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 KT 노동자 '인권 백서' 발간...상품판매전담반 해체 요구

466여명에 달하는 KT 상품판매전담반 직원들이 'KT 인권백서'를 만들고 오는 13일 오전 10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상품판매전담반은 지난 해 12월 만들어진 팀으로, 인권 탄압 의혹을 받아왔다. 2003년 9월 명예퇴직을 거부했던 노동자들이 경력과 무관한 상품판매 업무로 인사조치돼 미행과 차별을 받아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었다.

30년동안 회계나 기술분야에 근무했더라도 명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집에서 5시간 거리인 지방으로 전출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따라 상품판매전담반 직원들은 시민단체(인권단체연석회의)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증언대회 개최 등의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3명의 노동자가 정부로 부터 산재를 인정받기도 했다.

◆KT 노사대토론회 이후도 문제해결 안돼

상품판매전담반 직원들은 KT가 노사대토론회 이후 상품판매전담 직원 일부를 승진시켰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서도 상호합의만 종용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품판매전담반의 한 관계자는 "국가인권위조차 1년이상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합의 종용 사태로 인해 최근 조사관이 바뀌기도 했다"면서 "KT 경영진들도 문제많은 상품판매전담반을 해체하지 않고 2004년 인사고과시 대부분을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주는 등 차별을 통해 정상적인 실적이 불가능해지고 이로인해 다시 인사고과 최하위 등급으로 귀결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KT 관계자는 "상품판매전담반에 대한 인사고과는 전체 직원에게 적용되는 일관적인 원칙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인권백서에서 민영화 과정 문제도 제기

이번에 발표되는 'KT 인권백서'는 KT 상판인 전국 모임과 시민단체(인권단체연석회의)가 함께 준비했다.

이 백서에는 ▲ 차별 및 감시, 불법영업활동, 노동자 산재인정 및 인권단체 활동 자료 등 상품판매전담반 직원들에 대한 1년여의 기록 뿐 아니라 ▲ 민영화 과정에서의 자사주 소각 및 배당금 지급, 매출과 설비투자 규모 자료 등 정부가 한국통신 주식을 국내 증시에 직상장하기로 결정한 98년 7월부터 현재까지의 기록들이 들어있다.

백서는 KT가 민영화 과정에서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한 고배당에만 집중해 2003년도 당기순이익 8천300억원중 2천580억원을 배당하고 그중 66%를 외국인이 가져가는 등 공공성은 희석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0년에 전체 매출액의 33%를 설비투자했지만, 23%로, 2003년에는 18%로 떨어졌으며, 이같은 투자 감소는 장기적으로 KT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말이다.

상품판매전담반 관계자는 "특히 해외매각을 진행시키면서 당기순이익이 급격히 늘어나던 2000~2002년도에조차 투자가 감소했다는 것은 해외매각 중심의 민영화가 결코 KT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비슷한 시기 노동자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직원 1인당 매출은 급성장했음을 감안하면 KT의 이익은 투자가 아니라 노동착취의 강화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품판매전담반 직원들, 이직 요구

상품판매전담팀 관계자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KT경영진에게) 상품판매팀의 실질적인 해체를 요구하고 인권위에 적극적인 재조사를 요구하는 동시에 정신적인 피해를 받은 노동자에 대해 KT가 함께 정신과 치료에 나서줄 것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한국노동안전보건소를 통해 전국 상품판매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MMPI(다면성인성검사)를 실시한 결과, 50%에 육박하는 노동자들이 심각한 정신과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그는 또 "앞으로도 인권단체와 제휴해 KT 인권 탄압의 실태를 알려나갈 예정이며, 이와동시에 사무금융노련 산하에 있는 투기자본감시센터와 연계해 KT 민영화 과정에서 공공성이 후퇴되고 국부가 유출된 측면에 대해서도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마케팅 지상주의가 죽음까지 불러

'KT 인권 백서'에 따르면 2002년 민영화 이후 2004년 11월까지 KT가 통신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은 158억원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KT는 법으로 금지돼 있는 비영업부서 직원들에게까지 휴대전화를 할당판매하는가 하면, 갖은 명목으로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KT 김천전화국의 직원이 개인 명의로 무려 1천354대의 휴대폰을 가개통한 사실이 보도된 것.

마케팅지상주의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004년 5월에만 33~42세의 노동자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

33세의 김현중씨의 경우, 핸드폰 판매실적에 대한 정신적 압박 때문에 자신의 명의로 PCS 9대를 가개통했고, 월 100만원이 넘는 전화요금에 시달려야했다는 것이다. 김씨 유품에서 발견된 판매계약서에는 2살 난 어린이에게도 PCS를 판매한 것으로 돼 있다.

◆그동안의 기록

상품판매전담팀은 올 해 3월이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4월 13일 수도권의 상판팀들이 모임을 갖고 '상품판매전담반 해체와 차별철폐를 위한 상판인 모임(이하:상판인 모임)' 결성을 추진하기로 한 것.

이런가운데 4월 28일 전북 평화인권연대가 KT 전북본부의 상판팀 직원 최영만씨와 박은하씨에 대한 미행 감시사건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5월 14일 인권단체연석회의가 열렸고 같은 달 인터넷 상에 'KT막장'이라는 카페가 개설돼 '상품판매 전담반 해체와 차별 철폐를 위한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품판매전담 직원들은 서명용지를 노동조합에 전달했으며, 이에 노동조합이 '상판팀 해체'를 요구하게 됐다.

그후 KT는 6월 22일 노사합의를 통해 '상품판매팀 해체'를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실적이 좋은 상품판매팀원들만 인사조치되고, 상품판매 요원 전체에 대한 인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재식 KT 노조위원장은 "지난 노사합의 이후 상품판매요원들을 관리하는 상품판매전담팀은 해체 됐다"면서 "현재 노조에서는 상품판매요원들중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부서로 갈 수 있도록 회사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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