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정부와 기업은 중대재해 책임을 인정하고 근본대책을 강구하라.

정부와 기업은 중대재해 책임을 인정하고 근본대책을 강구하라.

2004년, 계속되는 중대재해로 노동자의 삶은 죽음의 구렁텅이로 던져지고 있다. 1일 2명, 1년이면 700명의 노동자가 건설현장에서 죽어가고 있다. 정부에서 공식 발표한 통계를 보더라도 매일 8명의 노동자가 노동재해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263명의 노동자가 재해를 당하고 있다. 그렇게 죽어간 노동자들이 작년 한해만 94,924명에 이른다. 2004년 새해 첫작업에서 현대중공업 노동자가 추락사망했고, 맨홀 폭발사고로, 바스켓 충돌로, 염산탱크에 빠져서, 추락으로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부천 LG백화점 리모델링 공사 현장의 3톤짜리 철제 비계가 무너지면서, 밤샘 작업을 하던 용역업체 일용노동자 3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밤 10시를 넘긴 시각, 백화점 리모델링 작업을 하다가 백화점 외벽에서 떼어낸 화강암 타일을 철제 비계에 쌓아놓는 과정에서 하중을 이기지 못한 철골과 비계가 차례로 무너졌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건설자본은 무관심과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건설현장의 중대재해가 이미 하루이틀의 일이 아닐 뿐더러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자율안전을 명목으로 건설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으며, 각종 산안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후퇴시키고 있다. 건설자본 역시 작업자와 비계설치업체에게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며,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한 야간노동과 부실시공을 서슴치 않고 있다. 재해율이 높은 하청업체에게 공사 입찰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고 있으나 재해방지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해은폐를 낳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건설현장만의 문제이겠는가. 더구나, 건설현장에서는 산안법과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노조활동가들을 구속과 수배로 옭아매면서, 노동자들의 목숨과 권리를 짓밟고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에 대해 사업주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은 경제성장 이데올로기와 자유로운 기업활동만을 운운하며 노동자의 목숨을 희생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경총은 이미 지난 2월 계속되는 사망사고로 현대중공업의 안전담당이사가 구속되자 '4만명 이상의 대규모사업장과 중소규모사업장을 구분하지 않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경총의 파렴치한 성명서를 발표하여 노동자들의 생명은 이윤추구 앞에 고려의 대상으로조차 삼고 있지 않음을 만천하에 밝힌 바 있다. 노동자를 수없이 죽이는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정부와 기업은 사고경위와 원인조차 제대로 규명할 의지가 없고 은폐·축소하려는 데에만 급급한 것이다.

노동자의 목숨을 손바닥 위에 두고 쥐락펴락 하며, '이윤'에만 달겨드는 이들의 작태는 더많은 노동자의 죽음을 초래할 뿐이다. 노동자의 골병과 죽음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며 근본적인 원인을 은폐하고 역으로 노조를 탄압하는 정부와 기업에게, 엄중하게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묻는다. 다시는 헛되이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일이 없도록 원인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여 책임자를 처벌하고, 중대재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은 수천, 수만의 노동자의 혼 앞에 엄숙히 사죄하는 길이며, 정부와 기업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을 이행하는 길임을 각인해야 할 것이다. 

2004년 4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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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