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노조 조합원 작업중 사망사고 발생
허술한 안전장비와 불법 다단계가 부른 인재
지난 8월 4일 온산공단에 위치한 대한유화 내 BALL TANK에서 용접을 하던 플랜트노조 장대석조합원(49세)이 작업도중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노조는 장대석조합원이 13미터 높이에서 용접작업을 하던중 전기쇼크로 추락해 허리에 매단 안전벨트가 흉부를 압박해 갈비뼈 골절 및 기도질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람잡는 모작을 없애야 한다
플랜트노조 탱크분회 이재덕 분회장은 장씨의 사망사고는 "불법다단계로 인한 과도한 노동과 허술한 안전장비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덕 분회장에 따르면 "사고 당시 장씨가 일하던 공사현장은 발주처는 대한유화 및 도요엔지니어링코리아이고 시공사는 성진지오텍이지만 성진은 대승ENG에 하청을 주고 대승은 다시 모작이란 형태로 개인(모작반장)에게 재하청을 주는 형식으로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재덕 분회장은 "노조에서 모작을 금지하고 있지만 업주들이 공사중 일어난 제반 사항을 면피하고 작업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서 모작이란 형태를 이용하고 있다"며 "인맥으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건설현장의 특성상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걸 우려해 모작이란 걸 알면서도 거절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BALL TANK 용접작업은 고도의 숙련용접을 요하는 작업이라 인원이 한정되어 있어 대부분 모작형태로 작업이 이루어진다"며 "이번 기회에 작업현장에서 모작시스템을 근절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 현장에서 용접을 35년 동안 하고 있다는 한 조합원은 "안전 제일을 외친다고 안전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노동부 등에서는 BALL TANK에서 하는 작업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세상은 변해도 노동조건이나 환경은 70년대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있으나 마나 한 안전장비와 안전관리요원
장씨의 사망원인은 과도한 노동강도와 함께 허술한 안전장비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노조 김태경 직무대행에 따르면 "당시 장씨가 허리와 어깨, 다리에 착용할 수 있는 안전밸트를 착용했다면 추락했어도 사망까지는 이르지 않았을텐데 허리에만 착용할 수 있는 안전밸트를 지급해 추락하면서 허리에 있던 안전밸트가 가슴으로 밀려서 흉부를 압박한 것"이라며 허술한 안전장비가 결국 장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한다.
또 "용접기에 전격감지기가 부착되어 있어 감전의 위험이 있으면 센서가 작동되어 전기를 차단하게 되는데 당시 현장에는 센서를 모두 풀어버린 상태에서 작업해 감전이 발생해도 전혀 작동이 되지않는 상태였다"고 했다.
노조에 따르면 같은 공사현장에서 장씨의 사망사고가 일어나기 보름 전에 이미 김상기 조합원이 용접중 추락해 갈비뼈가 골절되고 폐손상을 입어 치료중이며 하루 전날에는 정윤호 조합원이 무리한 작업으로 탈진, 실신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렇듯 공사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으나 원청이나 하청업체는 안전관리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결국 사망사고까지 나게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5.27 중간합의사항, 사용자들 지킬 의지는 있나
지난 5월 27일 공동협의회의 중간합의 결과를 보면 불법다단계 하도급 규제에 대해서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한 불법적 하도급을 금지하고 근로자에게 도급을 주지 않는 문제는 실무협의에서 논의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건설플랜트 다자협상 평가토론회'에서 박종근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불법다단계 문제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떠나서 원청사가 나서서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사항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아직도 불법다단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고를 통해서 밝혀졌다.
노조는 "전문건설업체들이 최종합의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중간합의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며 울산시에 공동협의회 대표자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또한 노조는 "사고재발 방지와 유족보상, 책임자처벌" 등을 요구하며 발주업체인 대한유화에 면담요청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한편 장씨가 사망한지 5일째인 8일 노조는 유족의 요청 등으로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부검을 실시한 상태다.
정기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