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관심을

[인터뷰] 황찬호 서울가정의학과의원 전문의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관심을
 
“우연찮은 기회에 참여했던 봉사활동이 벌써 8여년이 지났습니다.”
 
그는 2002년 가을, 대한 성공회 김홍일 신부의 추천에 따라 포천 나눔의 집에 의료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지역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정기 진료 시 해당 지역의 의료진으로만 부족한 경우가 많아, 서울에서 원정 진료를 나가야 했던 것.

처음 나갔던 봉사활동에서 그는 타국에 와서 몸을 다치고 병에 걸려도 치료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다.

염색공장이 많은 포천지역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직업성 알레르기 질환과 근ㆍ골격계 질환이 대부분이다. 진료로 해결되는 질환도 있지만 문제는 국내에서 얻게 되는 만성 질환.

처음나간 봉사활동에서 만난 한 스리랑카 출신의 환자는 지금껏 그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한국에 온지 10여년이 됐다는 이 스리랑카인은 매달 그로부터 진료를 받는다. 지병이었던 고혈압과 당뇨를 관리해야 했던 것. 최근에는 조카까지 데려와 황씨에게 진료 받았다.

그의 정성어린 진료에 외국인 노동자들도 호응하고 나섰다. 진료 받던 방글라데시인은 그의 온정어린 진료에 감동 받아 봉사활동에 같이 동참하기도 했다. 한국보다 후진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라 영어가 가능한 사람들이 별로 없다. 때문에 외국인을 진료할 때 언어 소통에 문제가 많았던 터라 통역에 직접 발 벗고 나선 방글라데시인. 이 외국인은 매달 봉사활동 때 마다 와서 그를 돕고 있다.

오랜 기간 봉사활동을 했지만 여전히 힘든 일도 많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봉사활동이라 약도 모자라고 검사를 규칙적으로 못하는 등 애로사항이 많다”며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 중에서도 불법체류자들은 이런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기가 어려워 건강상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또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는 비싼 약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각 나라로 돌아가면 진료를 받지 못해 그게 안타깝다”며 “국가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보살필 수 있는 국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환혁 기자 kelw@asiatoday.co.kr>

 
 
한노보연