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 마산공장 비정규직 50대 노동자 자살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윤성효(cjnews) 기자
▲ 한진중 마산공장 비정규직 촉탁직 김춘봉씨가 남긴 유서 일부.
ⓒ2004 오마이뉴스 윤성효
한진중공업 마산공장 촉탁직 사원이 27일 새벽 '비정규직의 설움'을 담은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 회사 가스창고 담당자 김춘봉(50)씨가 한진중 마산공장 도장공장 입구 계단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경비용역업체 옥아무개씨는 이날 오전 7시경 아침 청소를 위해 도장공장으로 가던 도중 김씨를 발견, 경찰서와 119구급대에 신고했다.
옥씨에 의하면, 김씨는 도장공장 입구 계단 위쪽에 나일론 끈으로 목이 매인 채 달려 있었다. 김씨의 시신은 구급대에 의해 마산삼성병원으로 후송되어 영안실에 안치되었다.
김씨는 1980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타코마(주)에 입사했으며, 2003년 5월 명예퇴직한 뒤 촉탁직으로 재입사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찾기 위해 조사중이다.
유서 발견 "아무런 성과 없이 쫓겨나"
김씨의 집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었다. 유서에서는 "24년간 회사를 위해 몸과 청춘을 바쳤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이렇게 밖으로 쫓겨나게 되었다"면서 "누구를 원망하지도 미워할 수도 없지만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정말로 죽이고 싶다. 돈 없고 힘 없는 사람은 모두 이렇게 해도 좋단 말인가"라 되어 있다.
또 김씨는 "자의든 타의든 생활권이 멀리 떨어져 불안한 마음으로 명퇴를 하고, 또 나이가 많다고 명퇴시키고, 근무지가 편안하다고 명퇴를 시켰다"면서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이다. 2002년과 2003년 두 차례 시달리며 명퇴 권고를 받았다"고 적어 놓았다.
또 "나는 이 곳 현장에서 작업 중 다리를 다쳐 병원생활을 10개월 했다"면서 "회사 노무팀에서 나에게 이러한 제안이 들어왔다. 산재보상보다는 명퇴를 하고 돈이 좀 적더라도 마산공장 운영할 때까지 촉탁근무를 해주겠다고 하면서 나에게 권했다. 나 역시 많은 생각 끝에 촉탁 근무를 하기로 하고 명퇴를 했다"고 내 놓았다.
김씨는 최근 촉탁직 연장과 관련해 사측과 면담한 과정도 적어놓았다. 유서에서는 "11월 23일 면담을 해보니 모두가 끝난 상태였다. 회사는 자기 편한 대로, 자기들 하고 친하다고 이렇게 할 수 있냐. 한 사람 가정이 파탄하는 줄 모르고 …"라며 "절대 못 나간다. 차라리 여기서 죽겠다고 수차 이야기를 해도 도와주지도 않는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은 모두 이렇게 되어도 되는지. 정말 회사는 너무한다"라 되어 있다.
편지지 5장에 쓰여진 유서 마지막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지금 밖에서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다. 꼭 그 사항이 이루어지길 간곡히 원하고 싶다. 그렇게 하여야만 나 같은 사람도 인간 대접받을 수 있다. 한진중에서도 비정규직이 죽었다는 것을 알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비정규직은 좋은 대우를 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