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소리]여수-광양산단 직업병 공포 밝혀지나

여수-광양산단 직업병 공포 밝혀지나 
국가 산단 최초 역학조사 실시...95년 이후 13명 백혈병 사망 
 
 
이국언 기자 road819@siminsori.com
 
여수-광양 산업단지 사업장에 대한 직업병 역학조사가 실시될 예정이어서 직업병 규명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5일 여수 산업안전관리공단 사무실에는 민주노총과 노동부, 여수-광양 산단 사업장 관계자등이 참여한 가운데 여수 및 광양산단 역학조사 간담회를 갖고 향후 조사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국가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직업병 역학조사가 실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최대의 화학 생산시설이 밀집한 여수-광양 산단에서는 해마다 직업병이 다량 발생해, 노동자들에게는 그동안 공포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역학조사의 대상을 놓고 이견이 제출되기도 했다. 산업보건연구원은 발암성 추정 물질 취급 사업장을 중심으로 여수석유화학 안전관리위원회 소속 사업장 29개사와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 30개소로 한정하자는데 반해 민주노총은 광양, 여수지역 전체 사업장에 대해 실시해야 한다는 안이다.

조사 범위를 놓고도 암질환으로 국한하자는 산업보건연구원 입장에 반해, 민주노총은 암질환을 비롯한 주요 건강상의 문제가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폐암 사망이 산재로 인정된 사례가 있는 만큼 근골격계 질환, 호흡기계 질환, 피부질환 및 안질환등을 포함하자는 것.

민주노총은 아울러 노동자의 협조와 참여없이는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할 수 어렵다며 사업 진행과정에 노동자의 참여가 중요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길주 민주노총광주전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올 들어 벌써 광양산단 비정규직 노동자 3명에서 암과 백혈병 증세가 확인 돼 산재를 신청했다”며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역학조사를 주장해왔는데 정부가 늦게나마 이를 받아들이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문 부장은 “여수 광양산단 노동자의 2/3가 비정규직인데, 점차 비정규직에서 암과 백혈병이 발병하고 있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벤젠 취급 사업장에 대해서만 역학조사가 이뤄질 경우 자칫 겉핥기식의 조사가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문 부장은 “그동안 역학 조사가 없었던 것이 아닌데 별 성과를 남기지 못한 것은, 한번도 추적관리를 하지 않은 탓”이라며 “특히 비정규직에 대해 지속적인 추적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안전공단은 여수석유화학 안전관리위원회 소속 사업장의 경우 대부분이 BTX, 1,3-부타디엔 등 발암성 물질을 취급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이번 역학조사 대상 노동자는 정규직 1만5천여명, 비정규직 1만여명 등 총2만5천여명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다음달 각 역학조사 담당기관이 결정되면 1, 2차 역학조사를 거쳐 내년 말까지 조사결과를 작성할 계획이다.

한편 1995년 이후 여수-광양 산단에서 백혈병에 걸려 숨진 노동자는 모두 13명으로, 지난해 3월 사망한 박동규씨 이래 비정규직에 백혈병 발병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수산단, 광양제철소 내에서 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백혈병 및 직업병이 발생해, 이중 4명이 업무상 재해로 산재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초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 2년간 여수 산단 노동자의 발암물질 노출실태를 조사한 결과, 8시간 평균농도는 낮지만 단시간 동안 고(高) 노출이 이뤄져 충분히 암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