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재해율 감점제 폐지 ‘철회’ 촉구

재해율 감점제 폐지 ‘철회’ 촉구

경실련,한해 노동자 800여명 사망…처벌 강화 주장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이 ‘정부발주공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제도 신인도 부문의 ‘재해율 감점제’를 폐지하기로 확정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경실련이 정부 정책의 즉각적인 철회와 함께 규제개혁기획단의 해체를 촉구했다.

모 건설신문은 지난 달 28일 “노동부와 건설교통부,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규제개혁기획단은 최근 재해율이 입·낙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개선하도록 결정, 재해율 감점제 폐지를 사실상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재해율 감점제’란 재해가 많은 업체들에게 공공공사 입찰 때 감점(-2점)을 줘 입찰을 제한하는 제도다.

관급공사 입찰시 재해율에 따른 혜택과 불이익을 입찰 참가업체에게 줘 재해예방 활동을 촉진하고자 지난 1993년부터 도입했는데, 이후 입찰 및 공사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즉 공공공사 입찰 때 1점은 낙찰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데, 이 때문에 재해율이 높은 기업들은 “재해를 제대로 신고한 업체는 1년 동안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못해 매출이 줄고 재해를 은폐하는 업체들은 입찰에서 우대받고 있다”며 건교부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줄곧 폐지를 요구해왔던 것.


노동자 계속 죽음에 몰아넣어


이와 관련 경실련은 4일 논평을 통해 “2004년 한해동안 건설업에 종사하던 노동자가 800여 명이나 사망한 현실에서 재해율 감점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참여정부가 규제개혁이라는 명분하에 건설노동자들을 죽음에 몰아넣은 건설업체들마저 버젓이 관급 공사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건설관련 이익단체들은 재해율 감점제가 산재은폐만을 양산시킬 뿐이며, 양심적으로 산재를 신고한 업체에게는 상대적인 불이익이 발생한다면서 폐지를 위한 각종 로비를 펼쳐왔다”면서 “그러나 현행 재해율 감점제는 건설업체들이 그나마 공사현장의 재해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라고 주장했다.

결국 규제개혁위의 이번 결정은 건설업체의 논리에 밀려 정부가 나서서 ‘건설노동자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마저 포기해버렸다는 게 경실련의 입장인 셈이다.

정부는 그러나 재해율 감점제를 폐지하는 대신, 산재은폐 건수에 따른 감점제를 포함시켜 산재은폐 방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실련은 이에 대해 “건설현장의 안전을 위해서는 재해율 감소가 목적이 되어야 함이 당연한데, 엉뚱하게도 정부는 재해율 감점제를 폐지하고 산재은폐 방지에만 모든 관심을 집중시킴으로써 공사장 사고를 부추기려고 하고 있다”면서 “본말이 뒤바뀐 옹색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규제개혁기획단은 재벌이익만 대변


경실련은 이런 가운데 논평을 통해 ‘규제개혁기획단’을 “재벌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는 집단”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현 규제개혁기획단은 대기업들로부터 파견나온 수십명의 고급두뇌들로 구성돼 있으며 그들에 대한 모든 비용들이 대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규제개혁이 국민보다는 대기업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시민감시국 관계자는 “그동안 참여정부에 비판적이던 경제단체들이 참여정부의 규제개혁을 옹호하고 나섰는데, 이는 경제단체들이 그간 언론과 로비를 통해 주장해왔던 숙원 정책들이 속속 해결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은 이에 따라 △건설업체만을 위한 규제개혁인 재해율 감점제 폐지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 △노동부는 산업재해 은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 △중대재해 유발업체를 건설시장에서 퇴출시킬 것 △재벌과 건설업체들만을 위한 규제개혁을 하는 규제개혁기획단을 즉각 해체할 것 등을 촉구했다.

최봉석 기자 bstaiji@pb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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