나 순간이었다. 황망했다.
그렇게 출산된 것이 바로 아래의 사진이다.

장면8

반짝이는 수련회 아이템으로 참여자를 기쁘게 하여준 김*광동지.
비록 시간관계상 첫 프로그램밖에 못한 게 아쉽지만, 그래도 얼마나 의미 있었던가!
게다가 송어회 프로그램까지 주선하시다니.
이렇게 생각하며 감동을 도가니로 먹고 있었다.
적어도 김*광동지가 13번째로 이렇게 묻기 전까지는.
"야, 근데 교육위 수련회 정말 재밌지 않았냐?"
아. 12번째까지만 해도 정말 좋았던 수련회라고 대답할 수 있었는데...
그 질문을 13번째로 듣고 나니, 감동을 넘어선 세뇌가 느껴졌다.
아/깝/다!!!

장면9

그랬다. 항상 그랬다.
이기*동지는 역시 예리하고 민첩하고 술이 쎄셨던 것이다.
다들 폭탄주와 맥주와 쏘주 사이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던 그 때,
예리한 판단으로 '귀가의 시기'를 놓치지 않으셨다.
민첩한 행동으로 '귀가길'에 오르셨다.
술을 그렇게 들이부으셨음에도 '귀가가 가능'할만큼 술이 쎄셨던 것이다.
항상 당해도 항상 놀라운 지경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수련회도 마찬가지.
'이기*동지가 아침 7시까지는 보였는데 눈떠보니 없더라'는 소문만
잔잔하고 아련하게 들려왔다.
다음에 만날 땐 이기*동지에게 도(道)를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사금파리 3

댓글 3개

누구게님의 댓글

누구게
야 근데 교육위수련회 후기가 더 재밌지 않냐?

사금파리님의 댓글

사금파리
허걱!!! -ㅇ-

네모님의 댓글

네모
정말 수련회 후기가 더 재밌네... 수련회 후기를 보니까 . 한번 더 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