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의료계의 직업병

직업병은 제조업계의 '3D 업종' 종사자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인가? 아니다.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인들도 직업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 아니,직업병에 걸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고 해야 할 것이다.

노동강도가 무시무시한 전공의과 병동·야간 응급실 근무 간호사들은 특히 그러하다.

한 대학병원의 젊은 의사는 전공의 2년차 시절에 결핵으로 수술을 받았다.

객혈 환자를 대상으로 중재적 시술을 하는 현장에 참여 했던 게 원인이었다.

이 의사는 당시 하루 평균 서너시간밖에 잘 수 없었던 탓에 면역력이 저하돼 있었다.

그래서 결핵균에 감염됐 던 것인데,이 균은 설상가상으로 어떤 약도 통하지 않는 내성균이 었다.

1년간 약을 복용하다 결국 수술을 받았다.

이 의사는 노동 부에 산재요양신청을 했고 자신이 직접 작업과의 인과관계를 증명 ,산재승인을 받았다.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공의에 대한 처우 개선 문제를 공론 화 한 가운데 '개원의협의회'가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선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낮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는 병동과 야간 응급실 근무 간호사들 중 에는 만성적인 소화기 장애를 앓는 사람들이 있고 더불어 늘 감염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치과의사들은 치과의사들대로 직업병을 호소하는 사례가 있다.

긴 시간 입 안을 들여다 보는 특유의 자세 탓에 디스크를 앓는 사람 들도 있고,호흡기 질환 환자들한테서 감염되는 경우도 생긴다.

한의사들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한 연로한 한의사는 하루 종일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환자들을 보는 바람에 엉덩이 부위에 욕창(병상에 오래 누워 있는 환자에게 주로 생기는 피부 상해)이 생기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니 직업병은 그야말로 '만인의 질병'이라고 말해도 지 나치지 않겠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