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 "작업환경측정제도 한계 뚜렷, 개선시급"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제2차 노동·환경·건강 학술대회

“작업환경측정제도 한계 뚜렷, 개선 시급”

형식적 측정 아닌 실질적 ‘위험관리’ 되도록 해야

 

현행 작업환경측정제도가 형식적인 측정 그 자체에만 머물고 있다며 노동자에 미치는 위험도를 알려주고 개선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진재단 부설 녹색병원(원장 양길승)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소장 백도명)가 지난 13일 녹색병원 지하 2층 강당에서 올해로 ‘제2회 노동·환경·건강 학술대회’를 열고 작업환경측정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유해물질 노출기준 육박해도 위험성 몰라"

이날 최상준 원진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현행 작업환경측정제도의 평가와 문제점’이란 주제 발제를 통해 “작업환경측정은 작업환경 중 유해요인이 작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위험도)을 평가해 직업병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지적하고, “즉 소음이 몇 데시벨(dB)이고 노말헥산이나 벤젠 등의 측정결과가 아니라 노동자가 일하면서 노출될 수 있는 물질 중 무엇이 위험하고 자신이 처한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궁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에선 이같은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해 초 발생한 태국여성이주노동자 노말헥산 집단중독 사태에서 현행 작업환경측정제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는 주장. 지난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될 때부터 법적 근거를 갖기 시작했던 작업환경측정제도가 25년째가 되도록 수차례 법개정을 통해 변해 왔지만 노말헥산에 의한 집단적 직업병 발생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제도가 갖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노말헥산 집단중독이 발생한 D디지털사도 매년 주기적 측정을 실시해 왔고 노말헥산 측정결과 노출기준 수준에 육박했음에도 현장에선 그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이를 반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위험관리’하는 ‘위험성평가제도’ 제안

때문에 선진국에선 일찌감치 작업환경측정제도가 아닌 위험성평가제도를 제안해 왔다고 소개했다. 최 연구원은 “위험성 평가의 주요 내용으로 유해·위험성 파악, 위험성 평가, 위험성 관리 등 3가지 요건으로 구성되며 이를 한마디로 위험관리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노동자 또는 위험 관련 당사자에게 위험성을 고지 또는 정보제공하는 것과 노동자의 참여를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이 위험성 평가제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나라 작업환경측정제도는 측정 결과 노출기준에 초과되지 않는 경우 어떠한 행정적 조치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서는 그저 측정하기만 하면 산안법 규제에서 면죄부를 부여받는 것으로밖에 사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작업환경측정 주체는 외부전문가가 아닌 노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연합의 위험성평가제도 기본지침에서는 위험에 대한 정보제공, 노동자와의 협의 또는 자문, 노동자의 참여와 대표 등이 요건으로 돼 있다”고 소개했다. 즉 위험성 평가의 1단계부터 최종 단계까지 모든 내용을 현장 노동자에게 고지 또는 정보를 제공하고, 가능하다면 노동자가 직접 평가의 전 과정에 참여토록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직접 참여하는 제도변화 보장해야

이에 따라 최 연구원은 “측정비용만 지불하고 측정기관에서 제출한 보고서만 노동부에 보고하는 사업주의 피동적 역할과 측정기기를 몸에 달고 수고로움만 감수하는 객체적 노동자의 역할로부터 사업주 스스로 자기 사업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의무와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며 “또한 노동자는 사업주의 역할을 감시하고 보조해 적극 개입하고 법적 지위를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연구원은 “현재 노동자 대표 또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의해 사업주에게 요청할 때만 작업환경측정에 입회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노조가 있고 대기업 사업장에서나 가능하며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실질적인 참여는 불가능한 구조”라며 지적한 뒤, 공정별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안전보건대표조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실질적 안전보건문제를 진단·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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