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한국타이어 집단 돌연사 “직무와 연관” 결론

한국타이어 집단 돌연사 “직무와 연관” 결론
산업안전공단 “고온 작업장·무리한 야근등 큰 관련”
“화학물질로 인한 가능성 낮아”…유족들 “조사 미흡”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집단 돌연사가 과다한 업무 등 직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역학조사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꾸준히 제기돼 온 화학물질에 의한 돌연사 가능성은 낮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 돌연사의 직접적 원인도 밝혀지지 않아, 유족 대책위를 중심으로 추가 조사 요구가 제기되는 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일 인천 부평구 공단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장성 돌연사의 유발 요인으로 고열 환경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교대작업과 관련한 과로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한국타이어 노동자 돌연사와 업무의 관련성을 밝혀 달라는 대전지방노동청의 역학조사 의뢰를 받은 연구원은 그동안 1996∼2007년에 회사를 다닌 전·현직 노동자와 협력업체 노동자 714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왔다. 한국타이어에선 2006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심장질환으로 7명이 숨지고, 폐암 등으로 5명이 사망했다. 지난 1월 중간 발표에서는 “돌연사와 작업환경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연구원의 박정선 직업병연구센터 소장은 “제조 공정 중에 뜨거운 고무에서 발생하는 수증기 등으로 매우 뜨거운 고열이 만들어져 6∼8월엔 섭씨 40도 이상의 고온 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소장은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이 사무직을 제외한 현장직·기술직·연구직에서만 발생했고 퇴직자보다 현직자에서 발생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 현장과 연관된 직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른바 ‘곱빼기 근무’라고 해 야간조 근무 뒤 다시 오전조 근무를 하도록 한 사실 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이날 △환기시설 개선 △고열환경 노출 최소화 △작업환경 및 교대제 작업시간 관리 △건강 모니터링 체계 구축 등을 한국타이어에 권고했다. 연구원은 또 △조직문화가 노동자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적 조사 △위암 발병이 높게 나타난 데 대한 추적연구 △유해성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고무흄(고무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분진성 먼지) 등에 대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원은 “심장성 돌연사 유발 요인으로 알려진 염화불화탄화수소 등은 역학조사 당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고 조사 당시 측정해보니 일산화탄소 등도 정량 한계 미만이었다”며 유기용제 같은 화학물질에 의한 돌연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산업재해 처리 여부에 대해서도 “심장성 돌연사나 암은 개인적 요인도 관여돼 있을 수 있어 개별 사망 사례에 대한 업무관련성 여부는 다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역학조사 결과에 대해 주호영 유족대책위 대표는 “집단 사망과 직무관련성이 인정된 것은 다행이지만 억울하게 숨진 사람들의 사망 원인에 대한 해명으로는 미흡하다”며 “좀더 명확한 사인을 규명해야 하며 현장의 억압적 노무관리를 근절하기 위한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대책위 자문의사단 간사인 이상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사무국장도 “유기용제 중독으로 인한 건강장애가 끊이지 않고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조사 당시 회사가 작업장을 청소했고 노동자들의 인터뷰도 통제해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천/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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