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영화산업 단체협약 체결 1년, 그 이후

영화산업 단체협약 체결 1년, 그 이후 
 

 
지난해 4월18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위원장 최진욱ㆍ이하 영화노조)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회장 차승재ㆍ이하 제협)가 '2007 영화산업 단체협약'을 체결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7월1일자로 발효된 이 협약의 골자는 영화 스태프들의 4대 보험 가입과 4대 부서별 최저 임금 보장, 격주 임금 지급, 주1회 휴무 등 영화 스태프들에게 최소한의 근로 환경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었다.

당시 제작사 가운데는 28개 업체가 협약에 참여했으며 이후 16개 업체가 축로 동참했다. 이어 제협은 스태프들이 '출퇴근 도장'을 찍을 수 있도록 전자 관리 시스템 'CINE-ERP'를 내놨다.

실제로 현장에서 협약이 온전히 적용된 영화는 '연인 '1724 기방난동사건' '킬미' 등 세 편이다. 또 다른 영화 10편에서는 부분적으로 적용돼 양적으로 많지는 않았다.

◇"일단 해보니 되더라"

지난 1년 간의 성과에 대해 영화인들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단 해 보니 된다"며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005년 12월 결성된 영화노조가 2006년 6월 제협과 교섭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협상이 타결됐고, 이후 본격 적용되기 시작하면서도 현장의 혼란과 제작비 상승 등 시스템의 대폭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던 것에 비해 그런대로 잘 꾸려졌다는 것이 총평이다.

협약이 적용된 영화들을 보면 임금이 적은 액수라도 격주로 꾸준히 지급됐으며 4대 보험 가입이 성실하게 진행됐고 '긴가민가' 했던 주 1회 휴일도 점점 정착되는 등 협약은 기본 범위 내에서 준수된 것으로 영화노조는 분석했다.

또 영화진흥위원회 영상산업정책연구소는 '한국영화 동향과 전망' 지난해 12월자에 게재된 '영화 스태프의 노동환경 조사' 보고서에서 "임단협 이후 제작현장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근로시간의 단축"이라며 "과거처럼 2~3일에 걸쳐 쉬지 않고 몰아서 촬영하는 관행이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영화노조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1월 발표한 설문 결과에서도 '임단협이 한국 영화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57%), '매우 그렇다'(20.5%)로 긍정적인 대답이 주를 이뤘다.

◇과제는 남아 있다

일단 첫 발을 내딛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행착오도 있다.

영화노조가 보는 가장 큰 문제는 임금 수준이다. 2007 임단협에서 정해 놓은 연출ㆍ제작ㆍ촬영ㆍ조명 등 4대 부서 직급별 최저임금 기준이 다소 낮게 책정된 데 반해 평균 노동 시간은 실행 전보다 줄어들면서 스태프들이 실제로 받은 전체 임금이 줄어든 것이다.

노동시간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데다 과거에는 스태프들의 임금이 '관행'에 따라 주어졌으니 시스템을 변화해 나가는 초기 단계에는 합리적인 임금 수준을 산정하기 어려웠던 것.

이 때문에 영진위 '영화 스태프의 노동환경 조사' 보고서는 "향후 임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축척될 때까지는 정확한 계약 기간의 명시와 계약기간 내 임금 보전에 대한 사항을 문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미술 등 4개 부서 이외 분야의 스태프들에게는 임단협이 적용되지 않는 것과 4개의 큰 부서로 나누다 보니 함께 분류된 부서 안에서의 세분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이에 따라 영화노조는 18일부터 시작되는 2008 단체협약 교섭에서 임금 수준의 인상을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잡았다.

제작비 10억 원 이하의 저예산 영화에 대해서도 과제가 남아 있다. 저예산 영화의 제작 환경은 평균 정도 제작비의 영화와는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영화노조는 이 경우엔 러닝 개런티, 즉 수익 배분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영화노조 최진욱 위원장은 지난 1년 간에 대한 총평으로 "안 되는 줄 알았는데 된다는 것"이라며 "협약 시행 이후 영화산업 전반에 변화가 분명히 있었던 만큼 올해에는 양적으로뿐 아니라 질적으로 개선된 임단협을 기대하고 교섭에 임하려 한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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