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에 ‘건강 의자’를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에 ‘건강 의자’를
민주노총 캠페인
 
 
  황예랑 기자 
 
서울 한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양아무개(36)씨는 밤마다 다리가 저려 잠을 제대로 자기가 힘들다. 하루 10시간인 근무시간 대부분을 서서 일해야 하는 탓이다. 양씨는 “하지정맥류뿐 아니라 화장실에 제때 못 가 방광염에 걸린 동료들이 많다”며 “매장 안에 5분만이라도 앉아 쉴 수 있는 의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인마트의 계산원, 백화점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의 판매원,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직원들처럼 하루종일 일어선 채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줘야 한다”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발벗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19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50만 유통·서비스 여성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의자 제공’ 캠페인 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지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고객 서비스’라는 명분으로 하루종일 서 있기 때문에 하지정맥류나 근골격계 질환, 조산이나 유산 같은 각종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러나 사업주들은 법적으로 이들에게 의자를 줄 의무가 있다는 것조차 거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277조에는 “사업주는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비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책임연구원(산업보건학 박사)는 “서서 일하면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육체 피로도가 30% 가량 더 쌓이고, 하이힐을 신은 채 서서 일하면 피로도는 더욱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자 대다수가 하지정맥류나 방광염 같은 증상을 산업재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데다, 실제로 산재로 인정받는 사례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민주노총은 백화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 1천명을 상대로 건강 설문조사와 서서 일하는 동안의 근육 피로도 실험 등을 하고, 오는 10월까지 ‘작업 현장에 의자 놓기’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의자를 제공하는 매장에는 ‘서비스 노동자를 존중하는 사업장’이라고 새긴 현판도 줄 계획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