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기자현장체험-일하는 사람 속으로 들어가다]
서울도시철도공사 7호선 선로보수원
“국민의 안전 레일과 싸우며 지켜드립니다”
육중한 전철 무게를 받아내던 철로도 여름 끝자락에서는 엿가락처럼 늘어진다. 늘어진 철로는 어김없이 선로보수원의 손길을 기다린다.
평행선을 그으며 끝없이 뻗어나갈것 같은 철로도 차량기지에서 그 끝이 보인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지하철 7호선 모란차량기지 철로 끝자락부터 선로보수작업을 시작했다.
9월3일 오전 10시.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이미 작업은 시작됐다. 직원들이 자동차 타이어가 망가졌을 때 차를 들어올리는 ‘자키’로 철로를 들어올리고 있다.
그 밑으로 틈이 생긴 곳에 자갈을 골고루 집어넣는 ‘다지기작업’이다. ‘핸드타이템퍼’라는 소형 드릴러를 자갈 위에 박고 좌우로 흔들어서 철로 침목 밑으로 집어넣는다.
드릴러 자체 무게만 30㎏이 넘는다. 10분도 되지 않아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을 느낀다.
옆자리 보수반원은 안정된 자세로 벌써 30분째 드릴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있다.
지하철 철로 보수반은 1개조에 6명씩이다. 하루에 침목(철로를 연결하는 나무 또는 콘크리트 받침목) 20개 정도를 다진다.
평균 10년 이상씩 궤도 관련 일만 해온 ‘베테랑’들이다. 철길따라 30년 인생을 보낸 ‘대선배’도 한몫 거들고 있다.
“소형 기계로 자갈 다져넣는 일은 그나마 제일 편한 일이야. 콘크리트 침목 하나에 200㎏인데 이걸 혼자서 교체도 해.” 도시철도공사 모란차량사업소 토목분소 윤문성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체험 당일에는 구름이 햇빛을 가렸기에 망정이지,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날에는 ‘레일’ 온도가 60℃까지 올라간다. 꽁꽁얼린 얼음물 한 통으로는 하루 작업이 어림도 없다.
겨울과 여름을 넘기고 얼어붙은 땅이 다시 녹고 나면 철길에도 틈이 생긴다. 각도기로 두줄의 철길을 재고 약간의 기울어짐에도 어김없이 장비를 가져다 놓는다.
작업반장은 “철로가 조금이라도 기울어지면 승차감이 좋지 않다. 국민들이 쾌적하게 전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선로보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작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모두들 장비를 가지런히 철길에 맞춰놓는다.
오전에 불과 30여분 다지기 작업을 했던 팔이 숟가락을 들기조차 힘들어한다. 처음엔 다 그렇단다. 어느새 손가락에는 물집이 잡혔다.
오후 작업은 1시30분부터 6시까지다. 자갈 옮기기, 침목 교체 등 힘든 작업들도 있지만 우선 다지기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핸드타이템퍼’로 침목 밑을 파 놓고 자갈을 그 위에다 붓는다. 삽으로 자갈을 퍼담기도 어렵다. 모든게 요령과 기술이 필요하다.
선로보수반의 작업 종류는 크게 3가지다. ‘레일’보수와 ‘침목·자갈’ 다지기, ‘분기철로’ 보수 등으로 구분된다.
20m짜리 레일을 교체할때는 일이 여간 힘든게 아니다. 무게만 1톤이 넘는데다 겨울이면 레일에서 전해지는 ‘차가움’이 전율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하노선은 대부분 자갈도상이 아닌 콘크리트도상이다. 흔히 철길에서 볼 수 있는 자갈이 아닌 콘크리트 바닥에 철로가 얹혀있다.
콘크리트 도상은 보수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반면 소음이나 진동이 심하다.
그러나 자갈도상은 철도의 충격을 철로와 침목, 자갈과 흙, 그리고 노면이 함께 흡수하기 때문에 진동의 차이가 확연히 줄어든다.
