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안산 근로복지공단 점거 농성 돌입

안산 근로복지공단 점거 농성 돌입
지역 노동자들 "산재 불인정 말이 안 된다. 즉각 재심의 하라"

기사인쇄

김승연 기자

집회.jpg

안산지역 노동자들이 11월 25일 안산의 근로복지공단 점거 농성에 돌입했다. 사건의 발단은 안산 근로복지공단에서 근골격계 정신질환으로 사망한 SMJ의 여종엽 노동자의 산재신청 건과 건설노조의 김기호 조합원의 공황장애에 대한 승인 건이다. 공단측은 관련 사건에 대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다가 급기야 “불가” 결론을 내렸고 지역 노동자들이 이에 반발,'안산 근로복지공단'을 점거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11월 5일 근골격계직업병으로 요양 치료 중이던 안산 반월공단 SMJ여종엽조합원은 치료 과정에서 생긴 심한 우울증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근골격계에 의한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산재신청을 접수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른 신청 건은 2003년 겨울 안산 고잔 대우6차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조적공 반장으로 일을 하던 경기서부지역 건설노동조합 김기호 조합원의 사항이다. 김기호 조합원은 회사 측이 갑자기 업무량을 늘리면서, 무리한 일정 소화를 위해 일 하던 중 현장에서 두 차례 쓰러졌고, 병원 진찰 결과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안산지역 노동자들은 두 사건의 신청 결과가 나오기로 한 지난 11월 25일은 오후 1시 30분부터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공동 집회를 개최했다. 그러던 중 공단이 산재 결과를 유족이나 대표자에게 알려 주지 않은 채 '오는 30일 개인에게 통보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관련 담당자들이 퇴근해 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지역 노동자들은 ‘근로복지 공단의 행위는 노동자들을 깔보는 행위다’라며 분개했고, 유족을 비롯한 대표단들은 사무실 점거 농성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점거농성에 이어 지난 11월 26일 오전 8:30분에는 급격히 날씨가 추원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40여 명의 지역 노동자들이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규탄집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날 오전 10시 공단측과 면담이 약속되었으나 공단 측의 일방적 불참으로 면담이 무산됐다. 이후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나타난 근로복지공단 지사장은 “두 건 모두 산재 인정 못 한다”라는 결과만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사라지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안산 근로복지공단 사무실 점거 농성에 들어간 대표단들은 △산재 재심 요구△자문의사협의회 논의 결과를 공개 △자문의사들의 명단 공개 △발표 이전 개별 통지 작업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단측은 “산재 재심의는 불가능하며 논의의 내용 공개도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야 한다"라며 '점거 농성을 풀고 퇴거하라'고 답변해 입장 차로 인한 갈등이 상당히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경기서부지역 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SJM지회 및 지역의 노동자들은 근로복지공단에 달걀을 던지며 항의 투쟁을 전개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4시경 항의방문을 위해 대표들을 뽑아 근로복직공단에 들어가려 했으나 전경들과 대치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복지공단의 문이 깨지고 박살나는 등 심한 몸싸움이 있기도 했다.

피켓.jpg

현재 안산 근로복지공단에는 9명의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 중이다.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김호중 경기서부지역 건설노동조합 위원장은 “처음엔 이번 산재 신청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진행을 했다. 병원의 진단서도 명확한 업무상 재해로 나왔고 근로복지공단에서 준비하라고 하는 서류도 다 준비해 주었기 때문에 산재인정이 되는 줄 알았다”며 '이번 투쟁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을 반성한다'라며 사태 발생에 대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서기율 SJM지회 지회장은 “고 여종엽 동지는 19살 청춘에 회사에 들어와서 10년간 일하다 근골격계 직업병을 얻게되었다. 성격도 원만하고 가정도 단란했지만 근골격계 직업병 때문에 가정이 파탄났다. 하지만 공단에서는 여종엽 동지가 가정 문제 때문에 자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터무니 없는 거짓이다”라며 '산재불승인은 절대 인정 못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윤종선 금속연맹 산안부장은 “ 여러 지방의 근로복지공단을 다녀봤지만 안산 공단 측의 행태는 너무 심하다”라며 "이는 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지역 투쟁이 미비했음에 대한 반증인것 같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미 공단 지사장이 "끝까지 재심의 할 수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고 관련한 면담도 무산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안산지역 노동자들은 27일 오전 8:30에 공단 앞에서 규탄집회를 가질 예정이고 농성 장기화에 대한 준비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4년11월27일 4:22:10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