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드림] 다친 것도 서러운데… `질병판정위’ 산재 불승인 남발

다친 것도 서러운데… `질병판정위’ 산재 불승인 남발
 
홍성장 hong@gjdream.com 
2009-06-09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가 회사에서 일하다 다친 노동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

질병판정위원회는 근골격계 질환과 뇌 심혈관 질환 등 업무상 질병에 대해 산업재해 여부를 결정하는 곳인데, 근로복지공단 재해조사팀의 불충분한 조사 자료에 의존하다보니 억울함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광주 한 기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ㄱ 씨. 그는 지난 2006년부터 완제품의 성능을 검사하고 있다. 제품을 손으로 직접 만져 가면서 하는 작업이 대부분으로, 때론 무거운 제품을 직접 손으로 만지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일하는 도중 손목이 삐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참고 일을 했다. 그런데 날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졌고, 인근 병원에서 ‘결절종’ 진단을 받고 이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발병 원인에 대해 지속적인 완관절의 사용이 원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사의 소견도 있었다.

ㄱ 씨는 즉각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질병판정위는 근로복지공단의 ‘업무관련성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작업 내용이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한다고 볼 수 없고, 결절종은 점액변성으로 노동과 특별히 관계있는 질환이 아니다’는 공단측 자문의사의 소견을 받아들여 이런 결정을 내렸다.

ㄱ 씨는 재해조사팀의 불충분한 업무관련성 현장조사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ㄱ 씨는 완제품의 내부 검사를 제외하고 외관 검사를 하는데 만도 하루 8시간 기준 900여 차례 손가락을 사용해야 하고, 170여 차례 손과 손목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단의 ‘업무 관련성 현장조사 시트’에는 위험 신체부위로 손목임을 인정하면서도 ‘손목으로 반복하는 작업무게’ 등 손과 손목에 대한 작업 내용 분석란은 비워져 있었다. ㄱ 씨의 주장에 대해 이렇다 할 객관적 조사도 없이 ‘업무와 상관 없다’고 결론지은 셈이고, 이를 바탕으로 질병판정위원회는 ‘불승인’을 결정했다.

이는 비단 ㄱ 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근로복지공단 재해조사팀의 불충분한 조사는 질병판정위원회가 생기면서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였다. 업무상 질병은 각 질병의 특성에 맞게 현장 재해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사업장에서 제출한 보고서 및 재해자의 주장 및 진술조사 형식으로 불충분해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관계자는 “근골격계질환은 신청된 상병에 맞게 해당 신체 부위의 부담을 현장 조사를 통해 점검표, 비디오 촬영, 현재 작업공정과 비슷한 과거 수년 동안의 작업공정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고 했다.

조사가 불충분하다보니, 질병판정위원회의 심사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광주 질병판정위원회가 열린 횟수는 28차례인데, 처리한 건수는 387건으로 1회 처리 건수가 13.8건이었다. 전국적으로 215건의 회의에서 모두 382건을 처리해, 1회 처리 건수는 16.2건이었다.

또 지난 1월 한달 간 150건을 처리하면서 산재를 승인한 건수는 52건(일부 인정 22건 포함)으로 인정율은 35.8%에 불과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관계자는 “1명의 산재 노동자의 산재 인정 여부를 심사하는데 불과 10분도 채 안걸리는 셈이다”면서 “수십 장의 서류와 동영상, 그리고 MRI 판독까지 해야 하는데 불과 10분이 채 안걸린다는 것은 위원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대충 심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홍성장 기자 hong@gjdream.com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