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외국인 노동자 ‘납 농도’는 2배

외국인 노동자 ‘납 농도’는 2배
같은 유해사업장서 일하고 젊고 근무기간 짧은데
 
  김정수 기자 
 
 국내 노동자와 비교 연구
같은 유해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도 외국인 노동자의 혈중 유해중금속 농도가 한국인 노동자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이 유해한 환경에서 일할 뿐 아니라, 같은 사업장에서도 한국인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해물질에 많이 노출되는 작업에 배치되고 있다는 주장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한다.

이런 결과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화학물질안전보건센터 양정선 박사 연구팀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수행한 ‘납 건강장해 조기진단을 위한 유전자 칩 개발연구’의 기초조사 과정에서 얻어졌다. 양 박사팀은 8~9일 김해시 인제대에서 열리는 한국산업위생학회 학술대회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양 박사팀이 2005년 7월 폐자동차 축전지에서 납을 추출하는 사업장 4곳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76명과 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파키스탄 출신 외국인 노동자 13명을 대상으로 임상검사를 한 결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평균 혈중 납 농도가 55.8㎍/㎗로 한국인 노동자들 평균치 28.9㎍/㎗의 두 배 가까웠다.

외국인 노동자 13명 가운데 10명이 직업병 진단에 적용하는 생물학적노출기준치인 40㎍/㎗을 넘었고, 60㎍/㎗를 넘은 노동자 8명 가운데 7명이 외국인이었다. 조사대상 외국인 노동자들은 평균 나이가 29살로 한국인 노동자들보다 13살이나 어리고, 평균 근무기간도 1년 미만으로 한국인 노동자들의 5분의1에 불과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고농도의 납에 집중 노출됐음을 뜻한다.

양 박사팀은 학회에 미리 제출한 논문 초록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근무연수가 짧아 아직 납 중독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지만, 이런 정도로 계속 노출되면 곧 납 중독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납은 인체에 과다 축적되면 뇌와 신경세포를 파괴해 신체마비, 정신이상 등을 초래한다고 알려져 있다.

양 박사는 1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은 퇴근하면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 작업장과 붙어 있는 기숙사에서 생활해 유해물질 노출 시간이 길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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