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서울메트로 직원들 ‘폐암 무섬증’에 떤다

서울메트로 직원들 ‘폐암 무섬증’에 떤다
 심혜리기자 grace@kyunghyang.com
 
ㆍ최근 3년 새 10명… 노조 “발병률 일반인 4배”
ㆍ회사측 “환경 개선하겠지만 흡연 요인도 있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 직원들의 폐암 발생률이 수년 사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최대 4배가 높다고 주장했다. 순환·호흡기계 질환을 앓고 있는 직원들도 해마다 증가하자 노조는 “퇴직자까지 포함한 역학조사를 전면 실시하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24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서울지하철노동조합의 ‘2009년 2·4분기 중앙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요구안’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직원 가운데 폐암을 앓고 있는 직원은 2004년에서 2005년까지 매년 1명에서 2006년 3명, 2007년 3명, 2008년 6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1명이 폐암 판정을 받았다. 2008·2009년 발병자 중에는 퇴직 1년차도 1명씩 포함됐다. 1999년 이후 폐암 환자 18명 중 66.6%에 달하는 12명이 최근 3년여 동안 암 진단을 받은 셈이다.

직무별로는 ‘역무’가 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기술’이 5명, ‘차량’과 ‘승무’가 각각 2명이다. 이들 중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이는 7명이다.

서울지하철노조는 “국립암센터의 ‘폐암 표준화 발생비’와 대비한 결과 서울메트로의 폐암 발병률은 일반인에 비해 최고 4배까지 많은 수치”라고 주장했다.

메트로 직원 중 순환·호흡기계 질환자도 최근 3년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환기계 질환자는 2006년 10명, 2007년 44명, 2008년 11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호흡기계 질환자도 2006년 3명, 2007년 7명에서 2008년 31명으로 늘었다.

서울지하철노조 관계자는 “1974년 개통 이후 열차를 4량에서 10량으로 늘리고 승객이 늘어났는데도 환기설비 용량은 늘리지 못했기 때문에 호흡기 질환이 급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노조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작업환경 내 먼지를 분석한 결과 코발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해 중금속이 검출됐다. 특히 망간·니켈·납·아연 등이 다른 중금속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검출됐다.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고농도 망간에 노출될 경우 호흡기에 영향을 미쳐 폐렴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하철노조는 지난 18일 열린 2009년 2·4분기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급격하게 증가하는 폐암환자에 대한 원인 조사·대책을 수립하고 퇴직자까지 포함한 추가 역학조사를 실시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 측은 “작업환경은 개선하겠지만 메트로 직원의 40%가량이 흡연자인 부분 등 여러 다른 요인도 있다”며 “국립암센터에서 발표한 폐암 표준화 발생비를 대비해봐도 2008년을 제외한 다른 해는 전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심혜리기자 grace@kyunghyang.com>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