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조선업체 ‘산재은폐’ 건강보험 재정 축낸다

조선업체 ‘산재은폐’ 건강보험 재정 축낸다

조선업체들이 선박수주에 차질을 빚고 산재보험료도 올라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산재사고를 은폐한 채 직장의료보험으로 산재환자를 불법 치료하고 있으나, 노동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올 들어 6월말 현재 조선업계가 산재를 은폐하다 적발된 건수는 삼성중공업 53건, 에스티엑스조선 13건, 현대미포조선 5건, 대우조선해양 1건 등 72건에 이른다고 7일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재은폐는 노조의 고소·고발로 밝혀지고 있을 뿐, 노동부 자체 단속으로 적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2002년부터 올해까지 적발된 13명의 산재환자 모두 노조 등의 고발로 밝혀졌다.

특히 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요양 신청·승인 환자를 수시로 통보받고 있지만, 이를 토대로 회사 쪽이 사고일부터 한달 안에 내야 하는 산재신고서를 냈는지를 확인하지 않아 묵인 의혹마저 사고 있다.


수주차질·보험료 상승 피하려 ‘불법치료’ 일쑤
상반기만 72차례‥대부분 노조고발로 적발




2002년 10월 사고를 당한 ㅎ사 ㅇ(56)씨의 경우 5개월 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을 신청해 회사 쪽의 산재 은폐 사실이 드러났지만, 노동부는 근로복지공단에서 ㅇ씨 자료를 넘겨받고도 회사를 상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도 산재 은폐를 부추기고 있다. 울산에서 지난해 적발된 산재사고 22건 가운데 사법처리된 것은 5건에 불과하고 나머지 17건은 경고에 그쳤다.

올해는 20건 가운데 18건을 사법처리했지만 대부분 300만원 미만의 벌금형에 그쳤다.

울산노동사무소 관계자는 “단속인력이 부족해 산재 은폐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고 있고 처벌규정도 벌금형만 내리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도 단속은커녕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ㅎ사 ㅇ씨는 지난해 ㅎ병원에서 본인부담금 20만원을 내고 치료를 받았고, ㄴ(40)씨는 올해 5월 ㄱ병원에서 보름 동안 본인부담금 5만원만 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취재진을 통해서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울산동부지사 관계자는 “회사와 병원이 집에서 다친 것으로 하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자 건강권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 관계자는 “산재환자들이 산재보험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덜 나아도 회사의 눈치 때문에 조기복귀해야 하고, 봉급자들이 다달이 내는 직장의료보험 재정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산재 은폐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