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요양급여 심사 단일화 시급

[한겨레]요양급여 심사 단일화 시급 
 
 
[한겨레] 국가의 지속적 발전은 미래를 얼마나 잘 준비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하여 각국은 현실적인 여건에 따라 나름대로 치밀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차원에서 보아도 이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경험은 미래산업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기업은 문을 닫아야했고, 미래산업을 일찍 사업전략으로 준비한 삼성등은 국제기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한 어느 나라에서나 해당될 수 있는 공통적인 미래의 관심사는 안정적인 노후보장에 있는 것 같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사회변화에 맞추어 노후의 안정적인 연금수혜보장 및 의료보장의 강화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보장을 뒷받침하는 재정문제는 정치적 관심사가 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대선 당시의 주요 논쟁거리도 이 문제였고, 현재 독일 정계가 심도있게 다루고 있는 주제도 의료보험 개혁이나 연금재정 문제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연기금관리를 둘러싸고 나타나고 있는 우리 정치권 내부의 일련의 갈등도 이러한 문제와 무관하여 보이지 않는다.

국가재정이든 개인재정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에는 수입의 확대를 기대하기보다는 지출을 합리화하는 것이 재정효율성을 위하여 더 중요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의료재정의 관리체계를 보면 과연 얼마나 효율적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의료급여 등의 요양급여체계는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및 산재보험으로 나누어져 별도로 심사되고 있다. 같은 요양급여이면서도 심사주체가 서로 상이하여, 현실적으로는 효율적인 관리가 유지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적이지 못한 진료비심사 관리의 허술함을 이용하여 보험악용의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무늬만 환자인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또한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심사평가가 별도로 유지되고 있는 탓에, 진료기준, 심사기준 및 사후관리 기준 등에 대한 의약학적 전문적 관리도 통일적인 체계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진료비 심사 외의 통일적인 심사기준 개발이나 적용의 문제, 급여범위나 수가 등의 산정을 위한 정책지원 문제 및 부당요양기관의 조사지원 업무 등의 일원화 관리도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미래사회를 위한 안정적인 보험재정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하여는, 요양급여의 심사체계를 단일화하여 보건의료의 총체적·효율적 관리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요양급여에 관한 체계적 심사관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전문성을 갖는 새로운 조직에 의하여 통일적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사한 기능을 갖는 정부조직이나 위원회의 통폐합은 개혁의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이러한 비효율적인 심사조직 체계가 앞으도도 존속한다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라고 말할 수 있다. 통일적인 국가적 관리체계는 보건의료의 심사 및 평가에 관련된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여, 보건의료 관련 국가 중요정책 결정시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국민들의 재정적 부담은 지금보다 낮추면서 의료선택 범위는 확대할 수 있게 되는 이득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최근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및 정무위원회에서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및 산재보험 진료비의 심사평가체계 일원화를 위한 정책제안 문제가 지적되었다는 사실은 국회가 제대로 된 개혁방향을 읽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분야이든 미래사회는 이를 철저히 준비하는 사람들의 몫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류지태/고려대 교수·법학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