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휴식 중 노동자 사망 '산재' 놓고 갈등 심화

휴식 중 노동자 사망 '산재' 놓고 갈등 심화 
시신 10일째 영안실 방치, 유족-회사 책임공방 계속
 
 2007년 03월 13일 (화)  오웅근 기자  wgoh@idomin.com 
 
 
조선소 화장실에서 죽음을 맞이한 한 노동자의 시신이 10여 일째 영안실에 방치된 가운데 산업재해 인정 여부와 책임소재를 놓고 유족과 회사, 근로복지공단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7일자 5면 보도>△사건 발생 = 지난 달 28일 오후 진해시 죽곡동 오리엔탈정공 회사 안에서 쉬고 있던 정동화(57·부산)씨가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씨의 시신은 아직까지 정확한 사인이 규명되지 못한 채 부검 결과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유족 측과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등은 원청회사인 오리엔탈정공이 사망한 정씨를 고용한 성진기업 측에 책임을 지우고 있고, 성진기업도 유족이 납득할 만한 보상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지난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진해시 석동 농협하나로마트와 롯데마트 앞 거리에서 하청업체의 열악한 근로 조건과 망자에 대한 무성의를 규탄하는 전단지를 행인에게 배포하는 등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유족 측 입장 = 마창거제산재추방연합 김병훈씨는 "사고가 난 후 시신을 옮겨야 하는데 한 동안 출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유족들의 출입을 원천봉쇄한 것이나 지난 2004년 4월께 작업중 5m 옥상에서 추락해 손상한 폐가 수술 후 합병증으로 발병할 수 있는데 이를 간과한 점, 사망 전 복통을 호소했음에도 컨테이너 안 탈의실에 방치한 점 등은 명백한 기업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특히 가족들은 "성진기업은 4대 보험료를 계속 봉급에서 공제해왔지만 근로복지공단에 확인해보니 최근 3개월 동안만 해당 보험에 가입돼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 입장 = 오리엔탈정공 관계자는 "유족들이 회사를 방문했을 때 충실히 안내했고, 당시 복통 등이 있으면 의례적으로 의무실에 가게 돼 있는데도 일을 확대 해석하고 있다"며 "경찰 조사 결과 폐질환 기흉이라는 질병사로 결론났으나 산재 진단이 나올 수 있도록 고인의 과거 추락사고와의 연관성 등을 자료로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오리엔탈정공이 책임을 회피한다고 하지만 합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고인이 소속된 성진기업"이라고 말했다.

오리엔탈정공 등은 유족측에 장례비를 포함한 2000만원의 합의금을 줄 의사를 내비치고 있으나 유족측은 최소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 = 정씨의 죽음이 지난 2004년의 추락사고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의학적 검증이 우선돼야 하며, 성진기업은 물론 다른 하도급업체의 4대보험 가입 여부와 원청사-하도급업체간 도급계약 여부 등을 먼저 조사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업 중 사고나 후생복지문제에 대한 원청사와 하도급업체간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노동부의 기본지침이 아쉽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