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삼성 만들기”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 선포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노조, 삼성SDI지회,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삼성전자판매지회와 반올림, 연구소가 함께 실태조사를 진행합니다.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일터 만들기 위해 나섭니다. 실태조사·연구분석을 통해서 직업성 암, 산재 사망, 근골격계 질환, 안전사고, 감정노동, 직무스트레스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 및 노동안전환경 개선을 삼성에 요구할 예정입니다.
<기자회견문>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 그러나 일류기업 삼성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늘 다치고, 병들고, 괴롭힘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일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니까 다쳐도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노동자니까 죽어도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삼성의 전자부분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우리는, 오늘부터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죽지도 않고” 그렇게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삼성을 만드는 “현장 노동안전보건 운동”을 시작합니다.
첨단 산업을 지탱하고, 삼성전자를 상징하는 반도체 공장은 소리 없는 살인자입니다. 먼지 하나 없을 것 같은 클린룸, 겹겹이 감싼 방진복은 노동자의 건강을 지켜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방진복은 유독물질과 발암물질을 거르지 못합니다. 눈에는 깨끗한 클린룸은 사실 보이지 않는 화학물질로 가득합니다. 오직 이 공장에서는 반도체만이 상처 없이 생산됩니다. 반도체를 만들고, 수출하고, 그래서 경제를 살리는 노동자는 매일매일, 조금조금씩 병들고 있습니다. 당장 암에 걸리지 않아도 언제 암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공장 안에 가득합니다.
공장 밖에서 직접 시민을 만나는 판매, 수리, 상담 노동자들은 극심한 감정노동의 위험선 위에 위태롭게 서있습니다. 회사의 얼굴이 되어 고객의 모든 불만과 분노를 뒤집어쓰지만 그 고통은 온전히 노동자의 몫이고 노동자가 감당할 짐으로 남을 뿐입니다. 감정노동에 지친 노동자에게 회사는 위로가 아니라 또 다른 감정의 짐을 떠안깁니다. 실적을 추궁하고, 고과를 통제하고, 남은 감정의 바닥까지 쓸어냅니다.
자동차 공장에나 있는 줄 알았던 근골격계 질환, 건설현장에나 있는 줄 알았던 추락사, 상상도 못했던 감전사고까지 모든 안전사고가 삼성의 노동자를 위협합니다. 무거운 가전을 생산하는 노동자도 그것을 고객의 눈 앞에서 수리하는 노동자도 모두 자신의 몸에 채찍질을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노동자가 골병들어 아프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는 엄살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어컨을 고치다가 떨어진 수리 서비스 노동자, 세탁기를 고치다가 감전된 노동자가 삼성의 현실입니다.
삼성에서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핵심제도는 고과제도에의한 성과임금체계입니다. 공장에서 집단으로 협력해야만 작업이 가능하도록 분업화된 작업공정 시스템에서 개개인의 성과를 측정한다는 것은 원리에 맞지도 않고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삼성은 고과평가 권한을 전적으로 관리자에 주며 관리자의 주관적 평가속에 놓이게 하고 더 큰 문제는 고과평가 최하위인 NI를 받는 %를 고정으로 정해놓고 누군가는 반드시 NI 점수를 받게 하며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경쟁시킵니다. 공정한 평가는 아초 불가능하며 평가가 아닌 제로섬 게임에 가깝습니다.
삼성에서 일한다고 하면 “고액연봉”을 떠올리지만 그 고액연봉 감투속에는 마른수건 짜내는 삼성의 비정한 노무관리가 있습니다. 공장을 캠퍼스라 부르고 호칭을 님이라 통일하고 열심히만 하면 승진승급에 제한이 없다고 사탕발림하며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문화라고 포장하지만 실상은 노동자들을 “삼성맨”으로 길들이기 위한 삼성의 집단 그루밍일 뿐입니다. 일개 기업 오너의 반 헌법적 오만함이 “무노조 신화”라고 불려지고 노조가 노동3권을 포기하고 회사에 투항에 백지 위임하면 “무쟁의 기록”이라고 칭송하는 나라에서 삼성의 그것은 기업문화가 아닌 후진적인 “노동통제전략”입니다.
우리 삼성전자계열사노조연대 9개 노동조합은 삼성의 노동통제전략을 넘어서 안전하고 당당히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연대하고 투쟁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삼성 재벌의 시혜가 아닌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임을 당당히 외칠 것입니다.
삼성전자계열사노조연대의 공동 노동안전보건 실태조사연구사업을 통해 삼성의 후진적인 노동현장 실태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고 알릴 것입니다.
우리 삼성전자계열사노동조합의 이런 요구가 올바로 실현될 때 비로소 진정한 글로벌 일류기업의 자격을 갖춘다는 것을 삼성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 삼성 전자계열사 노조 연대해서 삼성을 바꾸자!
▮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우리 손으로 만들자!
2023년 7월 17일
삼성 전자계열사 노조 연대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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