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현대모비스 하청노동자 하병웅씨 과로사 확실시

하루 15시간 일하고도 150만원…생계유지 위해 초강도 노동
지난 11일 새벽 집에서 자다가 숨진 채로 발견된 현대 모비스 하청업체인 신성도장 소속 노동자 하병웅(36)씨의 사망원인이 현장조사 결과 과로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한편 사망에 이를 정도로 쉬지 않고 일하고도 하씨가 받은 급여가 월 150만 원을 밑도는 것으로 밝혀져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으로 인한 과로가 결국 생명까지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 지난 11일 사망한 하씨의 작업시간표와 월급명세서. 입사 12년 차인 하씨는 3월 연장 105시간을포함해 총 463.5시간, 하루 16시간을 일했지만 이달에 수령한 급여는 150만원에 불과했다. ⓒ 매일노동뉴스


14일 오후 2시부터 하씨의 유가족과 현자노조, 현자비정규직노조, 현자노조 모비스지부, 울산산재추방연합이 공동으로 현자 모비스 신성도장 작업현장을 방문해 실시한 자료조사와 현장조사에 따르면 최근 3달간 하씨는 토·일요일 특근은 물론이고 야근과 연장근로를 꼬박꼬박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입수된 하씨의 작업시간표를 보면 지난 3월 하씨는 총 463.5시간을 일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하루 평균 16시간(연장 할증 포함)을 일한 셈이다.

3월에 하씨는 단 3일밖에 쉬지 못했는데 특근 72시간, 연장 105시간, 야근 38.5시간을 하고도 받은 월급이 입사 12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150여만원에 불과했다.

이어 4월에는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쉬어가며 전달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392시간을 근무했는데 급여는 132만원에 불과했다. 하씨는 5월부터 사망 직전인 지난 10일까지 야근과 휴일특근을 다시 병행하기 시작했는데 5월에 총 420시간을 근구하고 주말 휴일이었던 5월 29, 30일에도 특근을 하고도 다음주 휴일인 6일에도 다시 근무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씨는 지난 3개월 동안 월
차를 사용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울산 산추련의 현미향 사무국장은 “소정 근로를 하면 100만원 넘기가 어렵고 다섯 살짜리 아이를 두고 있는 30대 가장으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렇게 초강도의 업무를 한 것 같다”며 “사내하청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과도한 업무량를 감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족들은 사체에서 폐인트와 분진이 나온 것으로 미루어 과로사뿐 아니라 분진에 의한 직업병 사망일 수도 있다고 보고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는 대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15일부터 유가족, 현자비정규직노조, 울산 산추련은 현대차의 책임을 요구하는 피켓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4.06.17 12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