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법원 "공사장서 '모닥불 화상死' 업무상 재해"

법원 "공사장서 '모닥불 화상死' 업무상 재해"
 | 기사입력 2009-07-23 11:21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겨울철 공사중지 기간에 일용노동자가 현장을 정비하던 중 모닥불을 피우다 화상으로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해가 인정돼 회사측은 유족 급여 등을 지급해야 된다. 법원은 총 4차례에 걸친 재판 끝에 결국 유족측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고법 제2행정부(부장판사 선재성)는 공사 현장에서 모닥불을 피우다 화상을 입고 숨진 김모씨의 유족 조모씨(89.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 파기환송심에서 "피고측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소 승소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겨울철 토목공사 현장에서 공사준비 및 휴식 등을 위해 불을 피워 몸을 녹이는 것은 공사 현장에서의 작업을 위한 준비행위로 인정된다"며 "김씨가 숨진 것은 회사의 지배 또는 관리 아래에서 업무 수행과 이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로 볼 수 있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용근로의 특성상 계약서상 근로기간이 만료되지 않았다면 공사가 중단됐더라도 근로관계가 소멸했다고 볼 수 없는 점 ▲김씨가 사고 전날 현장반장과 통화한 뒤 현장으로 갔으며, 다른 인부들도 함께 있었던 점 ▲김씨가 귀가하지 않고 모닥불을 피운 것은 작업가능 여부가 확실해질 때까지 대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을 재해 판단의 근거로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2006년 2월27일 오전 7시20분께 전북 진안군 동향면 도리들 용수로 수해복구 공사현장에서 모닥불을 피우다가 불길이 바지에 옮겨붙으면서 전신 화상을 입고 같은 해 3월 숨졌다.

유족측은 유족보상금과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사고 당일 석축공사가 없어 고용 관계가 단절돼 있었고, 김씨는 공사가 가능한지 살펴보기 위해 잠시 현장에 나왔다가 '업무와 관계없이' 불을 피우다 사고를 당한 것이어서 업무상 사고나 작업중 재해로 볼 수 없다"며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유족측은 소송을 제기해 1, 2심에서는 패소했으나 대법원은 "재해로 인정할 수 있음에도 원심이 채증 법칙을 위반하는 등 법리를 오해했다"며 지난 5월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광주고법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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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