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단속 피하다 떨어져 '반신불수'... 보상 전혀 없어

단속 피하다 떨어져 '반신불수'... 보상 전혀 없어
창원지법, 장슈아이씨 낸 소송 기각... 부모와서 간병, 병원비 없어 '발동동'

당국의 불법체류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반신불수'가 되어 1년8개월 가량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이주 노동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이어 법원으로부터도 산재요양승인을 인정받지 못해 병원비를 걱정해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창원지방법원 행정단독(판사 곽상기)은 17일 중국인 장슈아이(23․長率)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비록 사업주 등의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불법체류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부상을 입은 만큼 산업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곽 판사는 이날 판결문을 통해 “작업 중 사업주 또는 관리부장의 지시에 의해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부상한 것이 업무 수행에 수반되는 필수적 부수행위라고 주장하나, 통상적인 업무 범위나 과정에서 발생한 재해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곽 판사는 “업무장소에서 업무시간 내에 발생한 사고라도 비업무적인 활동 때문에 생긴 사고라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해 도주하는 행위를 업무수행이라고 볼 수 없을뿐더러 이런 비업무적 활동이 사업주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산재보험 급여 대상이 되는 업무가 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2006년 5월 추락... '식물인간'으로 지내

장씨는 2006년 5월 2일 창원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의 불법체류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2층 사무실 창문에서 추락했다. 그는 뇌를 크게 다쳐 거의 '식물인간' 상태로 지냈다.

근로복지공단은 장씨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들의 부상 소식을 듣고 국내에 들어온 아버지 장후린(48·長虎林)씨와 어머니 장푸펀(47·長福芬)씨는 2006년 여름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 앞에서 1인시위를 오랫동안 벌이기도 했지만 허사였다.

장씨는 산재를 인정받지 못하자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2006년 11월 창원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던 것. 1년이 훨씬 지나 판결이 내려졌지만 기각당하고 말았다.

법원에 냈던 소송이 기각되자 장씨와 부모들은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병원비가 한 푼도 없기 때문이다.

장씨는 부상을 입은 날부터 창원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지난해 9월 마산의료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은 뒤 12월 창원의 한 개인병원으로 옮겼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등에서는 장슈아이씨 돕기 모금 운동을 벌여 3500여 만 원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비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들 병간호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어머니는 위장이 상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아버지는 모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 건설노동자로 나섰다. 장씨는 부축을 받아 화장실에 갈 정도로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하지만 이들 가족들은 병원비 탓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철승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 소장은 “법원에서 산재가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했는데 결과를 보니 안타깝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장슈아이씨도 그렇지만 아들을 살리려는 부모들의 눈물겨운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토로했다.

이 소장은 "이주 노동자가 당국의 단속을 피하다 부상을 입은 사건이기에 산재를 인정받지는 못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가능할 것 같다. 조만간 법률 자문 등을 거쳐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