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노동자들에게 더없이 ‘최악’이었던 한해”

“노동자들에게 더없이 ‘최악’이었던 한해” 
 
2004 한국인권 보고대회 열려…“비정규·이주노동자·공무원 노동기본권 열악”
 
올해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이 확산돼 노동자들의 인권과 기본권을 크게 위협하는 한 해였다는 진단이 나왔다.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회장 이석태)은 6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2004년 한국인권보고대회’를 통해 올 한 해 여성, 국가보안법, 미군 문제 등 모두 13개 분야로 나눠 한국사회의 인권상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대회는 세계인권선언일을 기념해 매년 12월 개최되며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이날 민변 노동위원회 권두섭 변호사(사진·민주노총 법률원)는 ‘2004년 노동자의 인권’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비정규노동자 문제 △고용허가제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노동재해 △공무원과 노동기본권 등 사안별 노동인권 침해사례를 소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비정규 문제=권 변호사는 비정규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이 2003년 8월 784만명(임금노동자의 55.4%)에서 2004년 8월 816만명(55.9%)으로 31만명이 증가했고, 저임금·노동법 미적용 등 열악한 노동조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규직의 월 임금을 100이라 할 때 비정규직의 월 임금은 51.0~51.9에 불과하고, 직장에서의 사회보험 가입률도 정규직이 81~97%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30~33%밖에 안 되는 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노동조건 편차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곧 비정규직의 노동기본권 박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국회에서 논의 중인 비정규 입법안은 파견노동을 전면 확대하고 정규직마저 기간제 등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하게 만들 수 있는 최악의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주노동자=지난 8월17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용허가제와 관련해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인권침해의 소지가 높으며, 고용허가제 도입 이후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무분별한 강제연행과 출국조치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가스총이 난사되는 등 심각한 인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특히 “정부는 최근 대테러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잠재적 사회불안 요인으로 호도하고 있다”며 “정부가 합리적인 외국인력 정책 도입은 도외시한 채, 힘없는 외국인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재해=‘노동재해자 수는 6만5,086명, 사망자는 2,050명’이라는 9월말(3/4분기) 노동부 산업재해발생현황 결과와 관련, 권 변호사는 “매일 7.6명의 노동자가 노동재해로 숨지고 있고, 산재치료체계의 부재로 산재요양 중인 노동자가 자살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며 “산재노동자에 대한 심리상담의 제도화 등 심리적·정신적 치료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근골계질환 업무관련성 인정기준 처리지침’은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산재보험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고 통제를 강화하는 정책이므로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하철 노동자들의 공황장애에 대해서는 “장시간 운전, 불규칙한 근무시간 등 작업환경에 대한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시민안전과 기관사 보호를 위해 2인 승무제를 되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 노동기본권 최근 파업을 벌인 공무원들의 노동기본권과 관련해 권 변호사는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는 일부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합의로 정착된 것이며, 세계화 시대에 다른 나라들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노동기구(ILO) 가맹 175개 국가 중 공무원노조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대만과 한국, 두 나라밖에 없다”며 “특히 공무원 파업시기 정부가 파업 가담 예상자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가족·친지 등을 통한 동태 파악, 전화통화 기록과 위치추적 등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은 공무원들의 인권과 기본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노동자 불법감시=또한 삼성SDI 노동자들이 불법복제 된 핸드폰으로 위치추적을 당해온 것과 관련해 권 변호사는 “노동자 감시·통제를 통한 노동기본권 침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으며, “삼성 외에도 CCTV를 이용한 감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컴퓨터 이용 상황에 대한 감시, 전자우편 및 웹사이트 이용현황 감시 등은 노동자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노동통제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구은회 기자  press79@labortoday.co.kr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