오후작업을 1차 마무리한 3시경. 휴식을 취하는 도중 보수원들의 목둘레를 유심히 쳐다봤다. 하루 8시간을 땡볕에서 60℃가 넘는 레일과 싸운 ‘영광의 상처’가 드러났다.
한 보수원은 “한여름 뜨거운 레일과 정신없이 씨름하다 보면 나 스스로가 전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토목팀에 편성돼 있는 선로보수반은 7호선의 경우 모란차량기지 6만평 철로와 복정역~남한산성역 지상 구간의 선로를 집중적으로 점검·보수한다.
이같은 점검·보수 인력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안전을 최우선에 둔다면 보수작업을 확대해야 하지만 인력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로 보수작업 범위를 넓히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선로보수원들이 산재보험 대상자에 포함돼 상황이 나아졌다. 과거에는 선로보수원이 사고가 많은 직종으로 선정돼 일반 상해보험가입이 거부됐다.
곽희두 모란 토목분소장은 “광부와 선로보수원이 가장 위험한 직종이었다. 지금은 장비·시설 모두 좋아져서 산업재해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체험 뒷이야기
1시간 운행 연장으로 작업시간 축소
서울시가 지하철 운행시간을 1시간 연장함에 따라 선로와 차량의 보수 시간이 단축됐다. 운행시간이 길어진만큼 운행후 점검해야 하는 관계로 작업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수 인력은 늘어나지 않아 줄어든 시간에 모든 보수공사를 마치려면 초긴장상태에서 새벽일을 마쳐야 한다. 아침시간이 되면 직원들은 초죽음 상태가 된다.
곽희두 토목분소장은 “특히 새벽시간에 같은 양의 일을 1시간 줄여서 완수하려면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다”며 “지하철 1시간 연장운행으로 시민들은 편리해진 반면 점검·보수 인력 담당 직원들의 일거리는 늘어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편리해진 지하철 이용만큼 보수 담당 직원의 혜택과 야간작업에 따른 인력 확충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서울도시철도공사 7호선 선로보수원
“국민의 안전 레일과 싸우며 지켜드립니다”
육중한 전철 무게를 받아내던 철로도 여름 끝자락에서는 엿가락처럼 늘어진다. 늘어진 철로는 어김없이 선로보수원의 손길을 기다린다.
평행선을 그으며 끝없이 뻗어나갈것 같은 철로도 차량기지에서 그 끝이 보인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지하철 7호선 모란차량기지 철로 끝자락부터 선로보수작업을 시작했다.
9월3일 오전 10시. 부랴부랴 달려갔지만 이미 작업은 시작됐다. 직원들이 자동차 타이어가 망가졌을 때 차를 들어올리는 ‘자키’로 철로를 들어올리고 있다.
그 밑으로 틈이 생긴 곳에 자갈을 골고루 집어넣는 ‘다지기작업’이다. ‘핸드타이템퍼’라는 소형 드릴러를 자갈 위에 박고 좌우로 흔들어서 철로 침목 밑으로 집어넣는다.
드릴러 자체 무게만 30㎏이 넘는다. 10분도 되지 않아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을 느낀다.
옆자리 보수반원은 안정된 자세로 벌써 30분째 드릴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고 있다.
지하철 철로 보수반은 1개조에 6명씩이다. 하루에 침목(철로를 연결하는 나무 또는 콘크리트 받침목) 20개 정도를 다진다.
평균 10년 이상씩 궤도 관련 일만 해온 ‘베테랑’들이다. 철길따라 30년 인생을 보낸 ‘대선배’도 한몫 거들고 있다.
“소형 기계로 자갈 다져넣는 일은 그나마 제일 편한 일이야. 콘크리트 침목 하나에 200㎏인데 이걸 혼자서 교체도 해.” 도시철도공사 모란차량사업소 토목분소 윤문성씨가 한마디 거들었다.
체험 당일에는 구름이 햇빛을 가렸기에 망정이지,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날에는 ‘레일’ 온도가 60℃까지 올라간다. 꽁꽁얼린 얼음물 한 통으로는 하루 작업이 어림도 없다.
