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근로복지공단은 '웃고', 산재노동자는 '운다'

근로복지공단은 '웃고', 산재노동자는 '운다'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최근 산재노동자 자살사건이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울산에서 40대 노동자 최아무개씨가 산재요양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아파트 난간에서 목을 매 숨졌다. 이어 지난 3월 근로복지공단 부산지사에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한 김아무개씨도 지난달 20일 끝내 사망했다. 전국산업재해인협회(회장 민동식) 등 산재단체들은 7일 “근로복지공단이 보험금을 아끼려고 산재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재보험기금 지난해 6천596억원 흑자

산재보험기금은 지난해 6년만에 흑자로 돌아서 6천596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2006년 대비 136.25%에 달하는 실적을 올렸다. 산재보험기금이 엄청난 흑자를 낸 이유는 산재환자들에게 지급되는 치료비와 보상금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당초 노동부는 지난해 3조2천423억원을 보험급여로 지출할 예정이었지만 보험급여 증가율이 둔화됨에 따라 4천77억원을 줄여 여유자금으로 돌렸다. 그 결과 2006년 3조3천737억원이었던 기금 자산은 지난해 4조3천687억원으로, 무려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치료비와 보상금을 받은 산재노동자수가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재해 발생건수(최초요양승인 건수)는 1.1% 증가했고, 평균임금도 6.88% 늘었다. 장해·유족연금 수급자도 각각 16.55%, 14.70% 증가했다. 보험급여 지출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수는 늘었는데 보상금과 치료비가 줄어든 까닭은 무엇일까.
근로복지공단은 “의료기관에서 요양 중인 산재환자를 직접 방문해 살펴보는 ‘찾아가는 서비스제도’가 정착돼 요양과 재활서비스의 질이 제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2005년 10월 '찾아가는 서비스' 제도가 실시된 이후 보험급여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보험급여액 증가 추이를 보면 2004년의 경우 전년에 비해 15.2%(2조8천599억원) 증가했지만, 이후 2005년 5.8%(3조258억), 지난해 2.5% 등 증가세가 둔화됐다.
찾아가는 서비스는 간호사와 법제팀, 재활상담사 등으로 구성된 공단 직원들이 산재노동자가 요양 중인 병원으로 직접 찾아가 의료·재활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공단은 “찾아가는 서비스제도가 시행된 이후 산재환자들의 의료기관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84.1%, 친절도에 대한 만족도는 무려 94.3%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재노동자들의 주장은 다르다.

“찾아가는 서비스, 산재환자 감시가 목적”

현대자동차 영업맨이던 김아무개씨는 2003년 2월 뇌졸중 진단을 받고 사지가 마비된 채 5년 가까이 산재요양을 하고 있다. 설날 판매계약 두 건이 줄줄이 무산되면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했다. 현재 김씨는 혼자서는 꿈쩍하지도 못한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30분마다 체위변경을 해야 한다. 그런 김씨에게 지난 2월 공단은 24시간 철야간병급여를 12시간 일반간병급여로 바꿨다. 김씨가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간호기록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씨의 부인은 “혼자서는 베개 위에 머리도 올려놓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휠체어를 타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의 간호기록부에 병원측의 실수로 ‘이동자를 동반해 휠체어를 탄다’는 문구가 빠진 것이 원인이었다.
그 무렵 공단에서 찾아가는 서비스팀이 김씨를 방문했다. 김씨의 부인에 따르면 오후 9시께 ‘공단에서 나온 간호사’라고 밝힌 공단 직원 2명이 찾아와 병실에 누워 있는 김씨에게 ‘팔을 들어봐라’, ‘다리를 들어봐라’ 등의 지시를 하더니 갑자기 이불을 확 벗겼다. 마비증상 때문에 홀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던 김씨는 바지를 입지 않은 상태에서 폴리카테터(소변줄)만 착용한 상태였다.
“남편이 사지마비 환자지만 의식은 또렷하게 있어요. 처음 보는 여자들(공단 직원)이 ‘내가 간호사니까 보면 다 안다’면서 벌거벗은 남편의 성기를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남편이 ‘너무 수치스러워서 죽고 싶을 지경’이라고 하더군요. 산재환자들한테 의료서비스가 잘 제공되고 있는가를 보러 왔다더니 실제로는 나이롱환자인지, 아닌지만 감시하는 것 같더라고요.” 김씨 부인의 말이다. 30분마다 몸을 뒤집지 않으면 욕창이 생기는 김씨는 24시간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공단에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공단은 찾아가는 서비스 시행 이후 2년여 동안 산재환자에게 50만건의 상담 및 의료·재활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산재노동자의 사회복귀기간이 272.2일(2005년 10월)에서 214.7일(지난해 10월)로 21.2%나 단축됐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산재노동자의 치료기간이 60여일이나 줄었다는 의미다.
공단의 찾아가는 서비스가 보험급여 축소에 있지 않다면 시행 2년6개월을 맞은 지금,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