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노동뉴스] 의료서비스 선진화 방안, 의료민영화의 다른 이름

의료서비스 선진화 방안, 의료민영화의 다른 이름
[특집] 보건은 없고 산업만 있는 의료민영화(1)
 
◇ 정부의 의료서비스 선진화는 의료민영화의 길닦기
◇ 병원채권 발행, 병원경영지원회사 설립 등... 이윤경쟁의 가속화

작년, 광우병 쇠고기로 촉발된 전국민적 촛불집회는 광우병이란 의제를 넘어 사회공공성강화를 위한 의제까지 광범위하게 번져나갔다.
가스, 전기, 물 사유화 반대와 의료민영화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여론에 놀란 이명박 정부는 각종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이 지난 2009년 봄부터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기 시작했다.

특히 의료민영화와 관련해 2009년 2월 제주도에 영리병원 도입을 재추진한 데 이어 5월8일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08년 영리병원유치를 위한 도민투표에서 부결되었음에도 또 다시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의료민영화에서 포장만 바뀐 의료서비스 선진화 방안의 주요 내용을 보자면 병원채권 발행, 병원경영지원회사 설립, 병.의원간 합병, 경제자  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설립 허용을 담고 있다.

◆병원 채권발행 허용

정부는 병원이 시설투자 등 자금확보를 위하여 저금리의 운영자금이 필요해 채권발행을 허용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을 발행하면 채권단에게 이익을 보전해야 하지만 국내 대형병원들의 연간 순이익이 총매출의 1%도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진료비, 검사료, 수술비를 높이고, 병원노동자를 쥐어짜서 이익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는 사실상 병원이 채권단을 위해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어 영리병원 허용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병원경영지원회사 설립 가능

현행 의료법은 병원 경영지원회사 설립을 금지해 병원의 영리적 운영을 제한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병원의 마케팅, 인사, 재무, 구매 등 의료외 부문에 대한 경영을 일반인이 설립한 지원회사에 맡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병원경영지원회사가 설립되면 전국 여러 지역에 대형병원을 거느린 거대 ‘병원 체인’이 형성되고, 장사가 잘되는 경영지원회사는 주식발행도 가능해진다. 결국 병원채권 발행과 경영지원회사의 설립은 채권이자 확보, 주식가치 상승을 위해 더 많이 이익을 내야 하고 의료비의 상승은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의료법인 합병 허용 등

의료법인에 대한 인수합병을 가능하게 한 것은 병원경영지원회사의 거대화와 장래 영리병원 도입을 내다보고 미리 마련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병원간 합병이 허용되면 구조조정 등 의료인들의 고용보장 문제가 생겨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건강관리서비스 시장 형성’의 경우 당뇨환자의 체중조절과 식이요법 등의 병원의 공공성 부분 역시 돈을 받고 팔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의료서비스 선진화의 기본방향은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병원간 경쟁이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이 함께 공유해야 할 공공재의 하나인 의료는 돈이 아닌 환자를 중요시해야 하고, 소수의 특권이 아닌 다수의 보편성이 매우 중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는 ‘보건은 없고 산업만 있는 의료민영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기에, 병원노동자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정책을 정부에 요구해야 할 때이다.

이제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요구와 투쟁이 시작돼야 한다.

 
 
김태우(공공노조 울산대병원분회장) / 2009-05-27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