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사설]여전히 미흡한 산재보험 개혁

[사설] 여전히 미흡한 산재보험 개혁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치료하고 보상하는 산재보험 제도가 42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산재보험은 그동안 혜택 늘리기에 치중해 오다 보니 곪을 대로 곪아 있다.

제도와 관리 둘 다 허술하기 짝이 없다. 교통사고 환자처럼 산재 환자도 외출해 술을 마시기도 하고 다른 데에 취업했는데도 장해급여를 타는 경우도 있다.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노조가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환자의 절반가량이 6개월 이상 요양을 받을 정도로 요양기간이 길다. 일하지 않고 산재 환자 노릇을 하는 게 낫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러다 보니 2003년부터 매년 적자가 나고 있고, 법정적립금 기준치(4조원)보다 2조4000억원이 부족하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9% 안팎의 보험료를 올려왔지만 이대로 가면 2010년에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전망이 나와 있다. 산재보험은 기업이 보험료를 다 내기 때문에 경영에도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이번 합의안에서 요양기간을 연장하려면 주치의 진료계획서를 내도록 하고, 장해 재판정제도를 도입한 점, 고령자 휴업급여를 축소한 점은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90대 노인이 휴업급여를 받는 데서 보듯 제한연령을 정하지 않았고, 부처이기주의 때문에 전문성이 높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심사와 현장 실사를 위탁하지 않은 점은 재검토돼야 한다.

직업재활급여와 재활치료를 도입했고, 사업주 확인 없이 산재를 신청할 수 있게 한 점은 근로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까다로운 출퇴근 산재 요건을 그대로 둔 대목은 아쉽다.

그동안 노동계 눈치를 보느라 기업주나 정부가 제 목소리를 못 냈지만 이번 합의안에 어느 정도 반영된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합의에 치중하느라 미흡한 점이 많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의료기관과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줄일 수 있는 정교한 장치를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06.12.14 00:10 입력 
한노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