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외국인노동자 “한국서 아팠어요”

외국인노동자 “한국서 아팠어요”

위·십이지장궤양>고혈압>알러지>류머티스 등 다발


불면증 등 정신건강도 심각… 근로환경 개선 시급

국내에서 3D업종을 도맡아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질병이 생겨도 휴식을 취하거나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이러한 문제들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차츰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약 한 달간 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은 전북대 사회학과(책임연구원 설동훈 교수)에 의뢰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걸쳐 외국인 노동자 건강실태조사를 일괄적으로 실시했다.

합법·불법체류 관계없이 ‘아팠다’

이번 조사는 외국인 노동자의 질병 치료와 건강 향상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 마련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 685명과 이들 진료 의료기관 40개를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국내 최초로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탐색조사라는 데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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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별로는 중국이 235명(34.3%)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필리핀 62명(9.1%), 몽골 59명 (8.6%), 방글라데시 53명(7.7%), 베트남 41명(6.0%) 순이었으며 그 외에 태국·미얀마·스리랑카·인도네시아·네팔·나이지리아·구소련·가나·파키스탄·인도 등 순으로 총 20여 개국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몸이 아프더라도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특히 정신적 고통을 크게 받고 있는 등 외국인 노동자의 보건의료지원 개선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합법체류자와 불법체류자간에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질병 발생과 관련해 한국에 입국한 후에 아픈 경험이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61.3%였으며 이 가운데 아파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횟수는 2~4번 경험이 35.7%, 1번 이하가 29.5%, 8번 이상이 23.4%, 5~7번이 11.4%로 각각 조사돼 외국인 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진료를 받지 못한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높은 질환은 위·십이지장 궤양 25.1%, 고혈압 24.9%, 알레르기 18.4%, 류머티즘 관절질환 12.7%, 당뇨병 10.3%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의 정신건강은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노동자의 일반정신건강(General Health Questionnaire) 평균점수는 13.56 수준으로 한국 전남 순천 주암댐 수몰지구주민의 평균점수 10.91수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에 대한 자신감 부족과 그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불안(Self-rating Anxiety Scale) 평균점수는 40.26점으로 역시 주암댐 수몰지구주민의 평균점수(38.99점)보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두통이나 요통을 호소하며 마음이 불안하고 불면증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상생활과 관련해 응답자의 54%가 규칙적인 수면을 하고 있었지만 무려 절반에 이르는 46%가 불규칙적인 수면을 하고 있었고, 특히 불법체류자의 규칙적인 수면율이 47.4%로 합법체류자의 규칙적 수면비율 59.3%에 비해 낮은 것으로 파악돼 불법체류자들의 일상적 불안감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외국인 노동자의 흡연율은 23.7%로 한국인의 흡연율 61%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으나 음주율은 소주 59.1%·맥주 55.6%로 한국인의 음주율인 68.4%에 거의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별 없는 의료혜택 받아야

의료기관 이용과 관련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아플 때 치료방법은 정기적 약물복용이 32.9%, 통원치료가 31.1%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입원치료 15.6% ,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도 12.8%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의료기관은 종합병원·의원이 26.1%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약국 24.5%, 의원 19.8%, 무료진료소 19.1%, 보건소 6.1%, 한의원 4.4%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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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을 이용하기 힘든 이유로는 진료비 부담(43.1%), 병원 갈 시간 없음(35.4%)의 순이었고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진료비 부담(36,1%), 병원 갈 시간 없음(30.5%)순이었다.
무료진료소 이용과 관련해 월평균 무료진료 서비스를 이용한 횟수는 1회(39.5%), 없음 (28.7%), 2회(26.4%) 3회 이상 (5.4%) 순이었는데 전체적인 서비스 만족도는 만족 이상이 64.5%, 보통 18%, 불만족이 7.5%로 나타나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료진료소를 계속 이용할 의향에 대해서는 86.6%가 ‘예’라는 응답을 보였다.

무료진료소의 서비스 이용에 있어 애로사항은 진료대기 시간 24.7%, 재정 부족 20.3%, 진료시간 부족 13.8%, 인력 부족 및 약품 부족이 각각 11.3%순으로 나타났다.

무료진료소에서 서비스에 대한 희망사항은 충분한 의약품 보급이 37.7%, 건강검진 33.5%, 타 복지기관과의 연계 12.5%, 산업보건 및 모자보건 등 특수 의료욕구 충족 8.0%로 조사됐다.

설동훈 교수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한 정책방향으로 무료진료 중심의 외국인 노동자 보건지원정책은 가급적 지양하고 의료기관 중심의 지원을 제의했으며 무료진료기관은 인력 및 재원의 부족, 일반 병·의원은 외국인 노동자 진료에 필요한 노하우 및 정보의 부족, 보건소는 홍보 부족 등을 개선할 것을 지적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도 무료진료의 시혜대상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해 보혐료를 납부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차별 없이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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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팀은 또 외국인 노동자 진료의 표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각종 의료기관들이 진료와 관련된 각종 노하우와 경험 등 정보들이 공유돼야 하며 외국인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연구와 정책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사팀은 재단의 향후 역할과 관련해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원활한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정확한 진단 및 처방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기본적인 문진표와 처방에 관한 다국어 번역자료들을 제작·배포하는 한편 외국인 노동자 건강진단과 관련된 경험 및 지식을 공유하기 위한 의료공급자간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워크숍 및 세미나 개최, 이를 통한 매뉴얼 및 자료집 발간 사업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재단 공한철 사무총장은 “이번 조사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외국인 노동자의 건강에 문제가 보이고 있는 만큼 이들 질병의 진료 및 치료를 위한 개선사항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의 건강권도 우리나라 국민들과 똑같이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재옥 기자>

기사입력 :2006-02-21 오후 2:37:43
이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