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산추련]고) 이정연 구몬 학습지 교사 산재 신청 관련 유족입장글

경 위 서

본인(유숙자)은 구몬학습지 동울산지국에 다니다 지난 4월 19일 사망한 이정연의 어머니입니다. 망인은 2000년 4월 구몬학습지에 들어가 5월 15일 계약을 하고 동울산 2지구를 거쳐 2003년부터는 1지구에서 일을 해 왔습니다.

망인은 2004년 4월 16일 금요일 아침 몸이 너무 아파 출근을 할 수가 없었고 결국 119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호흡 곤란, 의식불명... 정밀 검사를 하려 했지만 심전도, 혈당, 혈압이 너무 높아 다른 검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경련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결국 4월 19일 아침 6시경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작업 내용>
1. 망인은 오전 10시에 지국 사무실에 출근하여 보통 22시에서 23시까지 일을 했습니다. 출근하여 오전에는 조회를 하고 진도그래프 점검, 교재 청구서 관리, 입금관리, 개인면담, 교육, 당일 교재 준비, 채점 등의 업무를 하고 식사 후 오후에는 학습지 회원 집을 방문하여 교재를 나눠 주고 교재 내용을 가르치고 회원 학습태도나 진도, 신입회원 확보와 관련한 학부모 상담 등을 하였습니다.

2. 망인은 구몬 학습지 회사와 자영업자로 계약을 맺었지만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여 조회를 하고 교육을 받았으며 실제 지국 관리자로부터 입회를 강요받거나 퇴회 처리를 거부당하는 등 업무 및 실적과 관련한 지시와 강요를 받았고 면담을 받는 등 관리를 받아 왔습니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1. 망인은 사망 직전 동울산지국 동료 교사들에게 자주 ‘너무 힘들다’ ‘쉬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고 관리자와의 면담 자리 이후 자주 울기도 하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동료 진술서 참조)

2. 실제 장례를 치룬 후 망인이 동울산지국에서 관리했던 관리과목과 인수인계과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평소 관리했던 관리 과목이 204과목이었지만 실제 후임교사들이 인수인계를 한 과목 수는 단지 47과목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150개가 넘는 과목이 사실은 이미 퇴회를 한 과목이고 몇 달간 퇴회 과목에 대한 회비를 대납하느라 1500만원이 넘는 카드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학습지를 그만 두는 회원들의 퇴회를 매달 정상적으로 하게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망인이 사망하기 전 관리자와 면담을 하고 울며 나오던 일, 힘들다며 그만 두고 싶다고 하소연 하던 일, 매달 400만원이 넘는 돈을 대납 해 왔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망인의 사망은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이라고 보기에 충분 합니다.

3. 망인의 통장을 확인 해 보면 2003년 4월경부터 카드 현금 서비스가 50만원씩 시작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망인의 현금 서비스는 점차 7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140만원으로, 급기야 2004년 2월에는 200여만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망인은 미혼이었고 매달 25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았는데 소형자동차 관리비 외에 크게 돈을 쓰지도 않는 상태에서 급여는 고사하고 현금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었는지...
주 3회 이상 개인면담을 마치고 나올 때마다 울며 나왔던 그 모습, 퇴회를 정리하고 싶어도 관리자의 강요에 의해 퇴회를 쓸 수 없었던 상황, 그로 인해 받았을 고인의 상처와 갈등, 스트레스는 더 이상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갔고 소중한 목숨을 잃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4. 실제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노동보건교육센타 공동으로 2003년 학습지 노동자 건강실태조사사업 결과를 보면 학습지 교사들이 직무에 대해 불만족하는 첫 번째 이유로 “영업실적 강요 및 업무 스트레스”를 지적하고 있으며 가장 큰 스트레스로는 “영업실적에 대한 부담”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별첨자료 참고)

학습지 회사는 교사들에게 영업을 강요하며 입회와 퇴회에 관련한 부담을 온전히 교사들에게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지국에는 실적판이 붙어 있으며 매일 마감전화를 통해 실적을 확인하는 방식의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퇴회는 교사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며 그로 인한 불이익도 경험합니다. 이로 인해 수면장해, 두통, 불쾌감, 신경질, 업무과다에 의한 스트레스 등이 50%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울산지역 구몬 학습지 교사들이 경험 했던 ‘영업강요와 스트레스’ 진술서 참조)

망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실적과 영업 강요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유가족 입장>
1. 망인이 사망 후 유족들은 학습지교사가 헌법에도 보장된 노동3권의 보장과 최소한의 법적 권리인 근로기준법, 산재보상보험법의 보호마저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학습지교사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계약상에 개인 사업자라는 이유 하나로 출퇴근시간, 업무지시, 실적 관리를 받는 등 사실상 사용자와 지배종속관계에 있으면서도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처지에 있다는 것이 너무도 이해가 되지 않고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망인이 매일 같이 아침부터 늦은 밤 시간까지 일을 하고 몸이 아파도 쉴 수조차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부당한 영업을 강요받고 억압적인 노무관리에 시달리다 결국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도 이 나라 법이 이를 보호해주지 못한 다면 과연 노동법은 무엇 때문에 있는지 근본적으로 되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2. 망인의 죽음과 관련해서 동료들의 진술과 사망 전 과정을 되짚어 보면 망인의 죽음은 업무와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신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상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라는 것이 분명합니다. 현행 산재보상보험법에서는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의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에 망인의 죽음은 마땅히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3. 망인이 죽고 나서 이러, 저러한 얘기를 듣는 과정에서 학습지교사들이 건강과 생명이 전혀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잦은 골절 사고, 방광염, 위장질환, 근골격계 질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 성폭력까지 위험한 상황에 내몰려 있으면서도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바뀌어야 합니다. 이번 망인의 사망을 계기로 학습지 교사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 받을 수 있도록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맞게 법을 고쳐서 학습지 교사의 건강권을 보호해서 더 이상 안타깝고 억울한 일들이 생기지 말아야 합니다.

4. 마지막으로 얼마 전 정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보험 시행 40주년을 맞아 산재보상보험법의 수혜범위를 확대하여 특수고용노동자들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법개정은 분명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또다시 어떤 이유로 그런 움직임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행동과 실천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더 이상 산재보상보험법의 적용 대상에 학습지 교사를 포함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제외되지 않도록 법개정이 이루어지길 다시 한 번 촉구 합니다.


28살 안타까운 죽음이 이제 이 땅에서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망인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함으로써 이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길 다시 한번 간곡히 촉구합니다.


2004년 7월 16일


* 첨부 자료
1. 6/25일자 중앙일보 기사(특수 고용노동자 산재 검토)
2. 6/28일자 문화일보 기사(산재보험 이렇게 바뀐다)
3. 학습지 노동자 건강실태조사 보고서(축약)
4. 동료진술서
5. 학습지 교사에 대한 부당영업 사례
5. 사망진단서
6. 주민등록등본



청 구 인 : 유 숙 자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