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대]자동차 부품업체서 폐질환 집단발병

자동차 부품업체서 폐질환 집단발병 

면천면 성하리의 대한솔루션 노동자 25명 천식 앓아 
 
유종준 기자 jjyu@djtimes.co.kr
 
 
▲ 대한솔루션 당진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금형기에 분사작업을 하고 있다. 
 
산업안전공단 역학조사, 노조 "열악한 작업환경 원인"

면천면 성하리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대한솔루션의 노동자 25명이 최근 집단적으로 천식 등의 폐질환을 앓아 관계당국에서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2004년 6월부터 대한솔루션 자동차 천정 성형부서에서 MDI(폴리우레탄 원료) 도포작업을 했던 이모(44)씨는 이 일을 맡고 나서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나는 증상 끝에 직업성 천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씨와 같은 증상으로 직업성 천식이라는 진단을 받은 노동자들은 2004년에만 같은 부서에서 4명에 달했다. 이 부서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모두 20여명. 근무자의 20%정도가 병을 얻은 셈이다.

당시 이씨를 진찰한 단국대병원의 담당의사는 MDI 유발검사상 양성 소견을 보였다며 직업 관련성이 명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식환자 발생과 관련해 역학조사를 요구하는 노조와 이에 반대하는 회사간에 논쟁이 붙은 가운데 이번에는 회사 전체에서 25명의 노동자에게 같은 질환이 집단적으로 발생했다. 전체 현장 노동자가 70명 정도인 만큼 36%가 폐 질환에 노출된 것.

결국 폐 질환자 25명은 지난 10월 아주대병원에서 1차 진료를 받았으며 2차 진료로 3∼4일의 입원치료를 요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특히 김모(37)씨는 처음에 현장에서 쓰러진 후 혈압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나중에 정밀진단 결과 천식이라는 판정을 받았으며 의사로부터 현장에서 일하면 안 된다는 소견을 듣기도 했다.

노조에서는 화학자재를 다루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특성상 산재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안전장비나 교육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노조위원장인 이왕연(42)씨는 “잦은 기침과 함께 젤리 형태의 가래도 나오고 얼굴도 후끈거리는 데다 구토와 두통도 동반한다"며 “MDI를 천장내장재에 뿌리고 금형으로 누르는데 이 때 상당한 악취가 나지만 안전마스크 등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노조 산업안전부장인 김명환씨는 “공장동 4개 중 A동은 그래도 환기가 되는 편임에도 아주머니 3∼4분이 폐 질환을 앓고 있고 B동은 환기가 잘 안 돼 햇빛이 들어오는 날 자세히 보면 먼지가 자욱하며 D동 현장은 문 열고 들어가면 먼지로 코와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라며 “B동과 D동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각종 유기용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경고문구도 없고 금형기는 안전장치를 꺼놓는가 하면 안전교육도 나중에 문제가 되자 밀려던 것을 한꺼번에 시행하기도 했다"며 “특히 현장에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부착하지 않아 노조에서 지난 5월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업체에서 폐질환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하자 한국산업안전공단에서도 지난 10월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직업병연구센터의 김병규 차장은 “집단 발병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마치고 근로자들에 대한 정밀 검사단계에 들어갔다"며 “정밀진단이 나와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잠정적인 조사결과가 오는 1월 중순, 최종보고서는 2월이면 제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집단 폐질환 발병과 관련해 회사측은 산업재해나 직업병 가능성에 대해 부인했다.

대한솔루션의 노무 담당자는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현재 역학조사에 들어간 상태"라며 “그 같은 질환이 발생할 수 없는데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산업재해나 직업병이라고 보지 않으며 열악한 작업환경 때문이라는 노조의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솔루션의 폐 질환자 집단발병과 관련해 노사간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나올 예정인 역학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6년 12월 25일 (642호)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