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 의자 있어도 ‘그림의 떡’

서서 일하는 노동자들 의자 있어도 ‘그림의 떡’
2009-06-02 
 
[한겨레] 캠페인 일주년 토론회…“상사가 앉는 꼴을 못봐”

“주임이 앉는 꼴을 못 본다고 해서, 손님이 없어도 앉지 못했어요.”(ㄱ할인점 최아무개씨) “의자가 좁아 엉덩이의 반도 못 걸쳐요. 앉았다 일어나면 무릎이 아프죠.”(ㄴ할인점 김아무개씨)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에서 일하는 서비스직 여성 노동자들에게 의자가 공급되긴 했지만 만족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과 곽정숙 민주노동당 의원 등의 주최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 노동자에게 의자를 캠페인 일주년 토론회’에서는, 전국민 캠페인과 노동부의 시정 지시에도 회사 관리자들의 인식 전환, 인체공학적인 의자 보급 등 개선될 부분이 많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발제를 맡은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5곳의 노동자 4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언제든지 앉고 싶을 때 앉아서 일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16.7%에 그쳤고 ‘바쁠 때는 못 앉고 한가할 때만 앉는다’는 이는 73.8%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노동자들이 의자가 생겨서 나아졌다고 말한다”면서도 “관리자의 눈치 때문에 일할 때에는 의자에 앉지 않고, 의자도 형식적으로 비치된 경우가 많아 실제 건강 효과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의자에 등받이가 없고 다리를 둘 공간이 없다고 불편을 호소했다”며 “등받이와 높이 조절이 되는 의자를 공급하고, 계산대의 구조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연맹과 전국여성연대 등은 서비스직 여성 노동자들이 주로 서서 일해 근골격계 질환 유병률이 높다며 지난해부터 의자를 주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노동부가 지난달 주요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의자 보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매장 541곳 가운데 372곳이 의자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의자를 제공해야 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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