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정부청사 석면철거현장도 불량

정부청사 석면철거현장도 불량
    황국상 기자 | 2009/06/09

올들어 1급 발암물질 석면문제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이번엔 정부종합청사가 석면가루를 흩날리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시민환경연구소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 단체들은 9일 오전 11시 서울 누하동 환경연 건물 2층에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석면철거 현장의 문제점을 조사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진행되는 정부청사 내 소방시설과 천정 교체공사 담당회사 O산업은 음압기(실내 공기의 압력을 외부보다 낮게 해 미세먼지 등 분진의 유출을 막는 장치)를 설치되지 않았다.

음압기는 커녕 석면 흩날림을 방지하기 위한 비닐막도 찢어져 있었고, 작업현장의 창문도 활짝 열려 있어 석면가루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점쳐졌다. 천장골재 철골에 붙어 있는 석면 뿜칠재를 안전하게 처리하지도 않았다. 위험성이 높은 석면작업임을 알리는 경고표시도 없었다.

작업자들이 안전복과 마스크, 신발덮개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석면철거 현장에서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인근 식당으로 식사를 하고 다녔던 점도 문제였다. 안전복·마스크 등 장비에 묻어 있는 석면이 외부인에게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석면폐기물은 노란색 비닐로 싸서 지정폐기물(일반폐기물보다 위험성이 높은 폐기물) 전용차량으로 운반돼야 하는데도, O산업은 세종로 청사에서 나온 석면 뿜칠재와 석면이 포함되지 않은 폐기물을 한데 섞어 처리했다.

시민환경연구소 등 단체들은 해당 폐기물을 일반폐기물 트럭에 실어 일반건축폐기물 처리장으로 이송하는 사진도 보고서에 첨부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3~5일 기간 동안 세종로 청사를 직접 방문해 건축폐기물에 고농도(30~70%)의 석면이 포함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4일엔 노동부 경인지방노동청 의정부지청에 위험상황신고를 해 근로감독관과 함께 건축폐기물 처리현장을 방문, 해당 업체에 세종로 청사에서 나온 폐기물을 무단처리하지 말도록 현장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석면철거 작업자들의 건강문제 △공무원 등 청사건물을 이용하는 수천 명의 건강영향문제 △청사 주변환경의 석면오염 여부 등 사항이 추가로 조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올 1월엔 충남 보령·홍성의 야산에 굴러다니는 석면원석이 문제가 됐다. 3월엔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건축철거현장이 우려요인으로 지목됐다. 4월엔 석면함유 탈크가 쓰인 베이비파우더 및 의약품이 안전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시민환경연구소 등 단체들은 노동부가 지난 4월24일자로 세종로 청사 현장 석면철거업자인 O산업과 이 회사에 작업을 맡긴 시공사에 '석면 해체·제거작업 작업수칙 준수 및 비산 방지조치 철저 안내'라는 공문을 시달했지만 이같은 개선요구가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상습위반업체에 대해 사업허가를 취소하고, 발주사에게도 석면안전관리 의무와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순환골재(건축폐기물 재활용골재)가 석면에 오염됐는지 여부를 의무적으로 검사하고 △비석면 자재를 철거할 때 석면비산 문제를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석면은 마그네슘과 규소를 포함하는 갈섬석 계열 암석 등 천연광물을 잘게 부숴 섬유로 만든 것을 이른다.

머리카락 5000분의 1 정도의 굵기로 솜처럼 부드럽고 보슬보슬한 질감이다. 길고 가늘게 갈라져 천으로 제조하는 게 가능하다. 기계적 강도가 강한 데다, 내열성, 내부식성, 내약품성, 흡음력이 뛰어나 자동차 부품이나 건축 자재로 주로 쓰인다.

석면이 호흡기를 통해 폐로 일단 들어오면 다른 이물질과 달리 절대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이렇게 한번 흡입된 석면은 흉막에 물이 차는 '흉막삼출액'이나 늑막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늑막비후', 석면이 흉막을 뚫어 흉막이 판처럼 두꺼워지는 '흉막반' 등 흉막질환들을 초래한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