겨울과 여름을 넘기고 얼어붙은 땅이 다시 녹고 나면 철길에도 틈이 생긴다. 각도기로 두줄의 철길을 재고 약간의 기울어짐에도 어김없이 장비를 가져다 놓는다.
작업반장은 “철로가 조금이라도 기울어지면 승차감이 좋지 않다. 국민들이 쾌적하게 전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선로보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작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자 모두들 장비를 가지런히 철길에 맞춰놓는다.
오전에 불과 30여분 다지기 작업을 했던 팔이 숟가락을 들기조차 힘들어한다. 처음엔 다 그렇단다. 어느새 손가락에는 물집이 잡혔다.
오후 작업은 1시30분부터 6시까지다. 자갈 옮기기, 침목 교체 등 힘든 작업들도 있지만 우선 다지기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핸드타이템퍼’로 침목 밑을 파 놓고 자갈을 그 위에다 붓는다. 삽으로 자갈을 퍼담기도 어렵다. 모든게 요령과 기술이 필요하다.
선로보수반의 작업 종류는 크게 3가지다. ‘레일’보수와 ‘침목·자갈’ 다지기, ‘분기철로’ 보수 등으로 구분된다.
20m짜리 레일을 교체할때는 일이 여간 힘든게 아니다. 무게만 1톤이 넘는데다 겨울이면 레일에서 전해지는 ‘차가움’이 전율을 일으키기도 한다.
지하노선은 대부분 자갈도상이 아닌 콘크리트도상이다. 흔히 철길에서 볼 수 있는 자갈이 아닌 콘크리트 바닥에 철로가 얹혀있다.
콘크리트 도상은 보수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반면 소음이나 진동이 심하다.
그러나 자갈도상은 철도의 충격을 철로와 침목, 자갈과 흙, 그리고 노면이 함께 흡수하기 때문에 진동의 차이가 확연히 줄어든다.
오후작업을 1차 마무리한 3시경. 휴식을 취하는 도중 보수원들의 목둘레를 유심히 쳐다봤다. 하루 8시간을 땡볕에서 60℃가 넘는 레일과 싸운 ‘영광의 상처’가 드러났다.
한 보수원은 “한여름 뜨거운 레일과 정신없이 씨름하다 보면 나 스스로가 전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토목팀에 편성돼 있는 선로보수반은 7호선의 경우 모란차량기지 6만평 철로와 복정역~남한산성역 지상 구간의 선로를 집중적으로 점검·보수한다.
이같은 점검·보수 인력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안전을 최우선에 둔다면 보수작업을 확대해야 하지만 인력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로 보수작업 범위를 넓히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선로보수원들이 산재보험 대상자에 포함돼 상황이 나아졌다. 과거에는 선로보수원이 사고가 많은 직종으로 선정돼 일반 상해보험가입이 거부됐다.
곽희두 모란 토목분소장은 “광부와 선로보수원이 가장 위험한 직종이었다. 지금은 장비·시설 모두 좋아져서 산업재해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체험 뒷이야기
1시간 운행 연장으로 작업시간 축소
서울시가 지하철 운행시간을 1시간 연장함에 따라 선로와 차량의 보수 시간이 단축됐다. 운행시간이 길어진만큼 운행후 점검해야 하는 관계로 작업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수 인력은 늘어나지 않아 줄어든 시간에 모든 보수공사를 마치려면 초긴장상태에서 새벽일을 마쳐야 한다. 아침시간이 되면 직원들은 초죽음 상태가 된다.
곽희두 토목분소장은 “특히 새벽시간에 같은 양의 일을 1시간 줄여서 완수하려면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다”며 “지하철 1시간 연장운행으로 시민들은 편리해진 반면 점검·보수 인력 담당 직원들의 일거리는 늘어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편리해진 지하철 이용만큼 보수 담당 직원의 혜택과 야간작업에 따른 인력 확충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